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슐라르(1884~1962)는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을 제시한 사람이다. 그는 모두가 천동설을 믿어 의심치 않던 시절에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에 비견할 만하다. 생각해 보라. 지동설은 단순히 "지구는 태양계 속의 한 혹성에 불과하고 태양의 인력권 안에서 주기적인 궤도를 따라 돈다."라는 단순한 과학적 발견의 주장이 아니다. 그것은 그때까지 쌓아온 인류의 문명을 뿌리서부터 뒤엎는 사건이었다.
-알라딘 eBook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 살림지식총서 182> (홍명희 지음) 중에서 - P3
그 결과 비합리적인 요소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자리를 내어준 채로 합리적 이성의 방해물로 취급받기에 이르렀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이미지나 상상력을 인간의 정신활동 중에서 가장 무익한 것으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피하고 제거해야 할 것으로 생각해 왔다.
-알라딘 eBook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 살림지식총서 182> (홍명희 지음) 중에서 - P4
이원론적 변증법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제3자 배제의 원칙에 있다. 이것은 제3의 해결책을 배제시키는 양분 논리, 즉 모든 것을 절대 참 아니면 절대 거짓으로 양분하는 해결책이다. 단적으로 말해, 서구 사상사에서 인간의 정신에 적용된 이원론의 두 축은 이성과 감성이었다. 그것은 참의 세계와 거짓의 세계를 대표하는 두 요소로 구분된 이원론이다. 즉, 진리와 선으로서의 이성과, 거짓과 오류의 원천으로서의 감성의 양분인 것이다.
-알라딘 eBook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 살림지식총서 182> (홍명희 지음) 중에서 - P5
그 결과 서구 사회에서 상상력은 오랫동안 ‘거짓과 오류의 원흉’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미지는 현실적인 실체가 아니라 플라톤의 이데아(Idea)처럼 ‘감추어진 현실’을 왜곡하고 기만하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다.
-알라딘 eBook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 살림지식총서 182> (홍명희 지음) 중에서 - P5
그러나 오늘날 이미지와 상상력의 위상은 그때와는 180도 달라져 있다. 상상력이야말로 오히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 능력이자 소중한 능력이고, 이성의 발달조차도 사실은 상상력의 활동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알라딘 eBook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 살림지식총서 182> (홍명희 지음) 중에서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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