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의학의 위기는 의학을 과학과 인문학의 중간 지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과학 일변도로 나아가거나 보편적 지식 체계로서의 과학을 인정하지 않는 반과학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 편향된 태도를 취했던 것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몸의 문화> (강신익 지음) 중에서
첫째는 과학적 방법론을 더욱 정교화하여 둘 사이의 일치도를 높여가는 것이며, 둘째는 의학적 실천에 특수한 지위를 부여하여 이론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독립적 논리 구조를 갖는 실천방식을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이론은 실천의 근거가 되지만 실천에 대해 지배적 지위를 갖지는 않는다. 실천에서 얻어진 경험과 직관은 다시 이론에 되먹임 되어 이론의 진화에 기여하게 된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몸의 문화> (강신익 지음) 중에서
의학적 실천은 기계적 법칙이 관철되는 자동차 정비공의 작업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적ㆍ사회적 관계 속에 존재하는 살아 있는 인간을 만나는 행위이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몸의 문화> (강신익 지음) 중에서
그러나 서양의학의 한편에서는 서양의학 자체의 근본에 관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의료 현장에서 인간이 사라지고 질병과 치료법만 남았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의 근거에 지나치게 환원적인 방법론이 존재한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서양의학은 감염성 질병과 외상 등 원인-결과 관계가 분명한 경우에는 그야말로 구세주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인간 수명이 늘어나고 만성병이 주종을 이루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상황에서는 그다지 위력적이지 못하다. 급성병에는 환원론이 훨씬 효과적이지만 만성병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며, 이 경우 다양한 발병 요인을 함께 아우르는 전일론이 훨씬 더 적합한 방법인 것으로 생각된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몸의 문화> (강신익 지음) 중에서
하지만 야생 상태에서 벗어나 문명을 건설한 인간은 본능보다는 경험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문명의 변화 속도가 자연선택에 의한 본능의 진화 속도를 크게 앞질렀기 때문이다. 중국 의학의 3대 시조 중 한 사람인 신농(神農)은 하루에 1백여 가지의 약초를 맛보아 본초학의 체계를 세웠다고 한다. 야생 상태에서는 본능이 치유의 근거였지만 문명 이후로는 경험이 치유의 첫걸음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치유의 경험을 체계화한 것이 바로 과학이고 의학이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몸의 문화> (강신익 지음) 중에서
의료철학에 포함될 수 있는 또 다른 예로서 임상의의 실천적 지혜를 담은 글들이 있다. 20세기 초 캐나다와 미국 의학을 대표하는 전설적 인물인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21)와 프란시스 피바디(Francis Peabody)22)의 저작과 연설문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 글들은 엄밀한 철학적 분석이나 비평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임상의가 가져야 할 일반적 태도와 가치 등을 지시하는 교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철학에 속한다. 또한 펠레그리노는 질병의 치료에 대한 대안적 체계들도 이 범주에 포함시켰는데, 17세기에 유행하던 슈탈(Stahl)의 물활론, 존 브라운(John Brown)의 자극 이론, 하네만(Hahnemann)의 동종요법 (Homeopathy), 생기론, 최면술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알라딘 eBook <몸의 역사 몸의 문화> (강신익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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