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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 29 : 1 하인리히 법칙 - 재앙을 예고하는 300번의 징후와 29번의 경고
김민주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역사학자 에릭
카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었다.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해 인간의 역사라는 것이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기보다는 반복되는 판단과 실수로 인해
반복되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경험한 대형 사건들 역시 반복되는 사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늘도 충격적인 사고 속보가
있었다. 오전 10시 52분경 광주 도심에 헬기가 추락했다는 기사였다.
"광주 도심에 헬기 추락, 조종사 2명 등 5명 사망…세월호
수색작업 지원 후 복귀 중 참변"
현재 추락한 헬기는 낮게 날고 있었고, 기상 악화로 추락한
것 같다는 정도만 파악되었다. 세월호 수색작업에 지원갔었던 강원소방소속 헬기였다고 하니 더욱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었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사고 소식은 올해 유난히 많은 것 같이
느껴진다. 지난 4월의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전국민이 가슴아팠고, 그 여파로 인해 어디선가 사고가 났다고 하면 "왜? 또?"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를 놀라게 한 사건으로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제주 버스 화재, 현대백화점 천호점 천장붕괴사고, 제2롯데월드, 석촌호수 주변 싱크홀 현상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 소식들은 인재로 인한 대형 사고를 경험하고도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정석을 따르기보다는 '설마 사고가 일어나겠어?'라는 안일한
자세로, 늘 해오던 방식이라는 이유로 사고발생 가능성을 예고하는 사전 징후들이 무시되었기에 끊임없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컨설팅회사 대표인 김민주의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재앙을 예고하는 300번의 징후와 29번의 경고가
나타난다고 하는 '1:29:300 법칙'과 함께 결함의 확산을 끊어야 한다는 '도미노 이론', '깨진 유리창 법칙', '아킬레스건과 최소율의
법칙' 등을 소개하며 세계적인 선박침몰사고였던 타이타닉과 엑손 발데즈의 사례와 함께 최근 발생한 세월호 사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며, 성공적인 위기 사례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그리고 실패를 자산화 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안전교육과 안전산업에 대한 전문가를 키울 것을 제안하고있다.
하인리히 법칙을 만든 허버트 하인리히는 1920년대
여행자보험회사를 다니면서 실제 발생한 7만 5천건의 사고를 정밀 분석하여 얻은 결과를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냈고, 이 책은 후속 연구자들이 추가되어 5판까지 출간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핵심 내용이 바로 '1대 29대 300'법칙인
것이다. 큰 사고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미한 부상을 입지 않는 사고 300건과 가벼운 부상을 입은 사고 29건이 이루어지고 나서 심한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 1건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삼풍백화점 붕괴, 이천 냉동물류창고 화재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하인리히
법칙이 안전 예방측면에서 여전히 유효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하인리히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다음의 3가지 요인이
잠재되어 있으며 도미노 같은 연결고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요인 : 인간의 유저적 내력이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
제2요인 : 제1요인에 의해 생기는 인간의 결함
제3요인 : 인간의 결함에 따른 불안전한 행위 및 기계적,
신체적 위험
그리고 사건이 발생하면 초기 대응이 중요함을 '1대 10대
100'법칙으로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인 물류기업 페덱스에서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이 법칙은 '불량이 생길 경우 즉시 고치는 데는 1의 원가가
들지만, 책임소재를 규명하거나 문책당할 것이 두려워 불량 사실을 숨기고 그대로 기업 문을 나서면 10의 비용이 들며, 이것이 고객 손에 들어가
클레임 건이 되면 100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법칙인 '깨진 유리창의 법칙'도 소개하고
있는데, 한번 깨진 유리창을 방치한 건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망가지게 된다는 법칙이다. 뉴욕 시장으로 취임한 줄리아니가 이 법칙을 기반으로
경범죄 단속을 엄격하게 했더니 중범죄도 줄어드는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이 법칙을 소개한 책이 많은 경영자들에게 영감을 주어 사내
필독서로 유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의 번역자가 <하인리히 법칙>의 저자였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게 되었고,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법칙은 '아킬레스건과 최소율의
법칙'이었는데,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인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듯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유명한 문장을 인용하면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서도 이 법칙을 '선택된 가축화'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불행이나 선택되지 못한 가축들의 치명적인 요인을 발견해야 함을 소개하면서, 아무리 완벽해보여도 딱 하나가 부족해서 실패하게
만드는 원인인 '아킬레스건'과 아킬레스건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다면 최소화시켜야 함을 주장함을 의미하는 '최소율의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2부와 3부에서 소개된 대표적인 기업들의 대형 사고와
위기관리의 실패 사례들은 사건 사고들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기에 위기관리의 성공사례 기업들을 통해 발생한 사고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배울 수 있었는데, 저자는 이를 마지막 4부 '실패 자산화'부분에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 소개된 '에필로그: 안전은 습관처럼, 위기는
기회처럼'은 얼마 전에 읽었던 국내 대표적인 페인트 회사 CEO 인터뷰 기사를 생각나게 했다. 세계 1위의 페인트회사 악조노벨은 페인트라는
화학제품을 다루는 회사이기 때문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회의 시간에 안전관리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으로 시작하며, 수시로
사고발생을 가정하고 대피 훈련을 할 뿐 아니라 출장가는 직원들이 지켜야할 지침으로 호텔의 비상대피로를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인터뷰한 CEO는
실제 출장 중에 작은 화재사고를 경험했고, 반복훈련의 성과로 인해 빨리 빠져나온 숙박객들 중에 2번째였다고 한다. 작년 아시나아 항공기의
샌프란시스 공항 충돌사건의 경우에도 스튜어디스들의 승객의 안전을 우선시한 활동이 세계인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는데, 이 역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반복훈련의 덕분이었음을 인터뷰한 스튜어디스들의 인터뷰 기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하인리히 법칙> 역시 많은 경영자들에게 기업
위기관리에 대한 영감을 주는 책이지만, 경영자 뿐 아니라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그리고 경영자나 정치인, 행정가가
아닐지라도 누구나 읽어두어야 할 전국민 필독서가 아닐까 싶다. 가정집이든 대형빌딩에 있든지 혹은 자동차를 타고 이동중이든 지하철을 타고
이동중이든 우리 일상 생활속에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할 수 있기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의 징후들에 대해 간과하지 말아야 하며, 부득이하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무엇보다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든 생활습관이든지 세심하게 만들어두어야 함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력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고 읽었더 <50
북유럽 이야기>도 <하인리히 법칙> 법칙의 저자가 쓴 책이라고 해서 반가워서 다시 한번 꺼내 보았다~
몇 년전 사내 필독서였던 <깨딘 유리창 법칙>의
역자 역시 <하인리히 법칙>의 저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