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키언스 굿윈 지음, 강주헌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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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은 주머니에서 두 번 접은 약 33×41센티미터 크기의 종이를 꺼내 조심스레 폈다. 안경을 코에 맞추고, 노예 해방을 위한 변론 취지에 해당하는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링컨은 반란군, 즉 남군의 재산 압류에 관련된 다양한 의회 활동을 열거했고, 해방 노예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란 자신의 의견을 되풀이하며 합중국을 유지하겠다는 자신의 목표도 다시 언급했다. 그러고는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하나의 문장을 읽었다.

나, 에이브러햄 링컨은 육국과 해군의 최고 사령관으로 이 목적[합중국의 보존]을 성취하는 데 적합하고 필요한 군사적 조치로서, 어떤 주에서나 노예로 여겨지던 모든 사람이 1863년 1월 1일부로 영원히 자유의 몸이라는 것을 명령하고 선언한다. 그리하여 이 점에 관련된 합중국의 헌법적 권한은 실질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유효하지도 않으며 주장되지도 않을 것이다.20

노예 해방 선언의 발효일을 약 6개월 후로 정하여 반란주들에게 노예를 강제로 몰수당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고 합중국에 복귀할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이런 역사적 전환점에 어울리는 고상한 언어가 기대되는 순간이었지만, 링컨은 신중함이 눈에 띄는 건조하기 그지없는 어법을 사용했다. 상징적이고 시학적 표현은 전혀 없었다. 해방의 도덕적 타당성을 주장하며 가슴을 끓게 하는 구절을 찾으려 한다면 헛수고일 뿐이다. 노예 해방 선언이 연설용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 법적 공지, 즉 향후에 있을 사법부의 심문과 판결에 대비한 문서였다는 걸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된다. 글이 갖는 영향력을 링컨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알라딘 eBook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키언스 굿윈 지음, 강주헌 옮김) 중에서

프레드 수어드의 기억에 따르면, 선언문이 링컨 대통령 앞에 놓여 있었고, 링컨은 펜을 잉크병에 살짝 담근 후 선언문 위에 손을 멈추고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곧이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내 평생 지금 이 선언문에 서명하려는 순간처럼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 적이 없습니다. 내 이름이 역사에 전해진다면 이 서명 때문일 것입니다. 이 서명에 내 모든 영혼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팔은 뻣뻣해지고 감각을 잃은 듯 흔들리고 떨렸다. "이 서명은 훗날 면밀히 조사될 겁니다. 내 손이 흔들린 흔적이 발견되면 ‘링컨이 주저했군.’이란 말이 나오겠지요." 그래서 링컨은 몇 분을 기다린 뒤에야 펜을 다시 잡고 "여느 때보다 대담하고 명확하고 단호한" 필체로 서명을 했다.99

-알라딘 eBook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키언스 굿윈 지음, 강주헌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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