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람 표류기 - 주강현 박사가 한 권으로 풀어 쓴 우리 대표 표류기
주강현 지음, 원혜영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표류기라고 하면 조선시대 제주도에 왔던 하멜이 쓴 표류기가 생각이 나고, 쥘 베른 작가가 쓴 15소년 표류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외국 사람이 주인공인 표류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조선 사람들의 표류기도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최부의 중국 표류기 '표해록', 김대황의 안남국 표류기 '표해일록', 장한철의 유구국 표류기 '표해록', 문순득의 여송국 표류기 '표해시말'이 조선 사람들의 표류기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폭풍우와 풍랑에 의해서 표류가 발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이었을 것인데, 너무나 외국 문화에 젖어서 살다보니 우리 조상들의 표류기에 대한 역사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저자는 제주대 석좌교수로 민속학, 역사학, 인류학, 해양학을 연구하는 인문학자라고 하는데, 조선 사람의 표류기의 저자로서 매우 적합한 학문적 이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부의 '표해록'은 중국 역사상 3대 기행문의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표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표류는 갑자기 떠나는 여행이다'

'표류는 가장 흥미진진한 모험이다'

'표류는 새로운 세상이다'

 

표류를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예찬한 말들이다.

망망대해에서 표류를 했을 때 과연 이와 같이 표류를 예찬한 말이 생각이 날까?

아마도 표류를 하다가 살아서 돌아왔을 때에만 지나온 표류 생활에 대해서 예찬의 말이 나올 것 같다.




최부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가기 위해서 험난한 날씨 속에 무리하게 배를 띄운다.

결국 배는 성난 바람과 파도에 침몰할 위기를 만나고 가까스로 중국에 도착한다.

해적을 만나고, 왜구로 의심받고, 주민에게 폭행을 당하지만 최부의 뛰어난 한문 실력 덕분에 조선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표류 후 다른 나라 사람을 만났을 때는 한자를 써서 말을 주고받는 필담이라는 소통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북경으로 가서 중국황제를 만나고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저자는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표류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포자기 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이긴 최부라는 지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최부가 표류하면서 지나온 여정을 보니 지금 시대에 여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먼 거리이다.

타국에서 표류  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위기 속에서 보냈을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험난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낸 최부의 의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대황의 표류기는 여행을 느끼게 해준다.

김대황은 숙종시대 왕에게 진상할 말을 싣고 제주에서 출발하여 추자도로 가는 도중 갑자기 만난 폭풍우로 표류하게 된다.

한달간을 바다에서 떠돌다가 안남국(지금의 베트남)에 도착한다.

해적으로 오인되는 위기를 극복하고, 안남국 왕과 사람들의 도움으로 안남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구경을 한다.

네달 정도를 안남국에서 보낸 후 안남국 왕의 도움을 받고 조선으로 향하게 된다.

조선, 중국, 안남국의 서로에 대한 이해, 배려, 의리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느끼게 한 표류기이다.

김대황이 조선으로 향하고자 했을 때 일본 상인들은 조선사람이 배에 타는 것을 거절했고, 중국  상인들이 뱃삯과 수고비를 받는 조건으로 조선사람을 배에 태워주었다고 한다.

김대황의 안남국 여행기를 통해서 그 당시의 베트남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장한철의 표류기는 리더십을 느끼게 해주는 표류기이다.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장한철은 제주에서 한양으로 대과 시험을 보기 위해 배를 타고 가다가 추자도에서 갑자기 만난 폭풍우로 표류를 하게 된다.

김대황과 장한철은 모두 추자도 부근에서 표류를 시작하게 된다.

추자도는 제주도 위에 있는 섬이다.


표류하는 배에서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표류하는 배뿐만 아니라 경영난에 처한 회사, 위기에 직면한 조직에도 일맥상통하다고 할 수 있다.

장한철은 표류 과정에서 일행들에게 희망을 주며 훌륭한 리더 역할을 한다.
이것은 장한철의 많은 독서에 의해서 기인한 것으로 특히 책을 통해서 세계지리를 이미 익히고 있었기 때문에 배가 어느 방향으로 가든지 사람사는 곳에 도착할 것이라고 장한철은 확신했다.

장한철 일행은 유구국의 어느 섬에 도착하여 살아간다.

유구국의 어느 섬에 살면서 왜인들에게 약탈을 당하기도 한다.

장한철 일행은 명나라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안남국 상선을 타고 일본으로 향한다.

하지만 일본으로 가는 도중에 다시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게 되고 청산도에서 구조 된다.

그 뒤에 다시 제주로 돌아온 장한철은 꼼꼼하게 표류기를 썼다고 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과 주변 사람을 추스려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한 장한철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표류기였다.




문수득의 표류기가 가장 글로벌하다고 할 수 있다.

1801년 홍어 장수 문순득은 배를 타고 소흑산도로 향하다가 강한 바람을 만나 표류하게 된다.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열흘만에 유구국의 어느 섬에 도착한다.

일본인에게 경제적으로 약탈을 당해온 유구국 사람들은 조선인에게는 친절하고 관대했다.

문순득 일행은 중국을 거쳐 조선으로 가기 위해서 유구인, 중국인들과 함께 중국으로 가는 배틀 탔다.

그러데 또 강한 바람을 만나 표류하게 되고 여송국에 도착한다.

여송국은 지금의 필리핀이다.

유구인들은 문순득과 사내아이 1명과 중국인들을 여송국에 남겨두고 나머지 조선인들과 떠나버린다.

여송국은 연끈을 만들어 유구인들에게 장사를 하여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순득은 마카오와 중국을 거쳐서 조선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표류의 과정은 외롭고 험난하지만 표류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표류는 여행이 될 것이다.

반대로 표류 과정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면 이는 자연재해로 인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표류에서 살아남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각 표류기 뒷 부분에 '표류기에 없는 뜻밖의 이야기'를 통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13세기에 안남국 왕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고려 여인과 결혼하여 살았고, 조선 숙종때 남중국과 제주사이에는 이미 국제 뱃길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마카오는 오래 전부터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스님이 인도로 갈 때 출발한 항구가 마카오였고, 조선의 천주교도 마카오에서 전파가 되었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는 마카오에서 공부를 하였다고 한다.

여송국(필리핀)은 스페인의 식민지였다고 한다.

스페인 국왕이름 필립을 따라 필리핀이라는 나라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만 해외에서 표류를 한 것이 아니라 여송국 사람들도 표류를 하다가 제주도에 왔었다고 한다.



네 명의 표류기를 통해서 조선 시대에 바다에서 배를 타는 것이 얼마나 아슬아슬하고 위험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 표류기에 나오는 나라들의 환경, 사회, 문화에 대해서 살짝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표류기는 목숨을 건 숭고한 투쟁의 기록이고, 역사 기록이고, 해외 견문록이고, 기행문이라고 말한다.

우리 선조들의 표류기라는 다소 이색적인 주제를 다룬 이 책을 통해서 역사적 지식과 위기를 극복한 자들의 용기를 함께 배울 수 있었다.

바다에서 표류하는 것은 사회에서 표류하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든 안전한 곳에 정착을 하고 싶어하고 그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현대인의 바램이라 생각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어설픈 배를 타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항해를 떠나고 그 항해 중에 만난 표류라는 위기들을 잘 극복해 낸 최부, 김대황, 장한철, 문순득 처럼 나도 험난하고 살벌하고 예측불허인 사회 생활에서 만나는 위기들을 잘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읽게 해준다면 아이들도 재미를 느끼면서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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