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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시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3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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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 작품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독일 대문호 괴테의 동반문화를 향한 찬사를 시 여러 편으로 응축하여 <서동시집>이 탄생했다. 사실 시집에 대한 서평을 적는 일은 꽤나 조심스럽고 망설여지는 일이다. 소설이나 산문에 비해 작품에 주어지는 정보가 한정적이어서 행간과 운율을 보고 떠오르는 것만으로 작품을 이해해왔기 때문이다.서동시집에는 반갑게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작가 주석과 작품을 번역한 분의 해설이 함께 실려있어 작품의 배경에 대한 지식을 따로 탐구해야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괴테는 시 창작을 통해 동서양의 문화를 서로 연결하며 영감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 상생하면서 성장해가는 독일 사회의 모습을 꿈꿔왔던 것 같다. 시의 어조를 살펴보면 혁명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굳은 의지같은 감정들이 느껴지곤 한다. 어찌보면 장문의 장황함으로 설득하기보다 시의 강렬한 외침으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도달하려 했는지 모른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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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에밀리 디킨슨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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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생애동안 써낸 2000편 중 엄선된 200여편의 시를 엮어낸 선집이다. 어떤 시는 누군가에게 띄워 보내는 편지 같기도, 신에게 올리는 기도 같기도 했다. 또 어떤 시는 소설의 한 조각 같기도 했다. 아마 그녀가 표현하고 싶은 세상의 단편들이 무궁무진 했겠지. 사랑, 이별, 죽음과 영혼을 주제로 한 시들이 많이 등장한다. 병환이 깊은 어머니를 간호하던 그녀의 인생과 맞닿아 있는 작품들이 많을 것이다. 아카데미를 다니며 문예 창작을 공부한 덕인지 문학적 표현력이 돋보이는 구석이 많다.

작가의 시를 읽다보면 명상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나뭇잎에 매달린 투명한 이슬, 발 아래 부서지는 아침의 하얀 파도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일까. 개인적으로는 문화적 공감대 때문에 한국 시가 취향이지만 형용할 수 없는 생소한 울림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시대를 넘나들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듯 하다.

✏️사는 게 아픈 것인지 -
노력해야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
둘 중 선택할 수 있다면 -
죽는 쪽을 -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문을 모조리 연다.
새벽은 새처럼 깃털을 가졌을까.
혹은 해변차럼 파도가 칠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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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각본
셀린 송 지음, 황석희.조은정.임지윤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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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라면 ’인연(‘이라는 단어에 익숙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을 들어보기도, 직접 건네보기도 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인연, 추억, 첫사랑이 버무려진 영화다. 주인공인 해성과 나영은 초등학생 시절 영혼의 단짝처럼 붙어다녔지만 나영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되며 자연스레 연락이 끊긴 채 살아간다. 12년 후 문득 서로의 존재가 생각난 둘은 온라인에서 다시 재회하게 되고 반가움에 기뻐하지만 나영은 이제 그 이름을 쓰지 않는다. 노라라는 영어 이름을 쓰는 나영은 이제 뉴욕에 살며 극작가를 꿈꾸는 대학생이다. 커다란 시차라는 장애물에 힘들어하고 일상의 흔들림을 느낀 노라는 해성에서 잠시 멀어짐을 고하고 그렇게 둘은 다시 이별 아닌 이별을 맞는다. 시간이 흘러 12년 후 각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둘. 해성은 마침내 노라를 만나러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

나는 영화를 먼저 관람하고 각본집을 읽어보았는데, 활자를 훑을 때 마다 머릿속에서 장면이 다시 재생되어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물들의 속 마음이 어느정도 지문에 서술되어있어 영화만으로는 전부 파악하기 어려웠던 인물들의 감정을 밀도있게 음미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인물 간의 애틋한 시선이라던지 오묘한 기류, 공감각 같은 것들은 활자를 읽는 것보다 영화를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중 ’인연‘의 법칙을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불교에서 다루는 사상이다보니 서양인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인 듯 하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살면서 놓쳐버린, 보내버린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한 때 내 삶의 가장 큰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아닌 것들.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조금 더 노력했다면 지금의 나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 시절인연(時節因緣)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잔잔한 작품이었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이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영화를 본 분들에게는, 영화만으로는 온전히 채우지 못한 틈을 이 각본집이 메꿔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근데 그 어린애는 존재했어. 너의 앞에 앉아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는 건 아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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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본 후에 다스리는 마음
수아지크 미슐로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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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땐 명상을 권하고는 한다. 보통 명상이라고 하면 졸졸 흐르는 맑은 물과 산들거리는 바람, 정갈하고 아늑한 실내, 사람 없는 고요한 자연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오히려 명상을 연꽃 아래 진흙에 비유한다. 잔잔한 호수 위에 떠올라 유영하는 것 보단 깊은 심연 속으로 헤엄쳐 가는 것 처럼 명상을 정의한다. 물론 명상을 하면 적막하고 차분해지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도입부에 불과하다. 자신의 마음 속으로 한 없이 걸어들어가다보면 깊은 동굴 속에 자리한 엉키고 설킨 감정과 생각을 마주친다. 명상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그 실체를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행위인 것이다. 명상의 열쇠는 ‘수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하게 된 사람들은 일희일비 하며 흔들리지 않는다.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게 여기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자체로 명상을 실천한다고 볼 수 있다. 명상은 무뎌진 감각을 깨워 지나쳐버린 사사로운 감정을 일깨워준다. 어린 아이가 작은 일에도 깔깔 하고 잘 웃는 것은 작은 것도 온 몸으로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는 혐오가 만연하다못해 자기혐오를 하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나도 무의식 속에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한 적이 여러 번이다. 명상은 결국 내면에 거울을 비추는 것이다. 타인만을 응시하던 시선을 나 자신에게 돌리는 수행이다. 저자를 따라 명상의 본질을 깨닫고 보니 자주 성찰하고 내 존재를 마주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명상을 수행하다보면 자기연민에 빠질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책에서 확인해보면 좋겠다.

글의 꼭지마다 실려있는 그림과 사진은 저자의 명상에 대한 서술에 덧대어 독자를 더 쉬운 이해의 길로 안내한다. 그림을 먼저 감상하고, 글을 읽고 다시 그림을 보면 감탄하게 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예술 작품과 어우려져 명확히 다가온다. 멀리 떨어져만 보이던 막연했던 명상이 형체가 되어 성큼 내 앞에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명상을 대하는 내 생각의 틀을 깨준 책이다. 명상을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권해볼 만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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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요헨 구치.막심 레오 지음, 전은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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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술로 하루를 보내는 남자 골드, 주인을 떠나보내게 되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말하는 고양이 프랭키의 이야기를 그린 삶의 희망을 말하는 소설이다. 골드는 아내가 죽자 삶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생각하고는 목에 밧줄을 거는 선택을 한다. 그날 밤, 우연히 프랭키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삶은 점차 변화를 맞는다.

프랭키는 집고양이로 살다가 뜻하지 않게 길거리 생활을 전전하지만 슬퍼하거나 생활을 비관하지 않는 성격이다. 주어진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작은 부분에서도 장점을 발견하는 낙천적인 고양이다. 프랭키는 다정하진 않지만 무심하게 또는 넉살좋게 골드의 인생을 파고든다. 그렇게 삶의 목적을 상실한 골드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가 되어간다.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프랭키에게 보낸 골드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쫒다 그것을 한번 잃고 나면 세상을 흑백으로 칠하곤 하지만 얼마든지 새로운 색으로 다시 물들일 수 있다. 이전과 같은 색은 아닐지 모른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을 망설이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동물일 수도, 사람일 수도, 아니면 병원이 될 수도 있다. 작은 불씨가 커져 커다란 불꽃이 되듯, 일단은 촛불을 켜는 것 부터 시작한다면 얼마든 희망은 있다. 삶의 의미를 잃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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