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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의 한 수 홀로 세계여행을 꿈꾸는 이에게 보내는 메시지 2
정금선 지음 / 좋은땅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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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문득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너무 늦은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어록을 남긴 개그맨 P의 푸념이 떠오른다. 이 말은 상반된 듯하나 뜻은 같다.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권유를 우회적으로 전한다. 결론은 버킹검인 것이다.
     
방학이면 하늘을 날아, 총 70여 개 나라를 여행한 작가가 있다. 오십이 되자 본격적으로 자유여행의 즐거움에 빠져 배낭을 메고 세계 구석구석을 훑었다. 작가는 혼자 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명상이요 사유의 시작이라며, 과감히 신발 끈을 매고 비행기에 올랐다. 중년 여인으로서 가사일을 챙겨야 하는 책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곳으로 떠났다. 오롯이 자신이고만 싶었다는 작가의 독백을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절대 자유를 실행한 용기에, 부러움과 경외심이 일었다. 자유란 무엇보다 든든한 배경이 있어야 가능하다. 가족의 사랑과 믿음이 그녀의 뒷심임은 여지가 없어 보였다. 2007년 작은아들과 첫 인도여행 후, 그곳의 강렬한 매력에 끌려, 이 년 후 과감히 홀로 배낭을 짊어 맨 교사이자 여행작가, 그녀는 나의 여고 은사님이시다.
     
이 책은 뭄바이에서 시작해 델리까지, 홀로 31일 동안 인도를 배낭 여행한 기록이다. 작가만의 경험을 주관적으로 생생히 담았기에, 일기인 듯 르포처럼 진지하고, 가끔 엄숙하다. 때론 키득대며 함께 웃자며 독자를 현장으로 초대해 다양한 재미를 준다. 홀로 여행을 꿈꾸는 이에게 「인도여행의 한 수」를 전하며, 작가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담았다. 호기심과 생소함으로 시작한 독서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외려 남은 여행 일정이 줄어드는 아쉬움이 컸다. 그동안 인도의 매력을 마음으로만 품고 있던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반드시 가 봐야 할 여행지 중의 하나에 인도를 넣었다. 읽는 즐거움에서 행동하는 기쁨이 되는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인도의 속 속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엮은 자료를, 방구석에서 대리 체험할 수 있는 만족감에 마냥 흐흐 거린다.
     
기차 예약만 제대로 하면 인도여행 반은 성공한다는 말을 증명하듯이, 아슬아슬한 에피소드가 무척 흥미롭다. 여행하다 보면 현지 음식이 안 맞아 탈이 날 때도 있다. 작가는 여행에서 건강이 필수임을 알기에, 여행 전부터 섭생과 운동으로 최대한 몸을 만든다고 한다. 현실에 충실하고 절제하며 끊임없이 노력한 이후에야 누릴 수 있는 자유란, 얼마나 달콤한 카타르시스를 부르는지, 작가의 여행기는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내게 생 교육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은 일은, 스승의 일련의 과정을 보고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행운’을 목도하는 일이었다. 내게 인도(印度)가 인도(人道)로 다가왔다.
     
도시 뭄바이의 양면성, 타지마할 호텔의 탄생 비화는 제국주의 영국에 대한  분노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부와 빈의 극명한 대조 속에, 뭄바이의 모습을 한눈에 그릴 수 있었다. 형형색색의 사리를 입고 꽃장식을 한 여인들과, 까만 피부에 큰 눈을 굴리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 모습에서, 작가는 더 없는 순수함을 느낀다. 야박한 장사치들의 술수와 골목길의 지린내보다, 일반 사람들의 친절함과 해맑은 모습에, 더 눈길이 머물렀다고 한다. 인간의 본성에 관심을 두고, 내심 여행자로서 발견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작가는 알고 있었을 터이다. 불가능은 없다는 심정인가, 상황이 난감해지면 "Please~~" 라는 단어를 덧붙여서 부탁하면, 신기하게도 뜻대로 이루어졌다면서, 고아행 기차표를 예약했던 기적을 일러준다. 자신을 낮추는 자는 결국 마음을 여는 열쇠를 쥔다는 말, 여행 중에도 적용되는 진리인가보다.
     
요긴한 준비물이 되었던 누룽지와 멸치볶음, 고추장. 잘 다녀오라며 친구가 공항에서 건넨 홍삼 젤리와 사탕, 몇 권의 책과 추가로 공항에서 산 ‘사이토 시케다’의 책등…. 최소한 필요한 분량으로 짐만 줄여도 불편함이 없었다고 한다. 옷부터 자질구레한 먹거리들로 가득 찬, 나의 미련한 짐 싸기에, 경고장을 주신 듯하다. 현지 조달 가능 목록을 빼고도, 짐을 싸고 보면, 나는 이고 지고 갈 지경이니, 고수님의 혜안이다.
     
돌아가는 길도 아름답다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행운은 있다. 또한 어떤 길도 헛됨은 없다. 그런 행운은 작가에게 빤짐의 만도비강 일출을 선사한다. 빤짐의 건물이 중세 유럽 도시인양 아름다운 이유는, 포르투갈 식민 시절의 건축양식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올드 고아는, 나도 사랑하는 포르투갈의 시인 카몽이스가 ‘동방의 귀부인’이라 칭했다는 수도 리스본을 재현한 도시라니, 본국의 수도를 식민지의 한 도시에 베껴 구상한다는 발상도, 제국의 야욕을 엿볼 수 있다. 그 흔적으로 고아 주 빤짐만의 개별성이 되었다. 힌두교가 주류인 인도지만 이곳은 가톨릭이 35%로, 인도 안의 가톨릭 성지라고 한단다. 붉은 돌과 모래가 있는 안주나 해변의 고혹적인 일몰, 야자수 곁으로 내리비치는 노을과 함께, 작가는 여행지에서 낯선 만남과 헤어짐, 인연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덩그러니 홀로 인도 한 복판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작가는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의 참 자유를 누린다. 부럽다.
     
인도에서 태어난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코끼리를 쏘다」는 버마의 경찰로 근무하게 된 오웰이 쓴 산문이다. 식민지에서 근무하는 제국 경찰의 비루함과 폭력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당시 인도나 버마등지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코끼리의 느릿한 움직임이 오버랩 된다. 함피의 강가에서 목욕하는 코끼리, 사원 안에서 헌금을 받는 코끼리, 느릿느릿 주인인 양 거리를 활보하는 코끼리와 소, 원숭이와 개들, 모두 동물을 귀히 여기는 인도의 모습이리라. 유난히 옴 몸을 장미로 치장하고 비단과 보석이 넘치는 도시라는데, 이탈리아 여행가 디 콘티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이라며 찬사를 했다니, 나도 글과 사진을 따라 함피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었다. 다만 치안의 허술함 때문에 위험은 도사리지만 안전만 확보된다면, 작가는 꼭 함피를 가 보라고 권한다. 배경은, 더한 에피소드를 남기고, 작가의 여정에 호텔 종업원 만수와의 인연은, 재밌고도 아슬아슬했다. 이야기를 끌고 가다가 결론은 마지막 여정일에 알려 준다는 노련한 글솜씨에, 실실 웃다가 대목을 놓칠세라 눈을 부릅떴다.
     
브라마, 비슈뉴, 시바는 인도인이 힌두교에서 섬긴다는 세 신이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신은 시바이다. 힌두교도들에게 시바는 큰 상징성이 있다고 한다. 힌두 사상인 파괴가 있어야 창조가 존재하기 때문에 파괴신 시바는 창조신과도 같다고 한다. 아우랑가바드의 석굴 소개는 매우 흥미로웠다. 아잔타 석굴은 BC2세기경 인도 불교의 황금기에 부흥했다. 엘로라 석굴은 이로부터 700년이 지나, 힌두교. 불교. 자인교가 섞인 석굴이라고 한다. 아잔타 석굴은 작가의 말처럼 나도 교과서에서 배웠던 기억이 있다. 엘로라 석굴의 카일라스 사원은 시바신의 처소라는데 도드라진 조각상 사진에는 압살라 조각도 보였다. 십 년 전 캄보디아 여행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압살라 춤 동작이, 사진 속의 조각과 겹친다. 뾰족한 관을 쓰고 한껏 치장한 채, 느리면서도 정교하게 움직이는 손발 동작이, 마치 요가를 춤으로 옮긴 듯했다. 힌두교와 불교의 신화 속 요정의 춤이라니 이해가 되었다. 절제의 미학 같았다.

갠지스강 강가 바라나시, 인도 여행의 상징처이다. 죽기 위해 마지막으로 찾는 ‘마니까르니까 가트’ 번뇌의 세상, 다음 생에는 태어나지 않고 해탈하기 위해, 인도인들은 육신의 마지막에 이곳 화장터, 바라나시를 찾는다고 한다. 재가 되어 그들의 성지 갠지스강에 뿌려진다. 여러 여행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나오던 바라나시 풍경, 신기함과 두려움으로 보던 장면이다. 인간은 각자 그들만의 종교적 신념을 응시한다. 믿는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염원을 품고, 막막한 하루하루를 산다. 이치를 보면 믿는 대로 된다니, 나도 내가 믿는 신을 향해 의심 없이 다가가야 하리라. 바라나시에서 작가가 본 성자 구루(GURU)처럼, 자신만의 모습으로 생에 몰입하면, 뜨내기 여행자의 눈에도 삶을 통찰한 성자가 되니 말이다. 사막 밤의 적막 속에 뭇별을 보던 날, 미처 그 황홀한 경외감을 필름에 다 담을 수 없었던 작가는 그만 눈물을 흘린다. 극도의 감동은 슬픔 또는 기쁨, 어떤 종류에도 속하지 않는 그 이상의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생의 신비로움에 가슴 밑부터 솟구쳐 오르다가 우주 너머로 확장되는 감정이다.
     
(215p) “좋은 것을 보면 함께하지 못한 가족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작가는 혼자만 누리기에 아까운 순간마다 가족을 떠 올린다. 여행은 되돌아가기 위한 여정이라는 말이 있다. 비록 자유 의지대로 발 닿는 곳으로 향하지만, 작가는 최종 안식처는 가족이 있는 공간임을, 본능처럼 되뇌는지도 모른다. 두 발로 실컷 경험한 여행의 끝은, 소중한 일상을 더 치열하게 살게 하는 힘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책 「인도 여행의 한 수」는 총 다섯 번의 인도 여행 중에, 두 번째 인도 여행 기록을 엮은 책이다. 여자 혼자 하는 인도 여행의 위험성에 관한 선입견을 우습게 깨버리고, 다섯 번이나 다시 찾은 인도의 매력은 무엇일까. 궁금했던 면면은 작가의 행보와 사유 속에서 선명한 대답을 읽었다.
     
한 친구가 소통 공간에서 말했다. 여고 시절 어찌어찌한 일로, 반장으로서 담임선생님께 혼쭐이 나,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어깨를 토닥이며 진심으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일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허방을 헤맬 때 든든한 힘이 되어 준 어떤 순간, 그때부터 그 친구는 선생님의 본 면을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진정한 제자가 되기로 했다고 한다. 관계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큰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는, 잘난체하는 순간도, 남을 평가하는 순간도, 술술 풀려서 으쓱 대던 순간도 아니다. 곤경에 처했을 때 온전히 믿어주는 사람, 절망했을 때 손을 잡아 주는 사람,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보내는 일. 별것도 아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그날의 친구는 누구보다 멋진 사회인이 되어 이 책의 맨 앞장 추천 글로, 경애하는 선생님을 부른다.
     
작가의 여행기를 통해, 차츰 그 시절에 내가 알았던 선생님과, 책 속에서 들려주는 작가의 이야기가 씨줄 날줄로 엮여, 탄탄한 어떤 형태가 보였다. 아무리 험난한 과정이 있다해도 “죽기보다 더하겠어” 라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했다 냉철하고 지혜로운 쪽보다, 따뜻하고 온유한 사람이 좋다는 말씀 안에, 선생님의 본성이 다 담겨 있음을 안다. 이런 발견을 재확인한 「인도 여행의 한 수」는, 꿈꾸는 것은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스승의 체언을, 즐겁게 누리는 시간이었다. 자유를 꿈 꾸는 인도 여행과, 삶의 한 수를 선물 받고 싶은 이에게, 기꺼이 이 책을 권한다. 거인의 어깨에 기댄 독자는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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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바꾸는 미래세상과 메타버스
안종배 지음 / 광문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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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버스라는 단어가 근래에 자주 눈에 띄었다. 뜻을 알기 전에는 가상 버스를 타고 미래 세계를 탐방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메타 버스란 현실 세계와 같은 차원의 가상 세계를 칭한다고 한다. Meta+Universe 의 줄임 말이다. 하지만 내 방식대로 이렇게 규정하겠다. ‘가상 버스를 타고 차원의 세계로 진입하는 단계’ 라고

 

요즘은 한 걸음만 나가도 인공지능이 있다. 집안의 가전 기기부터 현관 도어락, 자동차 스마트키, 각종 건물의 코로나 체온 측정기 등, 도처에 인공지능과 관련 있다. 의식하지 못한 틈에 일상에 깊이 침투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첫 장은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후 인공지능이 바꾸는 메타 버스 생활, 비즈니스, 직업, 미디어, 예술과 콘텐츠, 교육, 인공지능의 윤리, 종교에 관해 분석하고 통계를 보여 준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용어는 1956년 다트머스 컨퍼런스에서 처음 소개되었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개념은 머신 러닝(기계 학습)과 딥 러닝(심층 학습)으로 분류한다. 여기서 딥 러닝의 중요성이 눈에 띈다. 딥 러닝의 원리는 인간의 뉴런과 시냅스를 본 딴 인공 신경망을 이용한 알고리즘 영역이다. 인간 지능에 정서 영역까지 넘나드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의 소재는 딥 러닝에서 기인함을 알 수 있었다. 

 

인공지능은 음식 문화를 바꾸었다. 인공 셰프도 등장했다. 이젠 메타 버스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도 가능하다. 최신 유행 패션 트렌드도 개인 별 맞춤으로 추천해 준다. 인공지능은 각 개인마다 최적화된 결론을 추천한다. 의료 혁명도 인공지능에서 출발했다. 헬스 케어는 질병의 진단과 예방, 관리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요즘 스마트 워치가 대세다. 기본 기능 외에 혈당, 체지방 , 심전도 측정 등, 의료 기능도 있다. 이렇게 헬스 케어 라이프 영역은 인공지능이 일상과 밀접한 관계임을 보여준다

 

핀테크(Fintech)란 금융(Finance)+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핀테크 또한 일상에 깊이 침투했다. 인터넷 은행, 간편 결제, 디지털 화폐등 인터넷 쇼핑이나 송금과 결제 시스템이 핀테크의 일부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거치지 않고는 일상이 마비될 지경이다. 아이폰의 시리, 삼성의 빅스비는 음성 인공지능의 대표 격이다. 알람과 검색등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다보니 직업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앞으로는 사라질 직업군이 많다고 한다. 주로 단순 반복작업을 하는 일이다.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한 노동을 주로 하는 직업 5년 내에 사라진다고 한다. 대신 창조 융합형 직업 형태는 부상한다고 한다. 뜨는 직업으로는 주로 인공지능 전문가나 빅데이터 분석가등 정보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직업군이다.

 

예전에 <너를 만났다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았다. 영상 편집 복원 기술을 이용해 보고 싶은 사람을 재현해 만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딸을 잃은 엄마가 딸을 만났다. 사랑하는 아내를 보고 싶어 신청했던 가장도 있었다. 생전 모습과 가장 흡사하게 복원한 가상의 인물은 그들에게 살아있는 것처럼 나타났다. 사랑하는 이의 환영을 붙들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울었다.. 보고 싶은 마음은 사랑의 본능이다. 곁에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인간은 죽으면 흙이 다. 인간 유한성의 한계를 인공지능이 해결해 준 셈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콘텐츠는 예술의 영역에도 많이 쓰인다. 대표적으로 영화 아바타의 실감 영상 기법이다. 가상현실을 증강현실로 살려 홀로그램을 도입해 다양한 캐릭터를 창조한다. 아바타의 인물과 가상의 자연공간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콘텐츠의 영역도 광활하다. 영화 <Her> <AI> <Never let me go>는 인공지능 인간과 인간의 사랑을 주제로 담았다. 사랑의 감정이 인공지능 인간에게도 같은 형태로 작용하는가를 질문하는 영화다. 나아가 그 불멸의 명제를 인간과 인공지능 인간의 "관계"를 통해 확인시켜 준 영화다

 

인공지능은 정치 영역에서도 활용한다. 이들은 인간 정치인과는 다르다. 욕심이 없고,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정책 설정을 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세계 최초 AI 정치인 이 등장했다. 무한대 정보 저장력과 편견이 없는 성향으로 정치인으로는 최적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한 인공지능 인간은   협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듯하다.

 

언택트 수업도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앞으로는 단순 암기식 교육을 주로하는 과목의 교사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대신 인간 교사는 정서적 지지자, 멘토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현장 교육에서도 많은 교육 혁명이 예상된다. 인간 모든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Singularity 지점이 되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윤리를 만들었다. 무분별한 인공지능이 기본 윤리를 지키지 않아 생길 부작용을 미리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애초에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결국 인공지능 인간도 태어났다. 로봇 윤리 13개 항목이 있다. 그 첫 항목은 로봇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인권 보호다. 어떠한 이유로도 인간을 헤치는 인공지능은 존재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든 로봇도 필요 없을 때는 가차없이 폐기처분한다. 단순 로봇이라면 가능하다. 그러나 영화 속의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인간이라면 크게 다르다. 인공지능 인간에게 딥러닝 기술로 사랑이라는 영혼을 심어 놨을 때 영화 <AI>의 소년 데이비드처럼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은 무한 존재가 가능한 인공 인간과의 관계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인공지능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함은 의무다. 신은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은 인공지능을 창조했다. 인간이 온갖 죄에 빠졌을 때도 신은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 만든 이상 의지대로 선하길 기다렸다. 이제 인공지능이 바꾼 메타 버스시대가 왔다. 인간의 창조물인 인공지능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갖게 된 로봇이 통제 영역을 넘을 수도 일을 터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예상된다.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저자가 말하는 미래 세상은, 인공지능이 초대하는 메타 버스의 세계다인공지능과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미래 세상이 선명히 그려진다. 이제 인공지능 시스템의 선한 영향력을 맘껏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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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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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수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때 대부분 과거 경험을 기준으로 미래의 방향을 결정한다. 실제 경험이나 추체험이나 경험의 형태로 자리 잡은 근거는 한 사람의 앞날을 재편성 한다. 많은 문학 작품에서 만나는 추 체험은 순간마다 어떤 기로에서 선택이 어떻게 미래를 바꾸는지 알게 해준다. 이 책은 꾸준히 책을 읽던 저자가 고전에서 찾은 삶의 지혜를 구체적으로 일러준다. 고전이 주는 추 체험의 감동은 일상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고전을 통해 삶의 방향을 잡았다. 결국 사업체도 성공으로 일구었다. 고전에서 얻은 지혜를 이 책으로 묶었다.

 

총 6장의 대제에 인생의 다양한 주제를 풀었다.

자신에게 이르는 길부터, 사랑이란 무엇인가, 삶의 욕망, 삶의 의미, 마지막으로 행복에 대해서 묻고 답한다. 고전 속에서 삶의 핵심 주제들을 풀어 간결하면서도 선명하게 주제를 도출해 필력이 탄탄한 책이다.

 

자아를 이야기할때 헤세의 데미안은 고전의 대명사 격이다. 데미안의 서문에는 이미 우리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라고 말 하며 시작한다. 끝없는 삶의 여정은 나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행복도 불행도 남의 탓이 아니다. 내가 발견하는 것이고 나로 인해 나타나는 과정이다. 마지막 길에 당도하기 전 까지는 모든 길이 과정이다. 과정 속에서 성장과 후회를 반복한다. 그래서 삶의 여정이라고 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고 있어.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자신의 능력을 믿고 묵묵히 나아가는 인간의 길을 말하고 있다. 해결 할 수 있는 능력도 파괴될 위험도 모두 자신의 능력 안에 있음이다. 그저 자신의 길을 가는 인간의 여정을 저자는 소설 데미안을 통해 보여준다.

 

그 사람을 드러내는 것은 그가 어떤 책을 읽느냐를 보면 된다고 한다. 프랑스 실존문학의 거장 사르트르는 어릴 적부터 책에 둘러 쌓여 살았다. 아버지가 사망 후 엄마와 외가에 들어간다. 학자였던 외할아버지의 서재는 내향적인 사르트르에겐 최상의 놀이터였다. 글을 몰랐을 때는 책장을 넘기고 책을 만지는 감촉을 사랑했다. 상상으로 지어낸 이야기로 읽는 흉내를 내며 독서를 갈망했다. 그런 사르트르의 즐거움은 독서광으로 발전했고 책 속에서 무수한 인물과 상황을 만나고 경험한다. 그의 사고의 확장은 학문과 문학을 파고드는 즐거움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한 사람의 문학의 거장이 탄생한 연유도 어릴 적부터 책을 가까이 함으로써 가능했다. 누구나 자신의 길이 있다. 저자가 사르트를 부른 이유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사실을 사르트르 경험의 예로 보여준다.

 

알랭 바디우는 진정한 사랑이란 공간과 세계와 시간이 사랑에 부과되는 장애물들을 지속적으로, 간혹 매몰차게 극복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잠시 흥분되고 뭐든 할 것 같은 일시적 감정을 흔히 사랑이라고 착각 할 때가 있다. 그 순간이 아니면 영영 달아날 것 처럼 위태로운 감정의 고조를 사랑이라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이 문장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여우가 말한다. 내 비밀은 이런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너의 장미꽃을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꽃을 위해 쓴 시간 때문이란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여우의 입을 빌려서도 보여준다. 사랑의 장애물을 지속적으로 매몰차게 극복해 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한 말처럼 진정한 사랑은 고난을 함께 해쳐 나가는 지속성에서 완성 된다고 강조 한다. 사랑의 지속성, 어쩌면 그 완성을 위해 인간은 끊임없는 실패에도 다시 일어서고 화해하는지도 모른다. 지속성 없는 사랑은 한 순 간의 열망처럼 헛헛하다.

 

누군가 삶의 의미를 묻는다면 당장 뭐라고 답할까 생각 해본다. 그것을 깊이 생각 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있다. “나는 타인의 행복에도 책임이 있다.”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공감 가는 문장인데 내가 먼저 한 말이 아니라는 게 아쉽다. 누가 선수 쳐서 글로 표현해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엄청난 뜻이 있다. 내 행복도 갈피를 못 잡는 마당에 내가 타인의 행복에도 책임이 있다니... 언뜻 오지랖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다시 깊이 생각해 보니 오늘 내 행동과 말이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지 말 해주는 핵 폭탄 같은 문장이었다. 보편적으로 상대로 인해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 하지만 나의 존재가 남을 행복하게 할 수도 불행하게 할 수도 잇는 책임이 있다니 오늘의 나를 다시 한번 추스려본다. 세상은 그렇게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습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이 한 말이다.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 수용소에 갇힌 빅터 프랭클은 살아서 다시 아내를 만나야 한다는 소명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사선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생명을 유지했다. 이렇듯 소명이나 삶의 의미를 기진 자는 죽음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인생을 지탱하는 힘을 생의 의미 찾기를 주장했다. 로고 테라피 창시자 빅터 프랭클은 삶의 의미란 인간을 지탱해주는 혼임을 온 몸으로 증명했다.

 

고도를 기다리며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야한다. 권태로움 가운데에서의 기다림, 고도를 구원의 대상으로 여겼던 기다림, 그러다가 결국 인생 자체에 대한 염증으로 여겨졌던 기다림, 그런 기다림을 견뎌낼 수만 있다면, 약간은 권태롭더라도 버틸 수 있는 삶이다. 진정한 기쁨은 조금은 지루하더라도 이런 분위기 속에만 깃들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기다림 속에 매일 반복되는 지루함이 우리 삶이다. 행복과 불행이 수시로 교차하며 누군가 행운의 구세주처럼 나타날거라는 막연한 희망만이 우리의 사치품처럼 존재한다. 시간이라는 것이 있음으로 우리는 또 기다리며 삶과 죽음을 향해 한 발씩 내딛는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바로 나 자신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고전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 주었다. 이 책은 내가 어떤 태도로 오늘을 일구어 가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해주었다. 나도 고전을 좋아하기에 저자가 풀어 놓은 고전 속의 해석과 내 생각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컸다. 저자는 삶이 늘 아름답지만은 않더라도 어떻게 내 삶을 가꾸어야 할지 고민하라고 한다. 그런 고민을 더 지혜롭게 풀 수 있는 방법으로 고전을 가까이 하길 권한다. 저자의 권유가 너무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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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
성지혜 지음 / 문이당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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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글을 쓰기로 작정한 계기가 있다.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작가로서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여고시절 박경리 작가를 만난 순간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저자의 도발은 즉시 이 책을 읽고 싶게 했다. 존경하는 작가를 만난 순간,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강단성은 그동안 얼마나 소설가의 꿈이 간절했는지 보여준다. 글 한 번 써보자고 대들며 닮고 싶은 작가가 있다는 점은 큰 자산이다. 글 길을 잃고 우왕좌왕할 때 등대가 되어준다. 저자는 박경리라는 거목을 등대 삼아 소설을 빚었다. 소설 속의 외침은 그동안 삶의 역경 속에서도 신앙과 글쟁이로서의 굳은 다짐을 주춧돌 삼아 글 쓰는 삶을 이어가리라 고백한다. 때론 느리게, 때론 몰아치는 숨으로 이야기를 잇는 문체가 무척 신선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느낌을 준 소설집이다.

 

글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게 제목이다. 제목의 의미를 유추해보며 글의 행간을 짐작한다. 그러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슬그머니 글 속에 들어간다. 하지만 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라는 제목은 한참 동안 생각하게 했다. 향수 없는 향수병을 어디에 쓸까. 향수병은 있지만 인공의 향수는 향수가 아니라는 뜻일까. 단순히 향수병엔 향수가 없음을 말하는 걸까.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책을 접했다. 8편의 소설이 담겨있다

 

<나를 이겨라>는 저자가 소설가가 된 계기와 역경을 극복하며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을 이야기한 소설이다. 저자는 여고시절 박경리 작가를 만난다. 그러면서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평소 흠모하는 작가가 진주에 온다는 기사를 접한 저자는 바로 작가를 만나러 갔다고 한다. “저도 선생님처럼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라며 고백한다. 그날 이후로 박경리 작가의 그림자를 쫓으며 소설 쓰는 사람이 되었다. 한 사람의 일생을 가르는 어떤 계기는 드라마 속에 나 나오듯 극적 순간 같아도 이런 현실은 늘 존재한다. 어쩌면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고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일 때도 있다. 저자는 대작가들로부터 작가의 소질을 인정받고 몇 개의 필명까지 받는다. 결국 현재의 필명 지혜는 기도 중에 하나님께 받은 은사의 선물이다. 삶의 중간에 시들병이라는 무기력에도 빠졌다. 글쓰기에 큰 위기가 왔다. 결국 저자는 신앙심으로 극복하고 나를 이겨라라는 박경리 작가의 덕담을 가슴에 새긴다.

 

파란색 보석하면 사파이어를 떠올린다. 파랗다 못해 멍든 푸르름을 머금은 청량감이 일등이다. 터키석 또한 파란색이다. 사파이어에 흰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린 듯 조금 연한 파랑이다. 향수와 보석은 여자들 취향 중에 조금은 고급 진 부류에 속한다. 향수야 그렇다 치지만 색상 별로 온갖 의미를 지닌 돌덩이에 경제적 가치를 지닌 로망의 물건이다.

터키석의 파란빛을 사모한다는 새미는 남편이 터키 출장길에 사 온 터키석 두 알을 선물 받는다. 보석과 향수, 살아가는데 필요하진 않지만 만족감을 주는 물건이다.

보석을 좋아하는 새침데기 성향의 새미가 모으기 시작한 향수병, 빈 향수병을 모으기 위해 값비싼 향수를 사는 새미 취미의 원인은 가족력에서 기인한다. 윗대로 냄새를 풍기는 체질 때문이다. 역겨운 냄새를 감추기 위해 향수를 사 모으기 시작했고, 급기야 향수병의 고급 진 외양에 빠진다. 새미는 전통 물품을 파는 세계 곳곳을 찾아 헤맨다. 진품이나 모조품을 가리지 않는다. 문양의 미에 빠진 새미의 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 향수가 없는 향수병은 빈 병이다. 빈 향수병이 가득한 집에 부부의 애정이 머물지는 않았다. “인간은 누구든지 자신만의 향기를 지녔잖아. 냄새가 싫다고 스스로 고립시키면 사람 사귐도 순조롭지 못하고 외톨이로 살아가기 마련이거든.” 남편의 충고는 향수병에 집착하는 아내의 수집병에 대한 충고였다. 새미 특유의 냄새에 사랑의 코가 멀었다는 남편, 수술로 특유의 냄새가 없어진 새미를 대하는 남편의 흔들리는 마음, 냄새를 그대로 물려받은 딸 토리의 결심, 이들은 냄새로 인해 향수를 접했다. 그러면서 차츰 인간에게 풍기는 진정한 향수가 무엇인지 알아간다. 결국 이젠 진정한 향수를 지녀야지라며 예루살렘 부활절 대축제 순례 여행을 계획한다. 나의 향은 무엇일까. 나만 모르는 향이 있고 모두 다 아는 향이 있을 터이다. 뿌리지 않아도 풍기는 자연스렁 향, 나만의 향이 좋은 향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결을 향한 단상>에서는 다솔이, 엄마의 자궁에서 잉태되어 느끼는 숨결로 시작한다. 그는 세상에 온갖 의구심을 품고 바람과 함께 거리를 떠돈다. 바람과 함께 성장하는 다솔, 제주도의 하르방을 보고 돌의 숨결을 느낀다. 앙코르 와트에서는 세월의 이끼가 돌의 문양과 어우러지는 신비스러움을 본다. 자연의 품에서 떠돌다 갈릴리 호숫가에 도착해 성인식을 치른다. 다시 돌아온 다솔은 정착하기 위해 지리산 토굴에 둥지를 튼다. 움막을 짓고 채소를 가꾸며 연명을 하지만 인간적인 욕망은 잠재울 수가 없다. 결국 다솔은 세상으로 나와 결혼식을 치른다. 갈릴리 호숫가에서 성인식을 함께 했던 나탈리의 구애로 다솔은 사랑하는 여인과 둥지를 튼다. 이렇게 항시 너를 지키는 눈동자가 있다"라는 엄마의 충언은 아들에게 현실이 되었다.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순간 홀로 견뎌야 한다. 탯줄을 벗어난 인간은 독립적이다. 그 이치를 알아버렸나. 다솔의 여정은 생에 대한 온갖 의문으로 시작한다. 맨몸으로 겪고 느낀다. 인간은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혼자 살 수 없다는 이치를 깨닫는다. 다솔은 생에 육신과 영혼의 합일을 가져온 아내를 만났다. 저자는 결국 완전한 삶은 다솔이 도착한 지점임을 보여준다. 도착점은 다시 시작점이 되지만, 찾고 구하며 자신의 길을 나가는 이 일이 인생임을 말한다.

 

저자는 각각의 작품에서 이상적인 삶을 분주히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렇게 소설을 누비며 드러나는 저자의 숨겨진 욕망은 어쩌면 나의 욕망과도 같았다. 글이라는 거울을 통해 비춘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다독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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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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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 좋은 산문은 유리창 같다라고 했다. 그런 글은 활자 사이를 비집고 반사되는 세세한 감정이 문장속에 살아있다. 이 글은 산문에 시의 옷을 입은 일기장같은 고백서다. 이 여정에 저자는 여행하듯 찾아와줄 독자를 기다리며 초대장을 내민다. 그러면서 깊은 밤중의 시간을 허락해 주기를 부탁한다. 저자가 독자에게 밤중의 시간을 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명한 자신을 만날 수 있는 밤에라야 적나라하게 내면을 비출 수 있기 때문일까. 이렇게 민낯을 한채, 한껏 푸릇한 시어의 세계에서, 세상을 담은 마음의 조각들이 늘때마다 저자는 속엣말을 토해냈다. 관계와 대화, 독백으로써 끊임없이.

 

그러면서 문장이란, 한 사람의 독자를 향한 화살임을 고백한다. 저자가 쏘아올린 고백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이를테면 이런 독백의 문장들이다.

당신의 시선이 머물 때 나는 무겁게 가라앉고 비로소 땅을 딛고 설 수 있다.” 수 백 번의 호의 보다 빚어 낸 문장의 온도를 함께 느껴줄 단 한 사람의 독자, 그들로 인해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작가로서 존재할수 있는 힘의 원천을 드러내며 글의 심지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가늠하게 하는 문장이다. 글을 읽다 보면 저자의 역사가 보인다. 정형화된 프로필과는 다른 내면의 역사다. 활자 사이에는 비집고 묻어있는 고유한 향기가 있다.

 

가슴속에 맴돌던 이야기를 삼키는 게 어른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어 보니 아니다. 일그러진 마음까지도 꺼낼 용기를 가질때이다. 미성숙한 어제는 안으로만 삭이며 혼자 이해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어른이 되는일은 드러내며 자신과 타인의 모난 구석까지 마주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 때라고 말한다, 나날이 성숙해가는 관계를 꿈꾸는 저자의 마음이 드러난다.

 

한 존재를 발견한 뒤 차츰 시간은 그대로도 충분했던 서로에게 틈을 만든다. 그러면서 발명에 집중하게 된다. 저자는 상대의 좋은 점을 끊임없이 발견해가는 과정이 위대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빛바랜 사랑은 어느샌가 넘치는 무언가 발명하기를 갈망한다.

더 이상의 발견거리를 만들지 못하는 사랑은 유효기간이 지났음을 선고한다.

발견과 발명, 이 간극이 사랑과 이별의 거리임을 저자는 말한다. 끊임없이 한 존재에 대한 의미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은 무르익고 유지된다는 뜻일터이다.

 

오해를 이해라 믿으며 자신을 숨기고 보이는 것은 유추할 수 있는 단서 쪼가리에 불과할 뿐, 내면의 나는 감춘 채 살았던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젠 훌훌 털고 맨얼굴로 살고 싶다는 저자의 넋두리도 보인다. 무더위는 그림자까지 쓸고 가버리고 가을은 또 세월을 달고 온다. 여름을 보내면서 저자는 무심히 치달리는 시간을 또 아쉬워한다.

 

소리 내지 않으면, 부끄럽다고 아픈 표정을 숨기면 다시는 누구의 부축도 받을 수 없다는것을 저자는 알아버렸다.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 여기 있음을 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의무와 체면, 상황 때문에 나를 누르고, 정제된 모습의 나로 살아야 하는 것은 타인도 마찬가지다. 목울대를 누르는 책임감의 무게 앞에서 때론 벗어나고 싶은 본심을 그대로 뱉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오히려 만족감 이상으로 당혹감도 클 것이다. 타인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쌍방의 자유는 부딪힌다. 결국 나와 타자는 같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어떤 무게를 피하고 싶을 때는 반은 견디고 반은 호소한다는 기준이다. 그러다 보면 타인 또한 힘들어도 애쓰는구나라는 동지의식으로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함께 할 수 있으리라.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며 내 자유를 누리는 최선의 방식이 아닐까 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무르익는 세계란 끝엔 늘 몇 줄의 문장이 남겨진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숱한 새벽의 응답을 다시는 의심하지 않는다 라며 기도한다. 이렇게 저자는 타자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작가의 소명으로 끊임없이 문장을 엮겠다고 선언한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을 마주할 때가 있다. 환경이 변하고 시간이 흘러도 벗어 날 수 없는 일이다. 생을 연명하는 일과,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일, 이 두 가지는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자는 한때 쓰는 삶이 세상에서는 청승이 되어버릴지 모른다라는 아버지의 충고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쓰는 일이 '낭만'이라는 이유에서다. '낭만'을 사전에서 찾아 보았다.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라고 한다. 살기위해서는 필수인 경제적 뒷받침, '어쩔 수 없음'인 글쓰기는 불안정한 삶이라고 여긴다. 그런 연유로 딸이 안고 살지도 모를 경제적 곤궁까지 염려한 아버지 사랑의 표현 방식이었을 터이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걱정의 한 부분이다.

 

나는 늘 누군가 나를 발견할까 봐 두려웠고 막상 아무도 나를 발견해 주지 않으면 서러웠다.” 이 문장은 커티스 시튼펠트의 책에 나온다. 저자에게 영혼의 문장으로 다가와 영원의 문장이 되었다고 한다. 침잠한채 책을 좋아하고 쓰는 일로 희열을 느끼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모습임을 직감했다. 숨어있으면서도 발견되길 바라는 숨바꼭질의 기억, 아슬아슬한 술래처럼 영원을 견디는 심정이었을까. 깊은숨이 몰아치는 화살같은 문장이다.

 

그러면서 더 이상 가면 놀이는 하지 않겠다며 끊임없이 나다움을 찾아간다. 쓰는 기쁨, 그 이상의 즐거움을 찾지 못했다는 저자다. 천상 작가로서의 숙명이 유리창에 비친다. 내면 밑에서 문장으로 건져 올리는 고백에 저자는 점점 더 무르익은 과일나무가 되어간다.

그러다가 돌이켜 보면 언제나 모든 건 기적이었고 축복이었다.”라고 회상한다.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면 아쉬움이 된다. 저자 또한 일상이 기적임을 자각한다. 나 또한 사랑하는 이를 만나 지금의 내가 있고,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오늘이 기적이다. 일상은 무수한 기적의 순간이 모여 평면으로 보일뿐이다.

 

쓴다는 건 읽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다. 저자는 기다리면서 어찌 쓰지 않겠냐 반문한다. 문장을 읽어줄 단 한사람의 독자를 기다리는 일은 쓰는 시간만이 가능하다. 저자는 이렇게 벗어날 수 없는 쓰는자의 허밍을 키보드에 싣는다. 밤으로 초대한 투명한 활자들이 유리창에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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