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동시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점차 한 사람의 개인으로 성장하고, 확장되고, 여러 가지 경험을 축적하고 체화하면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부모를 만나는 것이다. 부모 또한 자녀와의 관계 속에서 변화한다. 성숙일 수도 퇴보일 수도 있지만, 부모 역시 서서히 자녀와 ‘만나가는’ 것임은 틀림없다. 한국 사회의 현실을 생각해볼 때 나의 어머니에게 1980년대 초반 나의 출생은 분명 ‘손해’였을 것이다. 그러나 2016년 내 어머니와 나의 만남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알라딘 eBook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