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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평점 :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해보고 싶은 분
신체에 가해지는 고통을 부작용이나 중독성 없이 말끔하게 해소하는 진통제 NSTRA-14가 세상에 발표되자 누구라도 통증을 전능하게 다루는 시대가 도래한다. 그러나 고통이 없는 삶을 죄악시하고 고통이야말로 인간으로서 구원을 얻을 수 있는 초월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교단이 설립되며 진통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와 첨예하게 대립한다. 교단은 제약회사를 테러하고, 교단의 지도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는 등 커다란 사건이 발생하고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제약회사의 자녀 경과 테러범 태가 있다.
작중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외자를 사용하는 점이 독특했다. 인물들의 성별은 극이 진행되면서 밝혀지는데 성소수자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성별 이분법적 사고를 막기위한 하나의 장치이자, 한자어를 쓰는 각 이름이 가진 인물들의 특성을 명확히 하려했던 작가의 공이 돋보이는 설정이었다. 교단을 창시한 교주의 정체가 드러날 때는 생각치 못했던 설정에 놀랐다.
제약회사와 교단은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으나 두 집단이 ‘고통’이 존재해야 각자의 존재 이유가 공고해진다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익이나 신념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도구화 한다는 부분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작중 배경에 따르자면 신체의 물리적 고통을 제한하니 정신적 고통만이 남는다. 이야기를 관통한다고 보는 주제는 정신적 고통을 인간의 존엄성의 일부로 볼 것인가? 하는 거였다.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고통을 원하는 인간은 없겠지만 고통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로서 작용하고 피할 수도 없으며 받아들이는 주관에 따라 삶의 방향도 변화한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고통에서 이유를 탐구하다보면 그 행위에 매몰되어서 결국 주변을 차단한 채 홀로 고립되어 버리므로 내 상태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삶에서 치르는 고통에는 철학적으로 풀어내야 할 근원 같은 것은 없다. 다만 고통 속에서도 내가 사는 의미를 찾는 것, 그것이 삶의 돌파구를 찾고 내구력을 강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 인간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여 삶을 견딥니다. 고통에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서평단 신청을 통해 도서를 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