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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이즈 뷰티풀 - 슬로 라이프를 제창한 쓰지 신이치 교수의 '느림' 미학
쓰지 신이치 지음, 권희정 옮김 / 일월서각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절약을 하고 투잡을 해서라도 돈을 더 모아야 한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더 열심히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 사교육을 한개라도 더 늘리고 시간을 아껴 책이라도 한 권 더 읽혀야 하고 한개라도 더 좋은 체험을 시켜야 한다. 잠시라도 아이를 혼자 놀게 두어서는 안된다. 시간을 흘려보내서는 안된다. 설거지, 빨래 등 집안 일을 다했어도 인터넷이라도 켜서 각종 할인정보, 경품정보를 하나라도 놓쳐서는 안된다. 친구와 간단한 식사 한끼를 하면서도 시간이 아까워 늘 초조하고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런식으로 조급증에 빠져 살았다. 몸과 마음이 소진될 정도로 쉬지 않고 뭔가를 빨리 해치워야 하는게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마음은 늘 공허하고 우울증과 욕구불만에 시달렸다. 근면함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내가 이상향으로 정해놓은 미래를 위해 쉬지 않고 현재를 희생하며 노력하지만 만족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슬로 이즈 뷰티풀>이라는 책을 우연히 접하고 왠지 가슴이 확 뚫리는 기분, 시원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삶의 방식의 어떤 요소가 날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지를 너무나 명명백백하게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 아! 맞아 바로 이거야. 이거였어.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으니까.
이 책에 언급된 현대사회는 준비사회. 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을 희생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학교에 다니고 보험, 연급을 들고 늘 그러한 계획들의 대한 생각으로 머리 속이 가득하다.
특히나 나를 반성하게 했던 부분은 아이의 양육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 즉 느림의 철학이 필요한데, 현대인들은 아이의 걸음마를 빨리 떼게하고 돈을 벌기 위해 어린 아이를 일찍부터 집단보육에 맡기는 행위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아이를 아주 어릴 때 집단보육에 맡기다가 아이가 발달이 느린 것을 깨닫고 직장을 쉬게 되었다. 쉬면서도 아이가 또래보다 뒤쳐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미친듯이 책과 교재를 사서 교육을 시키고 남보다 부족함 점을 보이면 한탄하고 조바심을 내고 또 새로운 교육방법은 없을까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그 것을 너무도 잘못된 삶이었음을 뼈져리게 깨닫고 있고 <슬로 이즈 뷰티풀>을 읽으며 내가 진정 살고 싶은 삶의 방향에 대하여 실제적인 윤곽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먹거리, 환경, 사람을 대하는 방식 등 삶의 다양한 요소들에서 느림을 실천하는 사례들을 이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다. 앞으로는 남의 속도를 흉내내는 삶이 아닌 나 자신만의 보폭으로 걸어가는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