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 피아졸라, 에런 코플런드 등 수백 명의 음악가를 길러낸 20세기 음악의 여제
브뤼노 몽생종 지음, 임희근 옮김 / 포노(PHONO)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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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집에 살긴 하지요. 하지만 코플런드가 그 글에쓴 것처럼 내가 그랬던가요? 글쎄요. 선생이 어떤 사람인지는 제자들의자질에 달려 있고, 선생의 역할이라는 것이 흔히 세상 사람들이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 P15

일등한 그 날, 어머니가 이렇게 얘기하시더군요. "그래, 이 모든 건 정말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어디 말해봐라. 네가 스스로 평가할 때, 최선을다한 것 같니?" 어머니가 이렇게 ‘다한 것 같니‘라고 말씀하실 때, 저는최선을 다한 적이 결코 없었다는 걸 깨달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걸깨닫고 있어요. 공부를 많이 하긴 했어도, 최선을 다한 적은 결코없었어요. 이 ‘다‘라는 것에 가까워지려 애를 쓸 때 비로소 모든 슬픔과상실감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기쁨이 샘솟을 수 있겠죠. - P18

한길에 응급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그
‘삐뽀삐뽀‘ 소리를 그대로 쳐보겠다고 피아노 앞에 앉았어요. 아버지가제 곁에 서서 말씀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나요. "우리 딸, 하여간참 재미있는 녀석이야!" 아버지 입장에서는 정말 경천동지動地할일이었겠죠. 이 날부터 저는 온종일 음악만 했다고 해요. 피아노 앞에딱 달라붙어 도저히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 P22

저는 단어로 생각하기 전에 음표로 먼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남들처럼 보통의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거든요. 제일 처음 배운 게악보 읽는 법이었어요. 세 살부터 음악을 했죠. - P22

제 귀엔 그냥 음이 들려요. 항상 음이 들리고, 항상 음을 생각해요.
이건 무슨 장점 같은 게 아니고, 그냥 사실입니다. 음악은 제 삶의핵심이 되었어요. - P24

나중에 작곡가 포레Gabriel Fauré 선생님이 우리 집에 종종 놀러 오셔서동생 노래에 반주도 해주셨죠. 제 동생은 그 나이에 이성으로는 전혀이해 못할 선율도 거뜬히 읽어냈는데, 마치 그 선율에 관해 모든 걸이미 깨친 아이 같았어요. - P24

파리음악원에서 공부하면서 너무나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는행운을 누렸어요. 친구들은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고, 감탄스러운음악가였던 장 갈롱Jean Gallon, 조르주 에네스쿠Georges Enescu같은 분들도 있었죠. 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포레 선생님의 수업을좋아했어요. 우리는 포레 선생님에게서 아주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 P29

포레 선생님의 수업을 듣던 시절, 아직도 그 수업을 듣고 있는라벨Maurice Ravel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라벨은 당시 나와마찬가지로 그 수업에 와서 전통적 대위법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어린 저도 대위법을 공부하는 중이었는데, 대위법이 항상 재미있기만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라벨이 대위법 공부를 한다는 건 제 눈엔아주 당연하게 보였지요. 저도 대위법을 하고, 라벨도 대위법을 하고, 우리는 대위법을 공부하고 있었던 거예요 - P30

뭔가를 배우고 기억하는 이 재능이 우리에게 주어진 대단한 특혜와선물임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결국은 아무것도남지 않는 체에 걸러지면서 그저 세월이나 보내는 게 나을까요?
체에 걸러지고 남는 것은 과연 성과물일까요, 아니면 흐르는물뿐일까요? 흐르는 물은 잃어버린 물일 따름입니다. - P34

그 당시 저는 솔직히 영어라면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인사정도만 할 줄 알았어요. 학생들이 하는 말도 못 알아듣던 제가요.
그곳 퐁텐블로 미국음악원 학생 중에 에런 코플런드도 있었어요.
네빌 스미스Nevil Smith와 에런 코플런드가 제가 가르친 첫 학생이었죠. - P36

사실은 기초 음악 공부에 해당하는 시창 수업만 해봐도알 수 있죠. 좋은 음악가가 되려면 음악의 문법을 잘 알아야한다는 걸 말입니다. - P39

그래서 저는 기본 토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야 했어요. 즉 듣기,응시하기, 경청하기, 보기, 그리고 자기 자신을 존중하여, 교만하지 않고존재에 중요성을 부여하기. 누구나 존재에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으면잘 연주할 수 없고, 잘 생각할 수 없고, 잘 살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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