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대한민국은 왜? - 1945~2020
김동춘 지음 / 사계절 / 2020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1992년 노벨상에 비견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종교상인 ‘템플턴’상을 수상한 한경직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기독교인들은 공산당원까지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18 그러나 그는 영락교회로 자신을 찾아와 감화받은 청년들이 제주4·3봉기 토벌 과정에서 그토록 야만적이고 잔인한 학살을 저지른 사실에 대해서는 눈을 감을 때까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 근대화와 개혁을 둘러싼 노선 갈등, 이승만에 대한 평가 등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데올로기 갈등의 상당 부분은 바로 6·25한국전쟁 시기에 벌어진 심각한 대립과 학살의 기억에 기초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전쟁기 신천학살은 1920년대부터 지속된 기독교와 공산주의의 대립을 연장한 것이고, 이후 남한에서 지속될 적대적 정치의 예고편이었다. 신천학살은 북한에서는 호전적인 반미 선전의 소재가 되었고, 남한에서는 공산당의 만행을 온 국민의 공식적인 전쟁 기억으로 만들어내는 소재가 됐다. 남북한의 계속되는 갈등은 이런 자기만의 기억을 일방적으로 고집하는 데서 온다.

-알라딘 eBook <대한민국은 왜?> (김동춘 지음) 중에서

1950년대 이후 남한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기독교 국가가 되었고 북한은 전투적이고 호전적인 반미 국가가 됐다. 이처럼 신천학살은 식민지 시대와 분단의 갈등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다. 말하자면 6·25한국전쟁 전후 기독교와 공산주의의 극단적인 충돌은 사실상 조선 말의 근대화 과정, 일제강점기의 개화와 독립을 둘러싼 대립, 그리고 일본이 물러간 이후 건설해야 할 새 국가의 이념과 정체성을 둘러싼 대립의 연장전이기도 했다.

-알라딘 eBook <대한민국은 왜?> (김동춘 지음) 중에서

일제 말의 파시즘이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채 냉전에 편입된 한국에서는 자유·민주·국민주권이라는 국민의 기본권 실현이 요원하다. 한국의 반공주의는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는 더불어 함께할 수 없는 ‘병균’이기 때문에 ‘박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 병균을 죽여 없애자는 국가기관, 그리고 그런 일을 기획·지시한 공안기관 간부들의 모든 탈법과 폭력이 정당화된다. 반공이 국시인 한 생각의 차이, 관용, 헌법상의 자유와 민주, 인권 등을 보장하는 제도나 조치는 언제든지 휴지 조각으로 변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대한민국은 왜?> (김동춘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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