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이상 나 또한 나의 앞날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대로 런던에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웃 사람들처럼 문을 잠가 버리고 런던을 빠져나갈 것인가……. 내가 특히 이 일을 상세하게 써두는 이유는, 나중에 오는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은 재난을 당하여 똑같은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런 경우에 처하는 사람들이 이 기록을 단순한 글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귀중한 지표로 삼아 주었으면 해서 일부러 남겨 두고자 한다. 그러므로 나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알라딘 eBook <전염병 연대기> (다니엘 디포우 지음, 박영의 옮김) 중에서
나는 당시 상황을 목격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실 그대로 전하고, 앞으로 세계 도처에서 나타날지도 모르는 현실의 지옥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나 심각한 영향을 끼쳐 공포심을 조장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오직 독자들이 현명한 판단으로 헤아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알라딘 eBook <전염병 연대기> (다니엘 디포우 지음, 박영의 옮김) 중에서
그리고 상거래나 기타 용무로 발이 묶이지 않은 자들만이 피난을 갈 수 있었다. 그 외에 일반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남아있어야 했다. 그래서 최악의 사태까지 꾹 참아 보자는 결심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통상 자유 구역이라고 부르던 구역을 비롯하여 교외, 서저크, 동부 - 그중에서도 위핑, 라트클리프, 스티프니, 로자하이스 등의 구역은 사람들이 대부분 남아 있는 지역이었다. 물론 그중에서 장사를 하지 않아도 먹고 살 만큼 돈깨나 있는 자들은 모두 도망을 갔다.
-알라딘 eBook <전염병 연대기> (다니엘 디포우 지음, 박영의 옮김) 중에서
예를 들면 터무니없는 사례 가운데 이런 것이 있었다. 불쌍한 시민들이 이 엉터리 점쟁이들에게 "페스트에 과연 걸리겠습니까, 안 걸리겠습니까?"라고 물으면, 전부 의견일치라도 본 듯이 "페스트에 걸립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들의 장사에는 이번 질병이 천금 같은 기회가 된 셈이다. 만일 시민들을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었다면, 그야말로 이 요술쟁이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아, 장사를 끝내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알라딘 eBook <전염병 연대기> (다니엘 디포우 지음, 박영의 옮김) 중에서
다시 화제를 바꾸어 모두 넋이 나가 여러 부류의 사기꾼이나 장사치의 속임수에 어이없이 속아 넘어간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 보자. 이 가련한 사람들의 호주머니에서 엉터리 의사들이 막대한 돈을 긁어냈다는 것은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유명 무명의 사람들은 한없이 늘어나기만 했으므로, 그들의 문전은 브룩스 박사, 애프튼 박사, 호티스 박사, 베릭 박사 등과 같은 당대 이름난 명문들의 문전보다 훨씬 번성했으니 말이다. 어떤 엉터리 의사의 경우는, 약값만으로도 하루 매상이 5파운드나 되었다고 한다.
-알라딘 eBook <전염병 연대기> (다니엘 디포우 지음, 박영의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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