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립문자의 도는 이 일상의 세계에 감추어져 있는 보물이라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초월은 있지도 않은 다른 세계로‘
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 너무나 당연해서 왜곡되기 쉬운 일상의세계로 복귀하는 것이다. - P23

자율(autonomy)과 타율(heteronomy), 자기 목적과 타자 목적, 자동과 타동, 실천(praxis)과 노동(labor)의 차이가 무엇일까? 전자는 공통적으로 스스로 하는 것, 자기 안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 자유로운 인간의 작업을 의미하고, 후자는 시켜서 하는 것, 자기밖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 생존을 위해 억지로 하는 일을 의미한다. - P24

오후에 칸트가 산책하는 시간이 얼마나 정확했으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시계의 시간을 조정했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런 꾸준하고 규칙적인 습관을 내면화한 칸트에게는 그것이 어떤 강제에 의한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부여한 법칙에 스스로 따르는 자율이될 수도 있다. 그가 엄청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내면화된 자율성으부터 나오는 창조적 생산력 덕분이 아닐까? 칸트처럼 자기가 만든 법칙을 내면화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어떤강제에 의해서라도 그렇게 행동하고 싶은 생각은 가득하다. - P26

이겨낼 수 있는 고난을 ‘고난‘이라고 부르는 건 사실 엄살이다.
‘고난다운 고난‘에 직면하면 모든 판단력이 소실되고, 고난이라고 생각할 수조차 없게 된다. 바로 그 순간이 해결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궁즉통窮卽通)인 법이다. - P31

인생의 난제에 부닥쳤을 때, 끝이 없을 것 같은 고난에 직면할때,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여 어떻게든 모면하려는 태도대신, 그 고난을 정직하게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 용기를 가지고 문제를 직시하면 그 답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법이다. 그 답을 따라 가는 것이 곧 성숙의 길이다. - P32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는 것을 최고 가치로 여기다 보니 ‘상대를 쓰러뜨려야 내가 산다‘거나 ‘이긴 사람이 모든 것을 갖는다‘는 승자독식이 일반화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서로 타협하거나 합의할 수 있는 여지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 P43

지양은 단순히 승패 가리기를 반복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있는 자리를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동어반복이나 진자운동이 아니라 현상을 부정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에 도달하려는 자기부정과 혁신을 통해 성취된다.
그것은 곧 상대를 인정하고 긍정하는 것, 즉 화해와 조화로 이어진다. 서로 간에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도출하기 위해 협상과타협이 필수이다. 내 것만 고집할 경우 협상과 타협이 있을 수없다. - P43

세월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로운 자들의 태도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런 변화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이다. 지혜와 영성은 이런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통해 양성된다. 피해의식을가지고 아무리 거부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고, 오히려 자꾸 움츠러들 가능성만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삶에 대한 지혜로운 태도, ‘삶의 기술‘이 필요해지는 시대이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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