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세계사 -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술이 빚어내는 매혹적인 이야기
마크 포사이스 지음, 서정아 옮김 / 미래의창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한다.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술 보다는 술마시는 자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술을 마셔서 기분 좋은 날도 있었고, 실수를 해서 후회한 날도 있었고, 과음 후 숙취에 힘들어했던 날도 있었다. 


술을 마시면 이성과 감성의 황금비율이 깨어지고, 감성이 지배를 하게 된다. 

그게 술의 매력일 수도 있고 장점일 수도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일 수도 있다. 


'술에 취한 세계사'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관심이 확 올라왔다. 

마치 술에 취해 기분 좋아진 것처럼 책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느껴지고 기분이 좋았다.


이런 책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내용일까 몹시 궁금했다. 

세계사가 술에 취하다니...

 


이 책에는 세상의 술 역사와 문화에 대한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인간의 술부터 동물의 술까지, 고대부터 그리스 로마 시대, 중국, 성경, 게르만족, 이슬람족, 바이킹에 이어서 중세시대까지 술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술에 얽힌 역사를 담고 있다.


내가 예상하고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나는 세계사의 주요 사건 속에 술이 얽혀진 비하인드 역사스토리가 담겨진 책으로 예상하고 기대했는데, 이 책은 술 자체의 역사를 다룬 책이었다.

오히려 제목이 '술의 역사' 또는 '인간과 함께 한 술 이야기'라고 하는 게 더 맞았을 것 같다. 

그래도 술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는다는 것은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으로서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열네 살부터 조사해 온 술, 음주에 대한 결과물을 집대성한 책이다. 

술의 역사와 함께 술과 관련된 인간 문화의 역사를 보여준다. 

술과 술꾼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알코올은 자연발효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자연에 존재했고, 동물과 인간은 자연에 존재하는 술을 자연스럽게 마시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술 속에는 자연이 있었다.


빗물과 벌꿀이 폭풍우 속에 2:1의 비율로 섞이면 발효가 일어나 벌꿀술이 자연에 존재하게 된다고 한다. 

과일도 발효되어 술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동물도 인간도 술과 가까이 할 수 있었다니 참 재밌는 현상이다. 


저자의 조사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술과 관련된 역사, 과학, 문화에 대한 조사 범위와 양은 참으로 방대하다.


고대 사회에는 여성들도 술을 많이 마셨다.

여성과 남성 사이에 술에 대한 차별은 없었고, 오히려 술에 양성평등은 잘 유지되고 있었다. 


술에 대한 긍정의 기능도 표현되어있다.


"알코올이 인류에 끼치는 영향력은 인간 본성의 신비로운 기능을 자극하는 능력 때문이다. 대체로 인간 본성은 정신이 맑을 때 냉엄한 현실과 메마른 비판에 짓눌린다. 인간은 맑은 정신일 때 폄하하고 차별하며 부정한다. 술에 취하면 후해지고 협동하며 긍정한다. 알코올은 실제로 인간의 긍정 기능을 효과적으로 촉진한다. 취기는 사람을 얼마 동안이나마 진실하게 만든다. 취한 상태의 자각은 신비로운 자각의 일부이며 우리가 그런 상태에서 도출한 견해도 전반적인 자각 상태에서 도출한 견해의 일부로 간주되어야 한다.(p.73)'


술이 가진 긍정 기능의 칭찬 글을 읽으니 반갑다.


술에 대한 역사가 이렇게 다양하고 세세하게 존재하고 있음이 책을 읽을수록 놀랍다. 

술을 즐기고, 술을 숭배하기까지 한 여성들이 많았다는 내용은 놀라움을 준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포주의 신인 디오니스소를 숭배하는 여자들이 있었고, 이들은 산에 올라가 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며 디오니소스를 모셨다고 한다.(p.77)


역사 속 유명인들 중에 애주가가 많았다.

플라톤도 술을 좋아했고, 소크라테스도 좋아했다.

소크라테스는 말술을 마시고도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플라톤은 음주가 운동과 같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처음 술을 마시면 기분이 몹시 나빠지고 고통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훈련을 거듭하면 술을 마셔도 끄떡없다. 술을 많이 마셔도 몸가짐을 바르게 할 수 있으면 이상적인 인간이다. 여럿이 술을 마실 때 흐트러짐 없는 태도를 유지하면 자신이 이상적인 인간임을 만방에 알리는 셈이다. 과음한 상태에서도 자제력이라는 훌륭한 덕목을 발휘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p.79)"


적당히 마시는 술에 대한 장점은 곳곳에 나온다.

아마도 이런 내용은 술을 약간 예찬하는 것 같다.


"신중한 사람들을 위해 나는 크라테르를 세 통만 준비한다. 첫번째는 건강을 위해, 두번째는 사랑과 쾌락을 위해, 세번째는 숙면을 위한 것이다. 세번째 크라테르가 끝나면 지혜로운 자들은 집으로 돌아간다.(극작가 에우볼로스, p.87)"


여성이 술과 항상 친했던 것은 아니다. 

로마시대에는 술을 마시다가 잡힌 여성을 사형에 처하는 법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 여성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서 약간이라도 부정적인 느낌을 갖는 이가 있다면 이것은 여성에게 술을 금하던 역사의 영향을 받은 것일 것 같다. 


영화 기생충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는데 그 영화 제목이 연상되는 내용이 있었다.


"로마시대에 돈은 넘칠 정도로 많았는데, 그 돈은 사회 최상층에 흘러들어갔다가 아래로 내려갔다. 누구든 조금이라도 부유한 생활과 포도주를 맛보려면 후원자를 찾아 그 사람에게 붙어살아야했다. 기생충의 행태와 비슷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공공연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돈이 있는 후원자와 아첨을 잘하는 객식구가 존재했다. 자신의 존엄성을 팔아치울 준비만 되어 있으면 그 대가로 산해진미와 훌륭한 포도주를 즐길 수 있었다.(p.118)"


과거에 포도주는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 술이었고, 이에 비해 맥주는 일반인의 술이었다. 

고대에도 중세에도 마실 물이 안전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맥주를 물 대신 즐겨마셨다고 한다. 

맥주가 없을 때 물을 마셨다고 하니 지금과는 많이 다른 환경이었다. 

예전에는 보리와 물로 만든 에일 맥주가 있었고, 요즘과 같은 진짜 맥주가 만들어진 것은 중세시대에 홉(hop)을 에일맥주에 넣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술에 대해서 예찬하는 것만은 아니다.

책 곳곳에 술로 인한 폐해를 보여주기도 했다.

술의 역사는 타락, 불경, 살인, 폭력 등과도 함께 했음을 말해주었다. 


이 책에서 언급된 아시아는 중국뿐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책 속에는 다양한 술의 종류와 기원이 설명되어 있다.

포도주부터 시작해서 맥주, 진, 증류주, 럼, 위스키, 보드카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주막, 선술집, 맥줏집, 펍과 같이 술을 마시는 장소에 대한 역사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 술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이 책은 어떤 사람들에게 흥미로울까?

당연히 술을 좋아하고 술을 즐겨마시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준다. 

내가 마시는 술이 어떤 역사로 탄생해서 사람들에게 찬사와 비난을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술에 대한 상식도 넓혀주는 책이다.


술을 좋아하고, 역사를 좋아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술 속에는 자연이 있고, 본능이 있고, 감성이 있고, 

자연스럽게...

술을 대변하는 말인 것 같다.

자연과 함께 자연스럽게 탄생한 술을 마시다보면 자연히 취하게 되어 인간은 자연의 하나가 되는 것 같다. 


재밌고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술에 취한 세계사 독서후기 포스트는 미래의창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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