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블랑쇼에 대해 평가할 때 프랑스에서나 특히 여기에서 항상 따라다니는 표현이 있다. 그가, 그의 글이 ‘어렵다’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7
만일 블랑쇼가 어렵다면, 그 이유는 먼저 문체 때문이다. 많은 경우 그의 문장은 얼핏 보기에도 대단히 길고 복잡하다. 많은 경우 그것은 끊어질 듯하면서 계속 이어지고, 어디에서 하나의 의미가 완성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7
이는 그의 글쓰기가 철학적 해석과 판단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넘어서는 어떤 시적詩的인 것으로, 어떤 문학소文學素로 향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7
분명 그의 글쓰기는 철학적이라기보다는 예술적(문학적·시적)이며, 나아가 굳이 구분해서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블랑쇼 자신은 철학자라기보다는 시인이다. 그리고 그의 문장들이 어렵다면, 이는 하나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 따르는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어떤 음악을 알아듣는 과정에서 부딪히게 될 수 있는 어려움에 가깝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8
블랑쇼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문장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들을 파악한다는 행위가 아니라, 결국 그 너머에서 어떤 사건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고, 어떤 얼굴과 대면한다는 것, 어떤 눈물과 핏자국을 본다는 것, 결국 어떤 발자국 소리와 절규를 듣는다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9
따라서 그의 사유는 전통적 철학의 입장에서 볼 때는 결함이 있는 사유이거나 더 나아가 부적격한 사유이다. 차라리 그것은, 반복해서 말하지만, 하나의 그림이고, 보다 정확히 하나의 음악에 불과하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9
(가령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블랑쇼의 책이 단순히 시적인 토막말들이나 경구들을 모아 놓은 것과는 거리가 멀며, 자신이 ‘리좀’이라 부르는 열린 체계를, 즉 어떤 상황과 결부되어 작동하는 "개념들의 총체"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한다.1)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9
그 이유는 논리적 추론 배후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있는 어떤 충격이 궁극적으로 블랑쇼의 사유를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글쓰기를 ‘지워지는 글쓰기’ 또는 ‘침묵의 글쓰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9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러나 어떤 예술은, 어떤 음악은 우리로 하여금 침묵과 마주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사건 자체에 되돌려 놓는다. 어떤 예술과 음악은 사건의 ‘순수성’을 보존한다. 블랑쇼의 글쓰기는 사건에 충실한 글쓰기, 보다 정확히 말해 사건으로서의 글쓰기이다. 즉 음악으로서의 글쓰기.3)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10
모리스 블랑쇼는 역사·문화·사회·정치의 현실을 이론적 체계 내에서 진단하고 그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프로그램을 구성적·전체적으로 제시하는 사상가는 아니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10
블랑쇼는 다만 그 현실에 묶여 있는?있을 수밖에 없는?, 그러나 거기에 완전히 동화되지도 못하고 저항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존재 조건을 묻는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10
문제는 블랑쇼가 구성적·체계적이든, 또는 반성적·비판적이든 그러한 현실의 담론을 구축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이 유예되거나 와해되는 지점(즉 블랑쇼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깥Dehors’)을 향해 나아갔다는 데에 있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11
그의 언어는 현실을 설명하고 체계적으로 조명하는 구성적 종합과 전망의 언어가 아니며, 현실의 맹점들을 밝혀 보이는 명철하고 비판적인 언어도 아니고, 드러나지 않는 침묵의 언어이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11
그 조건과 근거, 즉 언어와 담론의 조건과 근거는,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으며 결국 선先언어적인 그것은 우리의 세계와의, 또는 세계의 한계와의 관계, 그리고 타인(들)과의 관계이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11
그것은 우리 사이의 관계 자체 또는 우리의 만남과 소통이라는 사건 자체(‘내’가 타인을 향해 있다는 사건, 그리고 타인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는 사건, 한마디로 외존), 그리고 우리가 세계 내에 존재한다는 것과 더불어 세계의 한계에서 존재한다는 것, 즉 모두가 사라져 감 또는 죽음과 함께 시간성·유한성finitude 내에서 존재한다는 사건(탈존) 자체이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12
‘내’가 결국 ‘나’ 아닌 것과의 관계하에 ‘나’ 바깥에서의 필연적인 타자화를 전제로 존재한다는 사건 자체이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12
침묵이 떠받치고 있다는 의미에서, 침묵을 통해서만 밑바닥으로부터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침묵의 사건이다. 그 사건을 블랑쇼는 보여주었다. 그는 침묵을 말로 규정했다기보다는 침묵으로 하여금 말하게 했다.
-알라딘 eBook <바깥에서> (박준상 지음) 중에서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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