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AI가 ‘인공’적이지도 않고 ‘지능’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인공지능은 체화되고 물질적인 지능이며 천연자원, 연료, 인간 노동, 하부 구조, 물류, 역사, 분류를 통해 만들어진다. AI 시스템은 자율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대규모 데이터 집합이나 기존의 규칙 및 보상을 동원한 방대하고 (연산의 측면에서) 집약적인 훈련 없이는 아무것도 분간하지 못한다. 사실 우리가 아는 형태의 인공지능은 훨씬 폭넓은 정치적·사회적 구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또한 AI를 대규모로 구축할 자본과 AI를 최적화할 방법이 필요한 탓에 AI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기득권에 유리하게 설계된다. 이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은 권력의 등기부인 셈이다. - <AI 지도책> 중에서
인공지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지도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지도책은 특이한 책이다. 지구의 위성사진에서 군도群島의 확대사진에 이르기까지 해상도가 다양한 여러 지도를 모아놓았으니 말이다. 당신이 지도책을 펼치는 것은 특정 장소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찾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호기심에 이끌려 페이지를 뒤적거리며 뜻밖의 경로와 새로운 과정을 만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과학사가 로레인 대스턴의 말마따나 모든 과학 지도책의 목적은 관찰자가 특별히 의미심장한 세부 사항과 중요한 특징에 주목하도록 눈을 훈련시키는 것이다.19 지도책은 축척, 위도, 경도 같은 과학적 기준을 준수하며 세계를 바라보는 특별한 관점을 제공하면서 형식과 일관성의 감각을 보여준다. - <AI 지도책> 중에서
AI는 비실체적 연산이라는 허깨비 힘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AI 시스템은 지구를 새로 빚는 동시에 세계가 지각되고 이해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물적 토대다.
유연성, 혼란, 시공간적 범위 같은 인공지능의 여러 측면과 씨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AI라는 용어가 남발되고 쉽게 재구성된다는 것은 폭넓은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AI는 아마존 에코 같은 소비자용 기기에서 이름 모를 백엔드 처리 시스템까지, 전문적 기술 문서에서 세계 최대의 산업체까지 모든 것을 가리킬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점도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의 폭넓은 의미는 지능의 정치적 성격에서 대규모 데이터 수집까지, 기술 부문의 산업적 집중에서 지정학적 군사력까지, 자연이 사라진 환경에서 현재진행형인 차별의 형태까지 이 모든 구성요소와 이것들이 어떻게 깊숙이 얽혀 있는지 들여다볼 권한을 우리에게 부여한다. - <AI 지도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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