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케어 - 의사에서 보호자로, 치매 간병 10년의 기록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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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성들은 당연히 남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과 문화적 기대 속에서 자란다. 그렇다고 해서 돌봄이 언제나 여성에게 더 자연스럽고 쉬울까? 아니다. 여성들 또한 서서히 돌보는 사람으로 변하고 성장한다. 돌봄은 관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돌봄을 주고받는 일은 우리가 평생 선물을 주고받는 것처럼 관심, 애정, 실질적 도움, 감정적 지지, 도덕적 유대를 주고받는 일이며 그에 따라오는 의미는 인생의 수많은 일들과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미완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돌봄은 행동이고 실천이고 수행이다. 대체로 어떤 일에 대한반응이기도 하다. 각자가 처한 조건과 맥락에서 타인의 욕구와 나의 욕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돌봄이다. 돌봄은 불의의 사고와 부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사람들과 동행하는 일이다. 보필하고 보호하고 앞으로의 위험까지 준비하는 일이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돌봄의 핵심은 옆에 있음,현존presence이다.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 생생하고 온전한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서로의 곁에 존재하는 일이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이 젊은 의사는 ‘원칙상’ 조앤에게 직접 전해야 하고 경험상 남편이 아내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앤과 나는 입을 모아 우리 부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의사는 확고했다.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무실에서 나왔고, 우리를 가족이 아니라 고립된 개인으로만 보려는 전문가에게 어떻게 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사람들은 우리 삶에 들어왔다가 떠났다. 오래 믿고 의지하던 친구들과 연락이 끊겨서 실망했으나 이들은 이후 더 힘든 시기에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 가볍게 알았던 지인들이 기대하지 않았을 때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양상은 밀물과 썰물처럼 몇 년간 계속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시간과 관계의 변화를 재구성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항상 곁에 있었던 사람들은 가족인 피터, 앤, 우리 어머니 마샤로 거의 매일 연락했다. 우리는 함께 이 비정한 병증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엄마와 특히 각별했던 우리 아들은 한번은 엄마를 가족의 일상 안으로 들이기 위해 아빠가 더 노력하지 않는다면서 나에게 성을 냈다. 나는 아들을 비난하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조앤의 침묵을 방치하고 내 시간을 갖고 싶었을지 모른다. 이는 많은 주 간병인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방어기제라 할 수 있다. 내 나름대로는 나만의 시간이 거의 없어 힘겨워하고 있었다. 아들의 공격이 정당했다고, 나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조앤이 내게 해준 그 모든 일을 생각해 보라. 나는 이기적이었다. 아들과의 말다툼은 더 커졌다. 이때 딸이 우리 사이에 들어와 중재하려 했다. 나는 무너져서 울어버리고 말았다. 아들과 딸은 내게 다가왔고 우리 셋은 한참을 비통하게 울었다. 아이들은 나날이 나빠지는 엄마의 상태가 우리 부부 관계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있었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내가 지금 지고 있는 수많은 압박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들과 딸에게 더 많이 의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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