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전염병 연대기 밀레니엄 북스 82
다니엘 디포우 지음, 박영의 옮김 / 신원문화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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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부터 말하려는 것의 죄는 주로 속아 넘어가는 쪽에 있었다. 적어도 양자가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페스트를 방지하기 위해서 마스코트나 마약 또는 부적 기타 방패 등의 부적류들을 몸에 지니는 행위였다. 이래서야 페스트가 하느님의 뜻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치 악령에게 좌우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되어 가지 않는가. 또한 그들은 페스트를 피하려면 ‘十’자로 만든 물건이나 12궁도 같은 것만 가지면 절대로 걸리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뿐만 아니라, 특정한 언어를 삼각형 혹은 피라미드형으로 그린 것을 지니고 다니면 효력이 있다고도 했다.

-알라딘 eBook <전염병 연대기> (다니엘 디포우 지음, 박영의 옮김) 중에서

아무튼 가옥 폐쇄란 것이 개인이 입는 피해보다도 훨씬 공적 이익이 컸다는 것을 우리는 냉정히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당시 아무리 관리나 정부 당국에 호소했더라도 그 강행 방침을 조금도 완화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들은 바로는 그러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

-알라딘 eBook <전염병 연대기> (다니엘 디포우 지음, 박영의 옮김) 중에서

칠전팔도(七顚八倒)의 고통에 못 이겨 창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람, 권총 자살을 하는 사람 등이 속출했다. 나도 이 징그러운 시체들을 여기저기서 목격했다. 그 밖에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쉴 새 없이 외치고 다니면서 간신히 고통을 잊어버리려는 사람도 있었다. 창자를 짜내는 듯한 그 비통한 절규는 거리를 걷다 보면 별수 없이 귓등을 치기 마련이다. 진정 그 목소리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것이었다. 특히 언제 어느 때, 이 가공할 만한 천벌이 우리의 몸을 덮칠지 모르는 형편이라 더더욱 마음을 졸이게 했다.

-알라딘 eBook <전염병 연대기> (다니엘 디포우 지음, 박영의 옮김) 중에서

솔직히 말해 모처럼 결심한 나의 마음도 동요하기 시작해 불안한 생각은 더욱 극심해져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치는 마음이 실로 절실했다. 외출이라도 하여 방금 말한 것 같은 비참한 꼴을 보았을 때는, 진정 어째서 아직도 시내에 남아 있었던가 하고 자신의 무모함에 실망을 금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주제넘게도 이곳에 남아 있지 말고 형님 일가와 함께 시골에라도 갔더라면 이런 고통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몇 번이나 뉘우쳤던가.

-알라딘 eBook <전염병 연대기> (다니엘 디포우 지음, 박영의 옮김) 중에서

당시 나에게는 한 사람의 친구가 있었다. 직업은 의사, 이름은 히스라 했다. 이 처참한 재앙의 시기에 나는 몇 번이고 그를 방문해 그의 충고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내가 때때로 외출하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외출 시 예방약으로서 이것을 마셔라, 저것을 먹어라, 거리를 다닐 때에는 이것을 입안에 넣고 다녀라 하는 식으로 여러 가지 약을 주었다. 그는 또 우리 집에도 가끔 놀러 오기도 했다. 좋은 의사였을 뿐만 아니라 선량한 기독교인으로서 그와의 친근한 교제는 가공할 그 암흑시대에도 나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었다.

-알라딘 eBook <전염병 연대기> (다니엘 디포우 지음, 박영의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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