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존재자라고는 아무것도 떠맡지 않는 익명적 존재, 존재자들(étants)도 존재들(êtres)도 없는 존재, 끊임없는 ‘소란‘, 블랑쇼의 은유를 다시 쓰자면, ‘비가 온다(il pleut)‘, ‘밤이다(il fait nuit)‘ 등과 같은 비인격적인 있음이다. 이 있음은 하이데거의 ‘있음(es gibt)‘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 용어는 독일어 표현 ‘있음‘을 번역한 것도 베껴 쓴 것도 아니며, 독일어 표현이 가진 풍성하고 고귀한함의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 P10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있음자체가 기술되며 그것의 비인간적인 중립성(inhumaine neutralite)이 강조된다. 이 중립성은 바로 자기 정립 속에서 극복된다. 자기정립 속에서, 부정보다 더 강한 존재(l‘étre)는 말하자면 존재[자]들(les êtres)에게 복종하며, 존재(existence)는 존재자(existant)에게 복종한다. 이 책 『존재에서 존재자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밝혀보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자기 정립, 자리 잡기이다. - P11
존재하는 것(ce qui existe)과 그것의 존재(existence) 자체 사이의 구별, 즉 명사를 통해 지칭되는 개별자, 유(genre), 집단, 신등등과 그것들의 존재(existence) 사건이나 존재(existence) 활동사이의 구별은 철학적 성찰을 요구한다. - P19
‘존재‘와 ‘존재‘의관계는 서로 독립적인 두 항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자‘는존재와 이미 계약을 맺고 있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서로 격리시키지 못할 것이다. 존재자는 존재한다. - P20
시작이란 이미 존재를 소유하는 일이며 존재의 활동이다. 순간은 하나의 묶음(bloc, 덩어리]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순간은 (따로따로) 분절되어 있다. 바로 이렇게 분절되어 있기에 순간은, 사건에 대해 이질적이고 단순한 영원한 것(l‘éternel)과 구별된다. 존재를 지배하는 ‘존재‘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존재 사건(evenement d‘être), 존재 일반이란 무엇인가? 존재의 일반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확실히 그것은 유(genre)의 일반성과는 다르다. ‘어떤 것‘ 일반, 즉 대상의 순수 형식은 ‘존재자‘ 일반의 이념을 이미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유의 상위에 위치한다. - P22
무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가 존재 안에 연루되어 있음을 표시해 줄 뿐이다. 존재(existence)의 유한성 때문이 아니라, 존재(existence) 바로 그 자체 때문에 죽음이 해결할 수 없는 어떤 비극을 존재(existence)는자기 안에 감추고 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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