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학벌 자격이 과거의 ‘신분’을 대신할 수 있는 보증서가 되고, ‘좋은 학교’ 졸업장이 지위를 보장한다면, 입시경쟁은 1차 선별, 즉 지위 경쟁 1라운드가 될 것이다.31 학력자격증을 발급하는 ‘일류 학교’는 현대사회에서 지위 경쟁에 나서는 선수들 간의 1단계 경합의 장이지만 이 경합은 이후의 경합에서 누적효과를 낼 결정적인 기반이 된다. 그런 사회에서 교육, 지식은 사람들이 높은 지위를 차지하여 지배자의 일원이 될 자격을 얻는 길이다. 그런데 지배는 복종이라는 동전의 다른 면이다. 그리고 지배자가 되려는 사람은 그것을 위해 필요하면 더 높은 곳의 누구에게든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학교는 교육의 장이지만, 지배(자)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이고, 가장 중요한 국민 훈육기관이다. 일본 교육의 진짜 목적은 교육 그 자체가 아니라 복종의 습관을 기르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여기서 나온다.32 그래서 그람시는 근대 학교가 이데올로기적 지배기구임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일종의 사회적 순응주의를 형성하는 현장이라 말했다.33
-알라딘 eBook <시험능력주의> (김동춘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