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 철학자 장켈레비치와의 대화 철학자의 돌 4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 변진경 옮김, 이경신 해제 / 돌베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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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불안은 이를 더 생각할수록, 우리에게 이것이 더 가까이 있을수록 커집니다. - P139

장기 이식 문제와 관련해서는 논란되던 당시에 자료조사를 조금 해보았습니다만, 거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죽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의사들에게 맡겨두어야 할 문제입니다. 우선 그리스도교 문명과 여러종교에서 유래한 온갖 지어낸 이야기와 선입관과 장기 이식 문제를 완전히 분리해야 합니다. - P147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심장을 몸에 이식하는 일이 신성모독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모든 이식 수술에 있어서 유일한 문제는 이식이 성공할것인가, 이식이 효과가 있을 것인가의 여부, 거부반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 문제 외에 심장이 자신의 것인가 아니면 작년에 사망한 조제프의 것인가라는 문제는 별것 아닌 일에 불과하며, 그 외에 다른 문제들도 선입관일 따름입니다. 심장은 박동하는 근육으로서 동맥으로 혈액을보내는 기관일 뿐입니다. 따라서 과학적 연구를 막는모든 선입관을 경계해야 합니다. 아무런 근거 없는 종교적 선입관에 구애받지 않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아야 합니다. - P147

조금 전에는 인간이 죽음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전혀 달리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보이지 않는 것을 항상 가시화하려 한다고 말하겠습니다. - P160

생각합니다. 음악은 춤을 위해 만들어졌고, 그 자체가새롭게 태어나는 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의 기본 요소인 리듬은 육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요. 육체는 음악과 춤의 동시적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음악만 보더라도 리듬과 운율을 이루는 요소는육체의 개입 또는 신체기관의 개입을 내포합니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때로는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한 채 발을 굴러가며 음악의 파동에 몸을 싣게 되는데, 이는 육체의 존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 P163

죽음이 철학적 주제로 다뤄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다면 어떻게 죽음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장켈레비치는 "생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생각하기"라고 말한다. 그는 웃음을 띤 채 덧붙였다. "저는 결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 P166

그런데 삶의 형식을 미리 틀짓는 (죽음에 대한) 사유에는 메시지가 담겨 있을까? 장켈레비치는 아주 명쾌한 입장을 취한다. "죽음의 비의미non-sens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삶의 의미를 부정합니다. 바로 거기에 지상을 짧게 머물다 떠나는 우리 생의 헤아릴 수 없는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우리는 인간이기에 죽음의 신비를 표현할 방법이없지만, "죽음이 없다면 인간은 인간이 아닐 것"이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죽지 않는 존재는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다." - P169

장켈레비치는 죽음을 종교적 개념에 기대어 해석하지않는다. 따라서 그에게 무화nihilisation는 철저히 불합리한사태이고, 소멸도 불멸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뿐이다.
그런데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무가 이해 불가능하다는 점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기회이자 신비로운 기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죽음』, 399쪽) 그 누구도 죽음을거치지 않고서는 인식이 한계에 맞닥뜨리는 순간을 알 수없으며, 그 누구도 죽음 이후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들을알아차릴 수 없다. 죽음은 단 하나의 사실만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것을 소멸시키게 되는데, 무엇보다 소중한 그 사실은 바로 "존재했음"이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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