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어서 참 다행이야
제넷 맥커디 지음, 박미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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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강박관계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들

저자는 아역스타덤에 오르며 유명해진 전 할리우드 배우이자 현 싱어송라이터다. 그녀가 낸 이 에세이는 어릴적부터 형성된 엄마와의 뒤틀린 강박적 관계, 엄마의 사망 이후에도 그녀에 삶에 침투하는 엄마의 그늘 그리고 그녀가 그것들을 극복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출간 후 50주가 넘도록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만큼 그녀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인 듯 하다.

그녀의 엄마는 언제나 유명세를 원했으며 그 꿈을 어린 딸의 연기활동으로써 이루고자 했고 아주 어린 시절부터 딸의 삶을 통제하게 된다. 아이스크림 취향, 심지어 좋아해야 마땅한(?) 색깔마저 지정해주곤 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연기가 더이상 하고싶지 않다고 용기내어 말했을 때는 연기를 좋아하는게 맞다며 생각을 강요하고 협박까지 한다. 본인의 뜻에서 벗어나면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리액션을 취하며 어린 딸을 점차 꼭두각시로 만들어갔던 것이다. 열여섯 살이 되도록 엄마가 씻겨주었다는 문장에서는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이 대목에서 엄마는 그녀를 소유물로 취급한 것이라 이해했다. 저자는 존재 자체로 존중 받지 못한 채 정신적 세뇌와 정서적 학대를 받아왔다고 고백한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을 책임지는 소녀가장이자 엄마의 유일한 희망이 된 귀여운 막내 딸은 어려보이는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열한 살 때부터 엄마의 종용하에 섭취하는 음식의 칼로리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다 거식증에 걸렸고 엄마의 사망 이후엔 통제를 벗어나자 섭식장애가 폭식증으로 악화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잘못된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엄마의 그림자가 드리운 자책의 거미줄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가 그녀의 삶을 장악하는 동안 다른 보호자는 무엇을 했는가. 그녀의 아빠는 자식의 이름 철자를 틀리게 적을 정도로 자식들에게 한없이 무관심했으며 같이 사는 외조부모는 유약하여 손녀딸을 보호하지 못했다. 집안은 호더 증후군인 엄마로 인해 집안은 온통 발디딜 틈 없는 쓰레기더미 투성이에다가 엄마는 그녀가 두 살 때부터 암투병을 해온 비정한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그녀의 의지를 휘두를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온 그녀가 자신에게 온통 관심을 쏟는 엄마의 명령과 집착을 사랑이 아닌 다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을리 없고 순응하는 것만이 아픈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그 누구도 저자의 소극적 태도를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현재 섭식장애 클리닉 주치의의 도움으로 길고 긴 싸움을 하며 폭식증을 이겨내오고 있다. 이런 종류의 학대는 외관상으론 표가 나지 않아 세월이 흐른 뒤에야 깨닫기 마련인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저자가 해방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이 참 서글프면서도 결국 그녀에겐 다행인 일이 되었다.

자녀를 소유물로 취급하고 완벽한 통제 안에 가두어 자아실현을 하려는 부모들의 케이스를 대중 매체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미 알고 있지만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한 이야기,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칼을 찌르는 것 같아 쉬쉬했던 이야기가 누군가의 에세이로 세상에 드러나자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토해냈다. 아마 이 책은 부모의 억압과 강박 속에 자라온 이들에게 작게나마 감정 분출구가 되지 않았을까. 그동안 많은 이들이 용기있게 소리내지 못하는 이유는 통제하는 행위의 기저에는 사랑이 있다고 믿는 애달픈 마음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의 역할이 막중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보호자는 제발 본인들의 책임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라고 모든 아이들이 보호자의 사랑을 모자람 없이 느끼고 마음도 몸도 건강히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보호자로부터 상처 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편해지길,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게되길 기원하며 응원 한 자락 띄워본다.


*서평단 신청을 통해 도서를 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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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이야기 나비클럽 소설선
김형규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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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사회 시스템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심도있게 고민한 흔적을 따라가보실 분

다섯 편의 단편을 엮어낸 소설집이다. 각 편은 거대 사회 규범에 순응하거나 저항하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유 작용을 통해 문제의식을 깨우는 것이 이 소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표제작인 <모든 것의 이야기>에서는 한 꼭지마다 같은 이름을 쓰지만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개인을 억압하는 시스템 안에서 각자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발현된 각 인물들의 생존 본능 또는 감각에 대해 묘사한다.

<대림동에서, 실종>의 주인공은 매순간 일상에서 차별과 무시를 느끼지만 본인도 내심 존경하던 선배의 출신을 알고 냉소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등 작품에는 개개인의 기준으로 알게 모르게 타인을 차별하고 무시하며 사회적 계급을 정립해오고 있음을 그린다.

<가리봉의 선한 사람>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과 그들이 현실에서 직면하는 법적공방 현실을 다루고 <구세군>에서는 붕괴되어가는 사회체계에 물들어 무력해진 사람들을 다시금 일깨우는 ‘구세군’이라는 조직이 등장한다. 두 작품 모두 ‘연대의식’과 ‘자각과 의지‘라는 주제가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에서는 고립된 사회에서 비대면으로 소통하며 점차 변화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과의 연결은 공간과 방법을 막론한 소통 그 자체로 작용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계급, 자본이 주된 사회는 소외계층에게 가혹하게 작용한다. 투쟁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면 타자와 유대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시된다. 시스템의 지배를 의문 없이 답습하기보다 사회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자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가리봉의 선한 사람>
그런데 있잖아,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은 늘 배신당해. 힘없는 목소리였다.

✏️ <구세군>
모든 것의 가치나 의미는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부여하는 겁니다.


*서평단 신청을 통해 도서를 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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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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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예술을 느끼고 싶지만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할지 막막한 분
✅사회적 정체성이 아닌 사적 정체성으로서의 나를 찾고 싶은 분

현대사회 속 인간은 수치화에 익숙하다. 눈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것에 열광한다. 구독자 수, 팔로워 수, 좋아요 수, 시험 등수 등. 수치가 곧 그 가치인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숫자처럼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직관적 정답을 선호하는 것 처럼 보인다. 예술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작품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고 어떤 것이 느껴지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 해설집과 작품 탄생 배경을 알아야 대답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예술은 누군가의 해설을 보고 시험지 문제 맞추기 처럼 하나의 ‘답’을 좇거나 어떤 해박한 지식이나 앎을 바탕으로 ‘분석’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제 눈으로 보고 느끼고 체험하며 온전히 스스로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이 예술과의 진정한 조우라고 말한다.

책표지의 노을에 물든 잔잔한 수면 위 돛단배 그림이 ‘예술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라는 책의 주제와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책에는 작가가 예술을 경험한 뒤의 감정, 성찰하게 된 내용, 그가 소개하는 작품의 탄생 과정도 실려있어 책 곳곳에 등장하는 미술품을 함께 감상하는 재미가 더해진다.

예술은 여유로운 사람들만이 소유하거나 감상할 수 있는 고상한 어떤 것이 아니라, 정면만 보고 달려온 인생에 쉼표를 찍고 잠시 숨을 돌릴 때 앉아서 쉴 수 있는 자리같은 것이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주는 연습을 하는 과정인 셈이다. 책은 말한다. 예술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나 자신을 탐구하는 길이 되고 내면을 키우는 양분이 된다고 말이다. 그것이 반드시 누군가 형상화 해놓은 작품일 필요는 없다. 자연의 일부, 무심코 지나쳐왔던 일상의 파편들도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배우 류승범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남긴 말이 떠오른다. 그의 아내에겐 그림을 그리는 취미가 있는데, 어느 날 그가 아내에게 왜 그림을 그리느냐고 물었고 아내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은 다 그림을 그려.
자기 표현을 그림으로 하는거야.
다만 너는 멈췄고 나는 멈추지 않았을 뿐이야.”

그림 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아주 어릴 적 무의식에서부터 예술을 감각하고 그것을 표현해왔을지 모른다. 성장하는 동안 신경써야 할 우선순위가 많아졌을 뿐. 삶에 예술을 불어넣는 일은 그리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아주 잠시만의 시간이라도 숨을 고르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순간마저 예술로 건져올릴 수 있다.

새삼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남들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것을 갈망하다가 그것을 취하지 못하면 낙담하는데만 정신을 쏟느라 내 자신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잘 표현할 수 있는지 돌보는 것에 인색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알아갈 시간을 내지 않았다. 따라가면 편하니까 그래왔다. 그래서 남들이 정의하는 예술의 가치도 곧 내가 생각하는 것이라고 단정했음을 인정한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답하기까지 머뭇거림이 길어지면 그간 나 자신에게 무관심했다는 뜻이 된다. 예술가들은 그들 자신의 허접함도 기꺼이 견뎌내고 성장했으니 겁내지 말라는 작가의 격려대로 앞으로는 나 자신을 탐구하는 여정을 망설이지 말아야겠다.

✏️ “예술은 무엇인가?" 그래서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삶에서 행한 어떤 행위가 행위자에게 정신적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작업. 그것이 예술이다." 겉으로 예술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이가 실제로 정신적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평단 신청을 통해 도서를 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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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구를 죽이려고 네오픽션 ON시리즈 13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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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민속괴담이 주는 아찔함과 서늘함 사이에서 줄타기 해보실 분

이야기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고등학생 이하가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의 고향인 매구면에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사 온 첫 날 부터 기이한 경험을 하게되고 마을 주민들과 매구면 학교 친구들로부터 매구에 대한 오래된 괴담을 듣는다. 

‘호수에 빠진 사람은 매구가 구해준다. 단, 구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호수 옆 대숲을 지날 때 이름이 세번 불리기 전에 돌아보면 매구가 호수로 끌고 들어간다.’
‘매구의 얼굴을 본 자는 죽는다.’

제목에도 등장하는 ‘매구’는 천년 묵은 여우를 의미한다. 이하는 매구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서도 자꾸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죽음들에 주목하며 매구의 흔적을 쫒으려 한다. 누군가는 진짜 매구를 봤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매구탈을 쓴 사람이 살인을 하고 다닌다고 믿는다. 소설은 미스터리와 스릴러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며 극을 끌고 간다. 

한량에다 실 없는 사람인데 무언가를 감추는 듯한 아버지, 이상한 소문의 주인공인 정 많은 슈퍼 아주머니, 매구의 아이라는 괴소문을 몰고 다니는 같은 반 친구 아리, 학창시절 모종의 사건으로 일말의 부채감을 가지고 있는 넉살 좋은 학교 선배 두산, 과거 사건으로 오명을 쓰고 폭력배가 된 길군 등 마을에서 지낼수록 저마다의 사연과 의뭉스러운데가 있는 인물들 투성이다.

마을 주민들은 매구는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다가도 막상 불길한 사건 앞에서는 매구의 짓이라고 입으로 전하기 바쁘다. 편하기 때문이다. 실체도 없고 사건과 연결되는 지점이 없어도 인간이 룰을 어겨 노한 매구가 그랬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을에 살인자가 돌아다닌다는 것보다는 안전하다고, 나만 조심하면 타겟이 될 리 없을거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괴소문이란 그렇다. 여럿이 모여있을 때는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해도, 혼자 남겨진 순간에는 혹시 그 존재가 한 순간에 나를 삼켜버리지 아닐까하는 두려움을 온몸으로 감각한다. 작가는 그 지점을 잘 파고들어 등장인물들이 특정 순간을 맞닥뜨릴 때마다 독자에게 공연히 마른침을 삼키게 만든다. 챕터가 끝나는 꼭지마다 매구로 추정되는 존재가 독백을 하는데, 풍겨오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추리극으로 무게를 싣자면 떡밥 뿌리기가 조금 더 과감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이미 미스터리만으로도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460 여쪽에 달하는 가볍다고는 할 수 없는 분량이지만 며칠 내내 통근 지하철에서 서서 읽었음에도 몰입이 잘 되는 소설이었다. 여름에 읽기 딱 좋은 작품이다. 천년을 살아남은 여우, 매구의 진짜 정체가 궁금한 분들은 소설로 확인해보시길!

✏️ 나는 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가 부르는 이름으로 존재해. 이야기가 사라지지않는 한, 이야기 속에서 내가 불리면 나는 계속 살아 있는 거야.
  
  
*서평단 신청을 통해 도서를 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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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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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해보고 싶은 분

신체에 가해지는 고통을 부작용이나 중독성 없이 말끔하게 해소하는 진통제 NSTRA-14가 세상에 발표되자 누구라도 통증을 전능하게 다루는 시대가 도래한다. 그러나 고통이 없는 삶을 죄악시하고 고통이야말로 인간으로서 구원을 얻을 수 있는 초월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교단이 설립되며 진통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와 첨예하게 대립한다. 교단은 제약회사를 테러하고, 교단의 지도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는 등 커다란 사건이 발생하고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제약회사의 자녀 경과 테러범 태가 있다.

작중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외자를 사용하는 점이 독특했다. 인물들의 성별은 극이 진행되면서 밝혀지는데 성소수자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성별 이분법적 사고를 막기위한 하나의 장치이자, 한자어를 쓰는 각 이름이 가진 인물들의 특성을 명확히 하려했던 작가의 공이 돋보이는 설정이었다. 교단을 창시한 교주의 정체가 드러날 때는 생각치 못했던 설정에 놀랐다.

제약회사와 교단은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으나 두 집단이 ‘고통’이 존재해야 각자의 존재 이유가 공고해진다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익이나 신념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도구화 한다는 부분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작중 배경에 따르자면 신체의 물리적 고통을 제한하니 정신적 고통만이 남는다. 이야기를 관통한다고 보는 주제는 정신적 고통을 인간의 존엄성의 일부로 볼 것인가? 하는 거였다.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고통을 원하는 인간은 없겠지만 고통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로서 작용하고 피할 수도 없으며 받아들이는 주관에 따라 삶의 방향도 변화한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고통에서 이유를 탐구하다보면 그 행위에 매몰되어서 결국 주변을 차단한 채 홀로 고립되어 버리므로 내 상태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삶에서 치르는 고통에는 철학적으로 풀어내야 할 근원 같은 것은 없다. 다만 고통 속에서도 내가 사는 의미를 찾는 것, 그것이 삶의 돌파구를 찾고 내구력을 강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 인간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여 삶을 견딥니다. 고통에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서평단 신청을 통해 도서를 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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