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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적 성찰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147
에드문트 후설.오이겐 핑크 지음, 이종훈 옮김 / 한길사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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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는 수없이 많은 부흥의 순간들을 경험해왔다. 시대가 혼란에 빠질 때마다, 철학자들은 새로운 이름과 이론으로 ‘철학의 르네상스’를 외치며, 낡은 사유의 틀을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후설은 단언한다. 진정한 철학적 갱신은 화려한 사조나 일시적 유행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다시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으로 되돌아가, 사유하는 자아에서 출발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그리고 그 물음 앞에 선 자는, 데카르트처럼 문턱에서 머뭇거리거나 되돌아서서는 안 된다. 철학의 문을 열었다면, 반드시 그 너머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후설에게 있어 철학의 출발점은 단순히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의식’이다. 세계가 무엇인지를 묻기에 앞서, 세계가 어떻게 나의 의식 속에 나타나며,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탐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철학의 본령이다. 이 지점에서 철학은 더 이상 존재론적 탐색에 머무르지 않는다. 후설의 현상학은 존재의 본질을 해명하기보다는, 의식 속에 현상들이 어떻게 드러나고 경험되는지, 그 흐름과 구조를 분석하는 일로 전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