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지막 순간 - 삶의 끝, 당신이 내게 말한 것
브렌던 라일리 지음, 이선혜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의 마지막 순간'

'삶의 끝, 당신이 내게 말한 것'

'불완전하기에 눈물겹고, 포기할 수 없기에 더 절실했던 한 내과의사의 가슴 뭉클한 고백'

책 표지에 있는 제목과 부제목이 관심을 끄는 책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동경하는 나에게 의사에 대한 책은 언제나 관심을 끄는 대상이다.

불완전함과 포기할 수 없음을 인정하며 눈물과 절심함 속에서 의술을 펼치는 내과의사의 고백이라는 부제목에서 진솔한 내용을 기대하며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인 브레던 라일리 의사는 매우 유명한 미국 내과의사이다.

라일리 의사의 병원 근무 모습이 미국 TV 드라마 'ER'의 소재와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드라마 'ER' 을 몇 번 흥미롭게 본 적이 있었는데, 라일리 의사가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된 내용이다.

라일리 의사는 현재 의사가 된 지 40여년이 지났다고 하니 나이와 연륜이 매우 많은 의사이다.

그는 하루 24시간, 일주일에 7일을 의사로서 임무에 헌신하는 보기 드문 구식의사라고 한다.

책에서도 라일리 의사의 아내는 '내 남편은 영원한 인턴'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이 쓰여있다.

저자에 대한 소개글만으로도 저자가 얼마나 대단한 의사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이 책에 담겨진 내용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책은 '1장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2장 선택이라는 두려움', '3장 삶의 끝, 당신이 내게 말한 것' 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에 라일리 의사가 뉴욕의 대학병원에서 2010년 겨울 2주 동안 겪었던 일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2장에서는 1985년에 있었던 일들을 다루고 있다.
각 장의 제목들은 질병과 싸우는 의사와 병원의 모습을 잘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사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고자 노력하며, 진단 후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그 선택이 최선이고 최적인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며, 죽음을 앞 둔 환자와의 교감과 소통속에서 삶에 대한 의미를 생각할 것이다.

의사로서의 삶과 고뇌,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의 태도와 진단과 치료, 병원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들, 환자의 투병 모습들이 사실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잘 기술되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얼마나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이며 부지런한 사람인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라일리 의사는 의술에만 전념하여 살아가는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의사였으며 의사로서의 삶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보여주는 365일 24시간 진짜의사로 근무하는 모습들,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고뇌의 흔적들, 의학과 주변 학문에 대한 학습 내용들을 보면서 의사외의 다른 삶은 라일리 의사에게 자리잡을 여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소박하고 절제된 삶을 살아라. 그리하여 너의 일에 온 힘을 쏟을 수 있도록 하여라. 의학은 시기심 많은 연인과 같아서 열정을 다 바치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는다.(윌리엄 오슬러 경)'

라일리 의사는 자신이 존경하는 윌리엄 오슬러 경(캐나다 의사, 1849∼1919)의 말씀을 평생동안 실천한 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기술된 병원에서의 모습은 사실적이고 매우 구체적이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복잡한 현상의 원인을 찾으려고 할 때 가장 단순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대부분 정답이다. 어떤 하나의 원이이 주어진 현상을 속속들이 설명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인 여러 원인보다 설득력이 있다.(오컴의 법칙)'

오컴의 법칙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법칙으로 보였다.

 

이 책에는 미국 의료제도에 대한 비판 의견이 많이 기술되어 있다.

환자 처리 수에 수익이 결정되는 포괄 수가제 적용의 단점을 지적하고(p.42), 불필요한 고액의 검사와 값비싼 신약 처방을 하는 의료 행태를 지적하고(p.53), 과잉 검사와 과잉 진료의 문제를 지적하고(p.55), 경제 논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의료 시스템을 지적하고(p.69), 응급 의료 센터가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p.82) 환자를 위한 진짜 의사들이 의술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갈망하는 라일리 의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라일리 의사가 말한 의료계의 지적은 모두 공감이 되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습만을 기술한 것이 아니라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고민하며 지적하는 진짜 의사의 솔직한 자서전적인 책이었다.  

 

질병에 걸린 여러 환자들의 치료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에서 증상을 보고서 정확한 질병을 진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많이 느낄 수 있었고, 많은 질병의 종류에 의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어려운 직업인가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집중 치료실 환자들이 1일 평균 필요로 하는 중요한 처치가 178건에 달하고, 이 가운데 99%는 제때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한 집중 치료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환자 한 사람당 평균 1.7건의 실수가 발생하며 그 가운데 29%는 심각하거나 치명적인 상해로 연결될 소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p.74)'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적 스트레스 강도가 얼마나 심한가를 느낄 수 있는 조사 결과였다. 

 

'전통적으로 의사들은 교육과 수련 과정에서 완벽하기를 강요받고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면서 무과실성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완벽하고자 하는 야망은 터무니 없다.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인간이고, 실수를 범한다.(p.75, p.79)' 

질병 치료에 있어서는 완벽성이 꼭 필요하겠지만,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실수를 범한다는 말은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경험이 풍부한 교사는 교육이 세부적인 것까지 통달하게 하는, 인내심을 요한느 과정임을 안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 나무만이 아니라 숲 전체를 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나무를 통해 숲을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

 

'의사라는 단어는 가르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어근 docere 에서 파생되었다. 의사는 환자를 가르치고 환자들도 의사에게 가르침을 준다.(p.123)'

 

'의사들은 후회에 대해 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의사들이 후회를 피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주말에 동료를 대신해 진료하는 의사들은 환자의 진짜 의사가 돌아올 때까지 중요한 결정을 미루고, 반드시 행동을 취해야 할 때 자문 의사들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후회를 희석한다.(p.247∼250)'

 

'지혜로운 늙은 부엉이 한 마리가 참나무 가지에 앉아 있다. 부엉이는 더 많은 것을 볼수록 더 조금 말했다. 그리고 더 조금 말할수록 더 많은 것을 들었다. 나도 그 지혜로운 늙은 부엉이를 닮고 싶다.(P.256)' 

 

이 책은 의학 관련 책이지만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참 좋은 내용이 많이 있었고, 이러한 좋은 내용들을 학습하고 실천하고 알리는 라일리 의사의 열정과 부지런함에 존경심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의료 현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진짜 의사가 고뇌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 책의 내용과 같은 한국의 의료현실과 진짜 의사의 삶을 기술한 책이 있을까?

아마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책을 통해서 한국의 진짜 의사의 삶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많은 의사들과 의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서 자신의 의사로서의 삶을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고 진짜 의사가 되는데 동참하여 우리 사회에 존경받는 진짜 의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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