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지음, 권명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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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관람했던 영화 <빅 쇼트>는 2005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한 이들에 관한 영화였는데, 영화 마지막에서 금융위기를 경험하고도 변화하지 않는 미국 금융계의 모습은 씁쓸했다. 이 영화가 실화를 기초로 한 영화라면 플로르 바쉐르의 <조직된 한패>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그리스발로 대표되는 유럽금융위기로 이어진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조직된 한패>는 금융, 행정,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학창시절 친구들이 금융위기와 관련하여 얽키고 설켜 있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에 책에 대한 소개부분을 읽었을 때는 학창시절 친구들이 서로의 위치에서 서로 도와 금융위기의 음모를 밝히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소설은 지극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가상의 상황을 연결하여 심각한 금융위기를 경험하고도 변화하지 않는 이유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은행에서 파생상품을 판매하다가 팀원의 2억유로 횡령사건으로 불명예 퇴직을 했던 제레미는 금융시장을 분석하여 부실자산 전문가로 재기에 성공하였다. 부실자산을 최소화했기에 기업의 손실은 최소화되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금융관행을 변화시키는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금융계와 정부가 손잡고 부실기업과 생존기업을 정하고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는 과정이 합리적이기보다는 비합리적일 수 있음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홍보전문가 바네사의 언론 플레이 전략을 통해 밝혀진 음모가 얼마나 쉽게 희석될 수 있는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소설 속에서 금융 위기의 음모론 뿐 아니라 열심히 공부해서 각 분야를 대표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면,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세바스티앙의 모습은 결코 선망이 모습이 될 수 없었으며 기자인 클라라와 재정부장관의 비서실장인 남편 베르트랑은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처한 현실은 전혀 아님을 엿볼 수 있었다. 소설 속 주요 주인공들인 7명 중 앙트완만이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친구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사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삶의 차이를 소설 속에서 극단적으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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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마운틴 스캔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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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국립공원 메르캉투르(Mercantour National Park)의 작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 살인사건과 이를 은폐하려 연이은 살인을 저지르는 소수 권력자들과 이들에 맞선 선량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숨가쁘게 그려낸 카린 지에벨의 새로운 소설 '빅 마운틴 스캔들'은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흥미진진하며, 예측불허의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었다.

작은 시골에서 조차도 권력과 돈에 눈먼 사람들의 추악한 모습들이 어떻게 엮여질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으며, 환경에 관심있는 척하지만 절대로 관심없는 정치가들의 일반적인 속성과 함께 공권력을 가지고 사적으로 어떻게 악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놀라운 것은 소설가로 인정받기 이전에 다양한 직업을 가졌었으며 이러한 경험이 작품에 반영되어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가 된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소설 '빅 마운틴 스캔들' 역시 메르캉투르 국립공원 관리인으로서 경험했던 일을 바탕으로 '빅 마운틴 스캔들'을 썼다고 한다. 소설 속 지명들의 위치와 사진들을 찾아보면서 책을 읽으면 더 흥미진진하고 이야기가 더 현실감있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산양의 일종인, 투르캉투르 국립공원의 보호 동물인 샤무아의 사진을 찾아보면, 인간의 욕심 때문에 밀렵을 당하고 있는 또하나의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뱅상은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의 산장에서 살면서 돈에 대한 큰 욕심 없이 여름 한철 여행객들에게 산악가이드로 일하면서 겨울을 보낼 정도의 수입만을 벌며 살아가지만, 사랑하던 아내가 여행객과 갑자기 자신을 떠났다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이후로 많은 여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만남을 이어가던 중,  여행사 직원 미리암이 뱅상에게서 받은 상처로 자살하고, 국립공원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었던 유일한 뱅상의 친구 피에르가 갑자기 산에서 실족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의문의 편지들이 하나씩 도착하면서 뱅상은 죽음의 이면에 숨겨진 음모의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 나간다. 이 과정에서 군인경찰대 신참인 세르반의 도움을 받으며 이성적으로 호감을 가지게 된다.

밝혀지는 살인과 음모는 한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얽히고 설힌 여러 인물들간의 자의반 타의반 협력에 의한 것임과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으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권력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며, 권력자 역시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존재이며, 이러한 약점을 이용해 돈을 착취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며, 음모에 가담한 인물이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내가 사건을 은폐하기로한 건 과연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을까?'라는 의문처럼 권력과 욕심에 한없이 빠지면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같은 존재가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빅 마운틴 스캔들'은 살인과 음모에만 함몰되어 어두운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의 다양한 등산코스를 안내하는 뱅상의 모습을 통해 여러 등산 코스와 풍경에 대한 묘사는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소설가 박범신과 그의 소설 '촐라체'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으로 여행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세르반과 맞이한 일출의 모습 장면은 나도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소망을 가지게 만들었다. 언젠가 여행을 가게 된다면, 카린 지에벨의 소설 '빅 마운틴 스캔들'을 다시 읽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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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
데이비드 로버트슨.빌 브린 지음, 김태훈 옮김 / 해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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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레테크'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었다. 단종된 혹은 한정판 레고세트를 출시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사를 통해서였다. 어린이들이 한때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아니라 재테크의 수단이 될 정도로 레고를 좋아하는 성인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 준 기사였기에 장난감 이상의 위상을 가진 '레고'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적인 장난감회사인 '레고'에 대해서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회사, 레고랜드, 스타워즈나 닌자 등 다양한 시리즈의 레고 제품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는 정도였다. 어떻게 출발한 기업인지,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어떤 위기를 맞이하였었고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에서는 전혀 몰랐었다. 아마도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회사이고,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이고, 어린이들을 상대로 꾸준히 제품이 팔려 나가는 제품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 같다.

세계적인 MBA교육기관인 와튼 스쿨의 데리비드 로버트슨 교수와 저널리스트 빌 브린이 쓴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는 레고를 창업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시작이 되었었는지,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레고(LEGO)라는 말은 창업자인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엔이 '잘 놀아요'라는 뜻을 가진 'leg godt'라는 두 개의 덴마크 단어의 첫두 글자를 조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엔은 요요, 바퀴 달린 동물인형, 트럭 등과 같은 나무로 만든 장난감을 만들면서 '건설의 즐거움과 창조의 자긍심'을 주고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고, '우리 각자의 내면에 있는 아이를 육성한다'는 사명을 다듬고 재정립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개의 직사각형 블록 안에 8개의 돌기가 있고 뒷면의 안쪽으로는 세개의 동그란 틀이 있어서 블록간의 결합을 단단히 만들어 주는 구조는 창업자의 아들 고트프레드가 10년 넘게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낸 제품이라고 한다. 레고 블록의 기본모델은 영국의 발명가가 발명한 '자체결속블록'을 수정하고 발전시킨 것이였다고 한다.

오늘날 레고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속성 중 하나인 다양한 세트 제품을 판매하게 된 것은 1회성으로 판매되는 장난감보다는 여러 세트의 장난감이 연관되는 일관된 시스템을 개발해야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백화점 장난감 구매담당자로부터 받은 제안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덕분에 레고는 급성장할 수 있었고 많은 이들이 한 세트의 레고보다는 여러 세트의 레고를 구입하여 하나의 시리즈를 완성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승승장구하는 가운데에서 멈추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문화를 추구했던 레고가 그 혁신으로 인해 오히려 위기에 빠졌다는 아이러니한 결과는 아무리 좋은 방법론도 한쪽 방향만 고수할 때는 한계에 부딪히게 됨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레고 모델을 만들어내는 혁신문화를 추구하다보니 신규모델에 필요한 부품 생산에 따르는 비용이 수익을 앞서는 상황이 발생했고,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으로 인해 재고가 쌓이고 헐값에 판매되는 상황에 이르며, 장난감 외의 분야로 무리하게 사업다각화를 진행하다보니 이 역시 수익보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레고의 핵심타깃인 10세 전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어린이들이 장난감보다는 전자오락기기 등과 같은 놀이를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하고 핵심타깃을 바꾸었었다는 점이었다. 핵심에 집중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버리고 사업을 확장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위기를 겪은 후, 내실화 과정을 통해 레고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전자오락을 안좋아하는 것은 아님을 인식하고 레고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을 핵심타깃으로 재정립했던 부분은 기업들이 하기 쉬운 핵심타깃과 시장에 대한 오판을 레고도 했었지만, 이러한 오판을 다시 바로잡을 수 있었고 다시 도약할 수 있었다는 점을 통해 경영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원한 진리로 여겨지는 전략은 없기에 잘못된 상황을 빨리 인지하고 바로 잡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레고의 사례를 통해 경영전략에서 편적으로 이야기되는 7가지 혁신 전략이 반드시 모든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며, 균형과 통합 순서와 속도가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이루어져야 하며, 레고와 같이 블록을 조립하듯이 혁신을 이루어야 함을 마지막 장에서 소개하며 기업의 혁신을 위한 혁신 진단과 혁신 도구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사이트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을 마무리하였다.

부자가 3대를 못간다는 말처럼, 기업들도 3세대를 거쳐 생존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를 통해 레고의 혁신 문화 덕분에 레고가 위기에서 다시 일어서고 변화하며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세계적인 장난감 기업 이상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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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 - 성공한 사람들이 절대 알려주지 않는 진짜 자기계발
이혁백 지음 / 레드베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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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다는 것은 전문 작가의 일로만 생각되었다. 하지만, 작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한 것을 보았을 때는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해보고 싶긴 하지만 시도하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글 솜씨가 없기 때문이라는 핑계였다. 초중고 시절을 거치면서 글짓기로 상이라도 한번 타봤다면 글 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겠지만, 그런 경험이 없기에 더더욱 글 솜씨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 그러다가 눈에 띈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은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책이라 기대가 되었는데, 역시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첫장 '어설픈 자기계발로 시간을 버리는 당신'을 통해 하루 1시간이 얼마나 대단한 시간인가를 실감할 수 있었고, 한정된 시간안에서 정말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찾아야겠다는 자극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 이름으로 낼 수 있는 책을 쓰려고 하다보면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쌓이고 어느 순간 나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과 평생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는 점은 책쓰기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었다.


저자가 인용한 "알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때문에 참으로 알게 된다. 책을 쓴다는 것은 가장 잘 배우는 과정 중의 하나다." 라는 구본형 작가의 말은 제대로 아는 것이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하면서 쓰면 됨을 깨우쳐 주었다.


3장에서 소개한 책쓰기 실전 노하우는 책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막연하게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장르와 콘셉, 제목과 목차를 정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함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이것이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의 큰 차이인 것 같다. 쓰고 싶은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에 책 읽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얼마 전 타계한 움베르트 에코의 경우, 3만권의 장서를 보유했다고 한다. 학자로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 업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장미의 이름' 과 같이 대중적인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가 가진 3만권의 장서에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쓰기의 노하우가 담긴 책 덕분에 단순 글쓰기가 아니라 책쓰기에 도전하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분야의 책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어려운 분야보다는 소소한 일상과 관련되어 써볼 만한 것으로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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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뉴욕
E. B. 화이트 지음, 권상미 옮김 / 숲속여우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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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의 서울과 2016년의 서울의 모습이 천지차이 이듯이, E.B.화이트가 쓴 <여기, 뉴욕> 속 1949년의 뉴욕은 오늘날과 매우 다를 것이다. 하지만, 뉴욕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잠시 뉴욕에 체류한 사람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뉴욕의 모습은 오늘날 뉴욕을 잠시 여행하는 사람에게 주는 인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E.B.화이트의 경우에는 뉴욕에 전혀 살았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글을 썼을 당시에는 뉴욕을 떠나 살다가 뉴욕에 관한 글을 의뢰받고 잠시 뉴욕을 방문하고 나서 쓴 글이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과거에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 다름에 놀라기도 하고, 뉴욕이라는 도시와 뉴욕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떠오른 생각들에 대해 글로 쓸 수 있었다고 본다. 그렇기에 그의 글 속에 비친 뉴욕의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뉴욕은 시와 같다. 모든 삶, 모든 인종과 혈통을 작은 섬 한 곳에 압축하고 음악을 더하고 내부 엔진을 반주로 곁들인다.
...
뉴욕은 파리와는 전혀 다르다. 런던과도 딴판이다. 스포케인의 육십 배도 아니고, 디트로이트의 네 배도 아니다. 뉴욕은 모든 점에서 가장 대단한 도시다." (32쪽)

"이렇듯 수많은 인종과 신념을 대표하는, 외국에서 출생한 수백만의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고 섞이면서 뉴욕을 하나의 세계라는 현상이 상설 전시장으로 만든다."(50쪽)

어떤 도시도 같을 순 없지만, 세계적인 도시들이 갖는 특성과 달리 뉴욕만이 갖는 특성은 모든 인종이 모여있는 도시라는 점일 것이다. 물론, 오늘날 세계적인 도시들에 가면 여러 인종을 발견할 수 있긴하지만, 뉴욕만큼 다양하지는 않을 뿐더러 뉴욕만의 갖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만큼 두드러진 특성은 발견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1949년의 뉴욕이 오늘날의 뉴욕처럼 당시에도 세계 여러 인종들이 모여 사는 곳이였다는 점은 놀랍고 신기하다.

하지만, 수많은 인종들이 모여 살게 만드는 도시라는 점에서 매혹적이지만, 잠시 체류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매력적인 것은 아님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진솔하게 보여주었다.

"이방인에게 뉴욕에서 머무는 일은 작은 망신과 불편과 실망의 연속일 수 있으며, 그런 일은 실제로 왕왕 일어난다. 웨이터의 말을 못 알아들어서, 바가지 씌우는 가게와 친절한 술집을 구별하지 못해서, 지하철을 잘못 타서, 뭘 몰라서 질문하다가 버스 운전사에게 면박을 당하고 내려야 해서, 침실에 가득한 거리의 소음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견디느라."(36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방문해보고 싶은 선망의 도시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같을 것이다.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저자도 느꼈던 '볼거리가 많은 도시'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뉴욕은 지속적인 자극 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끊임없이 제공한다."(41쪽)

그렇기에 뉴욕으로의 여행을 꿈꾸어 본다. E.B.화이트가 보고 느꼈던 뉴욕과 내가 보고 느끼게 되는 뉴욕은 어떤 부분이 겹치고 어떤 부분이 다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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