내가 왜 최고의 엄마 아빠인지 알려 줄까? - 아주 특별한 엄마 아빠들,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자연 속 탐구 쏙 2
레이나 올리비에.카렐 클레스 지음, 스테피 파드모스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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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동물들이 그려진 책이라면 일단 좋아하는 편이다.

이미 집에 동물 도감이 많은 편이어서 더는 증식시키지 않으려 했는데 이 책은 전에 봤던 '내가 왜 커다란지 알려줄까?'가 

너무 좋았어서 왠지 시리즈로 갖고 싶은 욕심이 났다. 


 


전작과 작가들이 동일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컨셉은 비슷하다.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얕게 알려주기 보다는 소수의 동물들을 아이들 눈에 맞춰 최대한 상세히 알려주는 것이 목적인 책이다.

기본적인 생태와 습성은 물론이고 서식지와 천적 정보까지 해당 동물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싶다면 알아야 할 정보들은 

다 갖추고 있는 느낌이다. 


전작이 압도적인 사이즈를 자랑하는 동물들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양육에 특화된 동물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어린 개체가 무력한 것은 어지간한 생물군이라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일텐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어류나 곤충처럼 어린 개체 수를 엄청나게 늘려서 압도적인 숫자로 희생되는 개체 대비 생존률을 확보하는 형태가 있을 것이고, 

포유류나 조류처럼 부모 개체가 어린 개체를 일정 수준 성장할 때까지 돌보는 형태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후자인 부모 개체가 어린 개체를 열심히 돌보는 9가지 동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읽어보면 다 신기한 동물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캥거루의 양육 방식은 정말 독특한 것 같다.

특히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포유류들은 어린 개체와 어른 개체의 크기 차이가 그렇게 극심하진 않은데, 

캥거루 새끼는 2센티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하니 다 크면 어지간한 성인 키만한 동물이라고 쉽게 생각되지 않아서 더 신기했다.


특이하게도 도감 형식의 책이지만 사진 대신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일단 사진보다 당연히 현실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만큼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적합한 그림이 실려져 있다.

비록 동물 그림이지만 부모와 자식이 따뜻하게 함께 살아가는 그림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제목에 최고의 '엄마, 아빠'라고 강조한 이유인지 수컷이 알을 돌보는 황제펭귄이나 흰동가리 등이 같이 소개되어 있다.

사실 자연상태에서는 암컷이 새끼를 키우는 비중이 훨씬 클 것이다. 

그거라도 넣어줌에 감사하며 인간 애비는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줘야겠다.


 


새끼를 돌보는 동물에게도 그렇겠지만 사람에게 부모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물론 부모에게 자식도 그렇다.

아동용 서적이지만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그 단순한 진리를 새삼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끝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쓴 글이지만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아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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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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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재능의 유전자란 게 말이야, 그 뻐꾸기 알 같은거라고 생각해. 본인은 알지도 못하는데 몸에 쓰윽 들어와 있으니 말이야.

 신고가 다른 사람보다 체력이 좋은 건 내가 녀석의 피에 뻐꾸기 알을 떨어뜨렸기 때문이야. 

 그걸 본인이 고마워하는지 어떤지는 알 수가 없지." (pg 395)



개인적으로 이렇게 단기간에 같은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기본적으로 '재미'라는 측면에서 탁월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쉽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 두꺼운 것처럼 보여도 막상 읽기 시작하면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장면들만 지속되면서도 줄거리의 긴장감은 유지되기 때문에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별로 없다. 

요즘처럼 뭔가 정신적, 심리적으로 지쳐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별로 책 읽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들게 되는데 

그럴 때 책장에 있으면 유용하게 읽히는 책이 바로 작가의 작품들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이신지 아버지가 은퇴 후 당근마켓에서 작가의 책이 뜨면 꼭 사다 두시는 바람에 한동안 읽을 거리 걱정이 없어졌다.)

이 책 역시 그의 작품 답게 시종일관 지속되는 긴장감과 군더더기 없는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줄거리를 언급하기에 앞서 소설의 중요한 배경으로 신세 개발이라는 기업에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특정 운동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유전자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패턴을 가진 젊은이로 여성 스키 유망주인 카자미와 남성 스키 유망주인 신고가 등장하며 이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기업에서 지원과 연구를 해주고 있었다. 

이 연구의 책임자인 유즈키라는 학자가 본 작품의 핵심적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주축이다. 


그리고 줄거리 진행에 핵심적인 세 명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스키 유망주 카자미의 아버지인 히다 히로마사는 일본에서 잘 나가던 스키선수였다. 

어린 딸을 키우던 아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홀로 딸을 키웠다. 

그의 딸 역시 스키에 재능을 보여 히다는 선수 은퇴 후 아이의 코치 역할을 자처한다. 

하지만 곧 자신의 아이라고 믿고 키우던 딸이 친딸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된다. 


한 기업의 사장인 가미조 노부유키에게는 불치병에 걸려 골수이식이 반드시 필요한 아들이 있다. 

그리고 히다의 딸이 사실은 잃어버린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은밀히 접근하려 한다. 


전직 산악가였던 도리고에 가쓰야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아들인 신고를 키우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그는 아들이 음악가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돈을 위해 신세 개발에서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육성되는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카자미와 가미조가 함께 탈 예정이었던 셔틀버스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설치한 장치로 사고가 발생한다.

카자미는 우연히도 버스에 탔다가 내려 화를 면했지만, 버스에 타고있던 가미조는 중상을 입는다.

이 사고가 누구를 노린 사고였는지, 왜 이들을 노렸는지를 밝혀내는 것, 그리고 여기에 얽힌 카자미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

책의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저자답게 책의 제목이 상당히 직설적인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히다는 뻐꾸기의 알을 대신 키우는 새처럼 

자신의 친딸이 아닌 카자미를 헌신적으로 길러 낸다.

하지만 작가는 뻐꾸기 알을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능을 빗대는 표현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재능의 유전자란 게 말이야, 그 뻐꾸기 알 같은거라고 생각해. 본인은 알지도 못하는데 몸에 쓰윽 들어와 있으니 말이야.

 신고가 다른 사람보다 체력이 좋은 건 내가 녀석의 피에 뻐꾸기 알을 떨어뜨렸기 때문이야. 

 그걸 본인이 고마워하는지 어떤지는 알 수가 없지." (pg 395)


"그런데 그 뻐꾸기 알은 내 것이 아니야. 신고 것이지. 

 신고만의 것이야.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고. 유즈씨 씨 당신 것도 아니지."(pg 396)


추리물의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재능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과연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과 일치하는 것일까?

내가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은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스토리에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해보면, 카자미의 경우 재능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해서 비교적 안정적인 커리어를 밟을 수 

있었던 반면 신고는 결국 스키판을 떠나게 된다. 

이 점에서 작가는 재능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한 각기 처한 위치와 상황이 다른 세 명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부성애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알고도 '키운 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히다,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고 싶어 타인의 손에 길러진 딸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자 했던 가미조, 

경제적인 조건 때문에 자식이 꿈을 포기해야 했던 것을 후회하는 가쓰야까지 

자식을 사랑하는 각기 다른 모습의 아버지상을 잘 엿볼 수 있었다. 


다만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떡밥 회수 같은 것들에서 보이는 개연성이 아주 치밀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스포라 자세히는 못적겠지만 결말까지 모두 읽어도 왜 그 인물이 이런 행동을 했었을까 궁금점을 남기는 인물도 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페이지 이상의 적지 않은 두께를 읽으면서 지루함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이 작품 역시 재미만큼은 

확실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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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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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상깊은 구절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그 웃음의 끝에 그녀는 생각한다.

어떤 일이 지나간 뒤에라도, 그토록 끔찍한 일들을 겪은 뒤에도 사람은 먹고 마시고, 용변을 보고, 몸을 씻고 살아간다.

때로는 소리내어 웃기까지 한다. 

아마 그도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 잊혀졌던 연민이 마치 졸음처럼 쓸쓸히 불러일으켜지기도 한다. (pg 204)



작가의 책은 '소년이 온다' 이후로 두 번째 접하게 되었다.

전에 접한 작품 역시 읽을 때는 몰입해서 읽은 것 같은데 서평을 남기지는 않았었다.

뭔가...정리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읽을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는데 막상 책을 덮은 후 이 책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감이 잘 안잡힌다.

그 어떤 현학적인 비문학, 이론서보다도 나는 이런 문학 작품의 감상을 남기는 일이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평을 쓰지 않은 책은 금방 머리에서 휘발되기 때문에 읽은 감각이 아직 남아있을 때 한자라도 남겨보려 한다.


작가가 시간 차를 두고 쓴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라는 세 편의 연작소설이라 하는데, 

읽는 입장에서는 어차피 한 권으로 묶여져 있으므로 한 작품 속 세 챕터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줄거리는 단순하다면 단순하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로부터의 가정 폭력, 남편으로부터의 정서적, 육체적 폭력에 시달리던 영혜는 어느 날 갑자기 꾼 꿈 하나에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여인의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관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인의 남편 시점으로 전개되는 '채식주의자'에서는 영혜가 채식을 시작하면서 겪는 갈등과 주변 사람들의 당혹감이 그려진다.

(사실 '채식을 시작했다'라는 표현 보다는 '육식을 단호하게 거부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적합해 보인다.)

영혜가 채식의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지 않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 역시 영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그것이 가부장적인 모습의 폭력이든, 모성애라는 모습의 애정이든 영혜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은 바람만이 보여질 뿐이다.  


이어지는 '몽고반점'에서는 영혜의 몸에 작은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말에 기묘한 예술적 영감과 성욕을 느낀 형부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형부는 미디어 아트 예술가로 소개되는데, 육식을 거부하던 영혜는 형부에게 떠오른 영감이 곧 인간을 식물로 표현하는 것이어서 

영혜 자신도 형부 작품의 일부가 되기를 기꺼이 자청한다. 


"그런데 이거, 물로 씻으면 지워져요?"

마치 그것만이 궁금하다는 듯 그녀는 물었다. 한손으로 자신의 가슴께를 가리킨 채였다.

"쉽게 지워지진 않을 거야. 몇차례 씻어내야 완전히..."

그의 말을 자르며 그녀가 말했다. 

"안지워지면 좋겠어요." 그는 잠시 망연해져, 어둠에 반쯤 덮인 그녀의 얼굴을 건너다보았다. (pg 108-109)


'몽고반점'에서 결국 마지막 선을 넘은 영혜와 형부를 목격한 영혜 언니의 시점으로 '나무 불꽃'이 진행되며 이야기는 결말로 치닫는다.

자신의 남편이 정신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꼬드겨 포르노를 찍었다는 사실에 절망한 언니는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모든 일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것만 같다는 근거 없는 죄의식에 시달린다.


그 저녁, 영혜의 말대로 그들이 영영 집을 떠났다면 모든 것은 달라졌을까.

그날의 가족모임에서, 아버지가 영혜의 뺨을 치기 전에 그녀가 더 세게 팔을 붙잡았다면 모든 것은 달라졌을까.

영혜가 처음 제부를 인사시키려 데려왔을 때, 어쩐지 인상이 차가워 보여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육감대로 그 결혼을 그녀가 만류했다면 모든 것은 달라졌을까.

그렇게 그녀는 영혜의 운명에 작용했을 변수들을 불러내는 일에 골몰할 때가 있었다.

동생의 삶에 놓인 바둑돌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헤아리는 일은 부질없었을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다. (pg 192)


육식을 거부하다 결국엔 자신이 식물이 되겠다며 물 이외 그 어떤 음식도 거부하는 영혜를 보며 언니는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그녀 역시 가부장적인 부모에게 자라고 가정에 무관심한 남편과 살면서 진짜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타인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으로만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아예 정신을 놓아버린 동생과 가까스로 타인의 시선에 맞춰가는 자신 중 누가 더 불행한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그 웃음의 끝에 그녀는 생각한다.

어떤 일이 지나간 뒤에라도, 그토록 끔찍한 일들을 겪은 뒤에도 사람은 먹고 마시고, 용변을 보고, 몸을 씻고 살아간다.

때로는 소리내어 웃기까지 한다. 

아마 그도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 잊혀졌던 연민이 마치 졸음처럼 쓸쓸히 불러일으켜지기도 한다. (pg 204)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결국 영혜를 가장 많이 이해한 존재로 그려진다.

결말쯤 가서는 동생의 생명을 살리고 싶지만, 폭력에 대한 극한의 저항으로 자신이 가진 동물성을 버리고 식물이 되고자 하는 

동생을 일면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하간 정신나간 등장인물들에 정신나간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 덕분인지 끝날 때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다만 어렵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어려웠다. 

무엇이 어려운가? 

문장이 이해가 안된다거나 스토리가 어렵다는 건 전혀 아니다.

그저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뭘 말하고 싶었을까?' 이것을 파악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가부장적인 남성의 폭력과 그로 인한 폐해를 알리고 싶었을까? 

육식에 수반되는 폭력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까?

한 사람의 정신적인 변화를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들마저 외면하는 현시대의 가족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어느 것이든 너무 가볍고 단편적인 이해가 아닌가 하는 걱정에 서평을 남기기가 다소 꺼려졌다.

하지만 가벼운 이해든 무거운 이해든 내가 이해한 바가 중요하니 일단 남겨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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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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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시 한 번 읽고 나면 계속 보고 싶어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한 권 다 읽은 후 곧이어 그의 책을 하나 더 집었다.

빠른 전개 속도와 군더더기 없는 설명, 깔끔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결말까지 그의 작품 답게 읽는 동안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초반에 시작되는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작품의 배경은 실제 십자 모양으로 지어서 십자 저택이라 불리는 건물이다. 

다케미야 산업의 창업주가 지은 후 기업을 물려받는 인물들이 대를 이어 거주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회사의 경영을 맡은 창업주의 큰 딸(주인공의 이모)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 후 49재를 치르기 위해 친척들과 관련인들이 모이게 된다. 

그 날 밤 2명이 죽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이내 그 건물에서 묵었던 사람들 중에 범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목에 등장하는 피에로는 한 인형사가 만든 인형으로 불행을 몰고 온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작품 속에서는 자살한 창업주의 큰 딸이 구매해 자살 현장 당시 복도에 있었던 것으로 처음 소개된다.

특이하게도 인형이지만 마치 CCTV처럼 이 인형의 시각으로 사건이 관찰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전체 사건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상세히 기술하지는 않겠지만 추리물을 읽으면서 '내가 꼭 이 미스터리를 풀어보겠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인형의 시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등장인물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하나씩 소개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한번에 모두 소개된 후 끝까지 새로운 인물이 추가되지 않는다. 

따라서 처음에는 누가 누군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이를 배려한 것인지 책 서두에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가 들어 있다.

나처럼 일본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주 들춰가며 읽기에 좋았다.

이 페이지와 더불어 초반에 건물의 평면도가 등장하는데 작품 속 미스터리를 풀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그림도 자주 들춰보게 될 것이다. 


책 후미에 다른 일본 작가가 쓴 해설이 있는데, 그 해설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라는 평가를 한다.

책을 덮은 후 그 말에 공감이 갔는데, 실제로 읽다보면 두께가 그리 얇지 않음에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 부분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딱 필요한 만큼만 소개되고, 딱 필요한 말과 행동만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상깊은 구절도 없다는 건 다소 아쉽다.)

그의 작품들 중에는 '추리소설을 표방하면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은 채 반전만 꾀한다'는 비평도 더러 받은 것으로 아는데

이 작품만큼은 그런 비평에서도 자유로울 것 같다. 

나중에 미스터리가 모두 풀린 후 다시 생각해보면 충분한 정보를 사전에 모두 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 역시 엄청난 반전이라는 느낌 보다는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 있었다. 


여하간 재미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었다.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이 독서생활이 정체된다고 느낄 때 단비가 되는 작가임에도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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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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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하얗게 불태우던 게임이 리마스터된 뒤로 손에 책이 잡히질 않았다.
유일하게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취미인 독서를 이렇게 놓아버릴 수는 없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럴 땐 역시 재미난 소설을 읽어야 한다. 
이번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역시 초반에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시작점이다.
한 여인이 이혼한 전남편의 스토킹에 못이겨 충동적으로 그를 살해하고 만다. 그 과정을 아직 학생인 여인의 딸도 돕게 된다.
평소 그 여인을 흠모하고 있던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인 옆집 남자가 그 일을 발견하고는 두 사람을 도와 살인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이를 수사하는 한 형사와 그의 친구인 물리학자 교수가 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제목 그대로 용의자 X가 어떻게 헌신하는가가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직 작품을 접하지 않았다면 스포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이 작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답게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한다.
다소 집중이 어려운 환경에서 책을 집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었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전개는 물론이고
예상하기 어려운 반전과 결말까지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이었다.
읽는 동안 특별히 인상적인 구절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쫓는 추리물이지만 그 속에 색다른(?) 형태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좋았다.
사람마다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은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였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흉악한 범죄인 '살인'마저도 감싸주고 싶은 사랑.
게다가 상대방에게 그 어떤 보답도 기대하지 않고 오로지 상대의 행복만을 바랬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에서의 사랑이 그저 뒤틀린 한 사내의 사랑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사실 줄거리만 요약한다고 하면 '누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싶을 이야기지만 저자가 워낙 밑밥을 잘 던져놓기 때문에 
책을 덮고 나면 수긍이 가는 스토리였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빌드업이 엄청나다.)

이미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라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 봐야겠다.
워낙 다작을 한 작가여서 다음에 읽을 작품을 고르는 재미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역시 독서에 손이 가지 않을 땐 재미난 소설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처방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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