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2 - 주제별 역사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2
미할 비란.김호동 엮음, 최소영 옮김 / 사계절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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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대륙을 달리고 달려 정복한 칸들의 이야기. 그 정도면 몽골의 역사에 대해 적당히 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했다. 최근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몽탄신도시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몇몇 영상들을 본 즈음이라 좀 더 기꺼이 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많은 인물과 그들의 세력 구도, 관계를 주제별로 살펴보는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시리즈. 그 중 2, 주제별 역사는 총 9개의 주제로 몽골을 톺아준다. ‘케임브리지라는 이름이 붙는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 분야의 최고 연구자들과 만든 개론서 혹은 연구서라 결코 페이지 터너라든가, 흡입력 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중앙아시아 분야의 최고 석학이신 김호동님의 책임 편집이라 하니, 귀동냥으로나마 익은 이름에 의지하여 꾸준히 공부하였다.

경제, 종교, 과학, 예술의 교류에 있어 개방적이고 합당하다 싶기까지한 자세에 놀라기도 했고,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역할도 역사 속 주변 지역과 비교하니 굉장히 재미있기도 하고, 현대적이랄까, 인상적이었다.

사계절 출판사의 인문학 책들은 언제 만나는 어떤 책이든 굉장하다. 흑해 만큼이나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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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지음, 리처드 맥스웰 해설,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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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중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라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문학적 원숙함이 무르익은 디킨스의 후기 문학 대표 작품인 두 도시 이야기1792년 프랑스 혁명기, 한 남자의 삶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디킨스는 라 포르스 감옥 학살을 묘사하며 혁명과 민중, 세계를 혁명 그 자체보다 인간의 이성,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고 변화시키는 지 보여준다. 그래서 빌런도 빌런이기만 할 수 없으며, 도대체 사랑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선택과 선택의 기준, 가치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뮤지컬을 보는 듯, 앉은 자리에서 꼼짝없이 깊어지게 만든다. 정말, 그렇게 만드는 흡입력이 굉장하다.

 

때는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 작품의 배경인 두 도시, 런던과 파리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역사적 갈등을 선명하게 그래서 프랑스 혁명 후 공포정치의 무자비함을 더욱 부각시키고 혁명이라는 극적인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남자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을 효과적으로 조명하는 흐름까지. 올리버 트위스트나 크리스마스 캐롤과는 전혀 다른, 역사소설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느낄 수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도 저마다의 선택은 달라지고, 고통받는 개인과 그 개인들이 모였을 때 발휘되는 힘은 분명 결이 다르며, 존엄과 존중, 자유와 사유 등 인간의 빚어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 이것이 고전의 힘이구나! 다시 한 번 감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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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벤 핌롯 해설 / 펭귄클래식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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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어떻게 피해도 어디서든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까라마조프라든가 .. 고전의 고전이라 인생의 인덱스가 되는 책들. 1984도 그런 책이다. 굉장히 많은 출판사의 다양한 표지와 다른 말맛의 번역들로 읽고 또 읽고 듣고 쓰고 공유하는 감상들까지. 몇 번째 읽는 1984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펭귄클래식의 번역가 해설은 굉장히 좋았다. 도서를 지원받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간의 1984도 한번에 해소되는 듯 했달까.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국가, 권력이 유지되고 혹은 유지되기 위해 개인을 어떻게 통제하고 감시하는지, 언어가 사고를 어떻게 지배하고 폭을 좁히고 인간과 인간성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지, 종국에는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된 윈스턴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전체주의 국가의 폐해라고만 할 수도 없이 현대 자본주의에서도 맹목적으로 제공되고 사고를 허락지 않는 듯한 속도와 반응을 요구하는 어떤 현상들이 어쩌면 이 시대의 빅브라더는 아닐까.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보며 내적친밀감 속에 모두의 평균과 상식을 강요하고 강요받는 우리 모두의, 개인적이지만 공공연한 공개된 일상들 속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빅 브라더.

새삼 생각을 많이 하며 읽게 된 데에는 번역의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몇 권의 다른 출판사 책들가 비교해보아도 번역된 문장들이 읽기에 편안하다. 한자어나 번역을 번역한 듯한 표현들이 없이 윤독에도 낭독에도 맛있게 읽혀 좀 더 빠져들어 읽기 좋았다.


빅 브라더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은 당신 안에 어떤 사유를 담고 무엇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어떤 미래로 나아갈지.
그럼에도불구하고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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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벨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6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채단비 옮김 / 레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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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디스 아이제나흐, 베르나르 마르탱 살인으로 기소
“용서를 구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글라디스를 악녀라 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독모를 통해 이야기도 듣고 나눠봤지만, 그녀가 과연 악녀라 할 수 있을까?
그녀를 욕하고 벌할 수 있는 자가 호칭으로써 “제자벨”이라 부르는 것은 응당 받아들일만 하지만, 글라디스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 곳에서 구미에 맞는 사랑을 얻으며 삶을 살고 채우는 것을 인생으로 알고 엄청난 노력과 의지로 그 날 그 밤 그 사건까지 살아왔다. ‘최소한의 최선’에 등장했던 외할머니처럼, 능력과 관심 외의 것에는 애쓸 이유가 없지 않나. 삶은 어떤 형태로든 거의 항상 치열하므로. 글라디스의 미래와 과거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니, 그 또한 축하할 일이다. 그녀가 원한 그대로 이루어졌으니.

“여자는 몇 살까지 매력적일까요?”

‘걸어, 내 몸아. 움직이라고, 이 늙어빠진 몸뚱아리야. 말 좀 들어!’

100년 전 소설 속 주인공의 삶에 대한 경건하고 곧은 태도와 의지와 노력을, 오늘을 사는 우리는 각자 어떤 장면에서 발휘하고 있는지, 혹은 더 분발해야 하는 지, 그 욕망에 대한 책임감을 마냥 욕망 자체를 손가락질하기보다, 나는 내 욕망에 어떻게 임하는지 잠시 생각해 본다.

‘읽어, 내 눈아. 더 읽으라고, 핸드폰 볼 때가 아니야. 말 좀 들어!’

글라디스, 비록 그대 인성은 별로지만, 그대의 어떤 부분은 굉장히 매력적이라오.
이 매력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빛날 테니, 기대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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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복종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수필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9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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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
독자의 대부분은 ‘월든’으로 알텐데, 나에게 월든은 너무나 높은 벽이다. 사실 세 번 도전해서 그만큼 중도포기한 기억이 쓰게 남았다.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에서 소로의 이야기가 잠시 등장하면서 소로가, 월든이 ‘언젠가 다시 한번’, 꼭 한 번은 언젠가‘ 하고 마음을 달래준 기억이 난다.

문예출판사의 『시민불복종』. 9개의 글이 묶인 이 책은 소로와 소로의 글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주었다. ’아니, 소로는 그대로인데?‘ 라고 할테니 다시 말하자면, ’나, 소로의 이런 글 좋아하네!‘ 정도랄까.

그러고보니 어느 출판사였나, 소로의 일기 시리즈를 읽고 놀란 때도 있었다. 앞의 두 편, 시민불복종과 존 브라운 대위를 위한 청원과는 다른 결로, 뒤를 채운 글들은 굉장히 깊이 들여다보고 느끼고, 기록하는 사람이구나. ’생태주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싶게 요소요소의 장면들에서 대자연과 인간, 삶과의 연결고리에 대한 메시지들. 많은 작가들이 그렇겠지만, 그 글들은 ’본다‘는 것과 ’쓴다‘는 것에 대해 ’나‘라는 필터를 더 분발케했다.

게다가 시절이 시절인 지라, 충분히 정치적일 수도, 다분히 철학적일 수도 있는 요즘을 살면서 시민불복종, 이 글은 굉장히 좋았다. 문장의 엄정함과 간결함, 의미 전달로서의 글. 해설에서 연설이 먼저였고 그 뒤에 글로 발표되었다는 내용을 보고 느낌에 대한 이해가 단박에 가능했다. (이런 정보는 꽤 훌륭한 팁이다)

나는, 사회적이라는 말을 정치적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혼자 숲에서 대자연을 누리고 느끼던 순간에도 소로는 충분히 사회적이었고 정치적이었고 완곡하게는 철학적이었다. 고뇌와 외침을 두루 그리고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문예출판사의 『시민불복종』. 추천한다.


내가 기꺼이 복종할 의사가 있는 정부라 할지라도, 정부의 권위는 아직 순수하지 못하다. …… 정부가 엄밀하게 정의로워지려면 피지배자의 허락과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p.49

“그 누구도 나를 이곳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내 발로 걸어서, 나의 창조주를 따라 왔습니다. 인간이 모습을 한 어떤 주인도 나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p.93

낙엽 하나를 집에 가지고 가 한가할 때 난롯가에서 자세하게 살펴보라. 그것은 옥스퍼드 서체에서 가져온 활자도 아니고, 바스크나 화살촉의 모양 기호도 아니고, 로제타석에서 발견한 활자도 아니다. 하지만 만약 이곳에서 …… 또 윤곽은 얼마나 자유분방하고 보기 좋으며, 곡선과 각도는 얼마나 우아하게 결합되어 있는가! 잎이 아닌 부분과 잎인 부분, 널찍하고 자유롭게 탁 트인 결각 위와 길고 날카로운 억센 털처럼 뾰족한 열편 모두가 두 눈을 즐겁게 한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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