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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인 밤 모호
파스칼 키냐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난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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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선, 방법을 문장과 함께 접하니 이런 호사가 어디 또 있을까요.
다만 새 책 냄새가 꽤 진해서 자주 펼쳐 냄새를 뺄 겸, 그림도 보고 문장에 감탄하며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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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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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산가리보다 치명적이고 복어의 독보다도 더 진한 검붉은 마음으로 아버지를 미워하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세상을 향한 몸을 약간 비틀어, 겉으로는 두껍고 단단하게 안은 아직 너무나 여리고 보드라운 열여덟 김두현. 쉼표 같던 어느 날에, 나눔으로 발견으로 놀라움으로 응원으로 제 안의 독을 치유하기 위해, 가벼워지기 위해 비로소 시작하는 분투의 길. 친구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은 “다 좋다”가 되기도 하는 나이, 준수와 재경과 두현은 각자의 아픔보다 마주보이는 친구의 아픔을 위해 마음을 내준다. 그들만의 공동체 의식이 꽤 단단하고 끈끈해서, 입시나 입상이 아닌, 숫자가 아닌 것으로 말할 줄 아는 그들이 대견하다.


 세상 모든 것은 누군가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 그렇다고 무작정 조심하고 의심하며 방어하기엔 세상에 의미들이 너무 많다. 그 의미들에도 중독이 되기도 하니까, 정말 모든 게 다 독 일지도. 그러나 금강 복집을 운영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세상 더할 것 없이 센 독도 스스로 다스리며 자기 안에서 새롭게 일구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 힘을 어렴풋이라도 아는 두현이니까 마음이 힘들때마다 복국이 먹고 싶고 할머니는 식탁에 복국을 올린다. 가족이 가족이라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어른의 바른 사랑이 두현이의 앞으로를 응원하겠지. 숫자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그 따스하고 아늑한 요람의 의미.


p.112 나도 안다. 세상이 지금보다 더 엉망이던 시절도 있었다는 걸. 그래도 현실이 지금보단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이었으면 했다.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 길이 어딘가에 있었으면 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길 바랐다.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내가 지나온 세상은 그럭저럭 적응하고 지낼 만은 했다. 우리 아이들이 자랄 세상은 어떨까 생각할 때, 미안한 마음은 부디 생기지 않길 바란다.

  “일렁이는 이 마음에 무슨 이름을 붙일까 생각하는데, 불현 듯 투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p.186, 187) 모두의 투지에 건승을 기원한다.

 

#나는복어 #문경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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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열두 세계 포션 6
이산화 지음 / 읻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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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산화.
도서전 부스에서, 과학 잡지에서, 앤솔러지에서 스치듯 보고 듣고 읽었던
내게 아직은 낯선 작가 이산화님이 『전혀 다른 열두 세계』를 선택한 이유는,
일단은 표지에 홀렸다는 것, 이단은 ‘열두 세계라니 평행우주 얘긴가?’하는 호기심, 삼단은 그래도 망설이는 결정장애를 책쟁이들께 선호도를 물었다는 무려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았다.
아주, 매우, 굉장히.

지금까지 초단편이라고 하면 알아채기 힘든 그들만의 메모거나 쓰다만 그러나 뒤가 궁금하지 않은 낙서 같거나 하나마나 한 무사유 무서사의 끄적임으로 느껴져 공감하기가 난감했는데,
이산화님의 초단편소설집 『전혀 다른 열두 세계』 덕분에 새로운 장르를 얻었다.
SF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환기가 되었다. 마냥 디스토피아거나 ‘이게 된다고?’ 싶은 허무맹랑공상망상이 아닌 그럴 법도 한, 말하자면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고 빠져들어 나의 논리로 뒤를 상상하며 읽게 하는 설정과 전개가 놀랍다. 아마도 《고교 독서평설》 연재소설이라는 지면의 특성이 글에 그런 작용을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울러 《고교 독서평설》에 22년 1월부터 12월까지 12개월 동안 연재된 열두 편의 소설의 소재와 변형이 감탄스럽다. 이산화님은 어쩜 이렇게 부지런해서 아는 게 이다지도 많고, 이런 생각을 이렇게 연결시켜낼까. 박식하면 초단편도 장편 이상의 느낌을 심어주는 건가. 놀랍고 감동적이다. 열두 편의 이야기에 이은 열세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 아마 다들 이마 탁! 무릎 탁! 할 것 같은데?!!

도입은 이상한나라의 앨리스 제 1장 토끼 굴 아래로.
이어서 황도 12궁 중에 물병자리, 올린푸스 12주신 중 헤르메스, 12간지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 용, 키보드 위 12개의 기능 키 그 중에서도 F5, 아폴로 계획으로 달에 발을 디딘 12명의 우주비행사 중 여섯 번째 에드거 미첼, 마제스틸 12, UFO연구비밀위원회의 제임스 포레스탈 (여기에는 아이아스 내용도 나온다), 유대민족의 시조 야곱의 열두 아들 열두 지파중 사라진 열 지파, 비틀즈의 12개 스튜디오 음반 중 9번째 더 비틀스 수록곡 Revolution 9,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사도 요한, 슬슬 마무리되는 분위기로 거울나라의 앨리스 11장 깨어남에 등장하는 점점 작고 둥글어져 고양이가 된 거울나라의 붉은 여왕.
대미는 예수만 구세주냐, 나도 너희를 구하러 세상에 왔으니. 이슬람교 시아파, 12이맘파의 마지막 이맘인 무함마드 알마흐디.

전혀 다른 열두 세계가 오묘하게 연결된 장편같은 단편집, 『전혀 다른 열두 세계』.
SF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얼마든지 맡을 수 있는 장르 본연의 재미를 전달하면 좋겠다(p.155)는 작가의 바람이 내게는 와 닿았다. 내가 고등학생이고 이 글을 읽었다면 내 남은 독서기는 SF가 될 듯도 하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현실과 조금 다른 세계, 완전히 다른 세계, 군데군데가 크게 다르면서도 어쩐지 비슷한 세계, 거의 비슷하면서도 실제로는 근본적인 차이를 품은 세계(p.155)는 우리가 사는 지금의 이 시공간, 분명 유일해서 같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 시공간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는 전혀 같지 않은 우리가 서로가 서로에게 때로는 어둠과 절망이 되기도 하고 희망과 구원이 되기도 하겠지. 다름이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는 것, 서로의 근원에 대한 탐구와 이해 등으로 생각이 이어져 생각이 이제야 좀 정리가 되는 듯 하다.
사실 책은 받자마자 읽었는데 갈무리가 되기까지 오래 담아두고 생각한 책이다. 아직 2월이지만 “나의 올해의 책”에 올려두는 책, 좋은 책이다.

때론 입천장에 와 닿는 그런 숨결 하나가 구세주의 도래보다도 절실할 때가 있잖아요? (p.197)

이 책은 나에게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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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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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부터 94년까지 쓰인 총 46편의,
그 속에 보석같은 미출간 원고가 포함된 의미 깊은 개정판,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님의 글은 매년 꾸준히 읽게 된다. 모임의 형식이나 성격이 전혀 달라도 꼭 읽게 되는 작가라니, 필독 혹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제일 처음 읽었던 박완서님의 작품이었던 『아주 오래된 농담』부터 작년 7월 그믐에서 다정한 책방과 함께 한 6개월 프로젝트 한국작가들에서 만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까지. 옛날에는 이랬구나, 하는 감상과 여인의 삶에 대한 공감 등 이야기 듣듯 읽어 재미있고 좋았다. 처음에는 마냥, 그런 기대로 시작한 이번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였는데, 그땐 깊은 울림이 남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작가님 개인의 일상과 이야기를 더욱 깊고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작가님에 대한 감상이 더욱 깊어졌고 작품과 표현들이 소중해졌다. 앞으로도 내내 손끝 닿을 곳에 자리할 책들이 되겠구나, 든든하다.

시대를 건너도 잃지 않는 동시대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 그 속의 표현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고민과 방향에 대해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하는 기준이나 지침이 될 수 있을 공감의 문장들이 곳곳에 있다. 그 지침의 바탕은 상대와 상식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그때도 좋았던 것은 지금도 좋아서 따르고 행하라는 다그침도 느껴진다.

그리고 어느 새 잊고 살았구나, 반성케하는 어휘와 의미들도 많다. 말은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국어사전 앱을 찾아본 낱말들과 표현들이 수없이 많았다. 어느 새 내게서 사라진 말들, 표현들, 의미들을 되살려 준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마침내, 결국, ‘함께 하는 것’이 이루어야 하는 바였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관계의 태도와 언어들. 특히 작고 여려 놓치기 쉬운 이름들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져 나도 그 속에 같이 품어져 다독이는 손길을 받는 듯했다. 그 다독임 속에서 적당한 온도의 표현들이 필요한 이유를 은근히 배울 수 있기도 하고, 은은한 응원과 다그침으로 애써보게끔 한다. 자칫 관계에 대한 귀찮음을 성격유형이나 연결고리의 유무 등으로 ​뭉텅뭉텅 넘어가지 말라고, 내가 너에게 한 것처럼 너도 들여다보고 들어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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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 백 편 - 한국 시의 독보적 개성, 백석 깊이 읽기
이숭원 엮음 / 태학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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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한 편, 시인의 장면 하나 하나 감사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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