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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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실화인 것도 같고, 픽션인 것도 같은 『소년』은 쉰 살의 미야모토가 소년 시절의 일기를 통해 세이노와 보낸 시간, 공유한 감정들을 들려주는, 야스나리의 에세이가 아닌 미야모토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그러므로 제목에 해당하는 소년은 세이노이거나 그 시절의 미야모토이거나 그들 모두이거나 당시의 소년 문화에 대한 낭만을 이해하는 독자까지도 해당할 수 있겠다.
『소년』은 문학적 의미를 찾는다거나 특별한 스토리를 따라간다거나 하기보다는 담담하지만 섬세하게 그려진 감정, 묘사들에 눈과 마음이 갔다. 사소설에 허구를 가미한 덕분에 작가에 대한 호기심도 덩달아 생기는 장점이 있으나, 야스나리의 에세이로 느끼며 읽다가 어?, 어???, 어???????!!!!!! 하며 끝난 게 아차싶던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맞아, 이 책의 카테고리는 일본소설이었지, 소설이었어.
동성애 코드라 화제의 문제작이라고 했을까? 나는 그저 기숙사에서 소년들간에 일어날 법한, 여중·여고 졸업생으로 학교에 보이쉬한 캐릭터에 열광하던 팬덤을 목격한 적이 종종 있기에 충분히 그런 류의 낭만이랄까, 유대랄까 그 정도쯤에서 이해했다. 그저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하는 순감이 더러 있긴 했다 정도.

사실 스스로 돌이켜보기에 야스나리의 글을 애정으로 읽는 독자는 아니나, 『소년』은 내가 결코 알 수 없는 소년들의 그 간격 어디쯤을 내밀하게 보여준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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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실존과 경계 11
알베르 카뮈 지음, 윤미연 옮김 / 니케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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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이방인을 몇 번째 읽은걸까. 언제 어느 자리에서 어떤 계기로든 읽게 되는 책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책,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다. 그럼 출판사와 표지만 다를뿐인 이 책을 또 읽은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번역! 시절마다 번역가의 세와 변이 있고, 그 사람의 손끝에서 빚어지는 말맛이 달라지는 건 책 고르는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 특히 김모 번역가의 번역으로 학을 떼듯 중도포기를 반복하며 좌절감과 자괴감에 절여져본 나는, 읽고 싶은 카뮈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번역가를 찾는 일에 낭만에 가까운 열정 혹은 열정을 닮은 낭만이 있었다. 그렇게 카뮈 3대장 중 두 권이 시간 차를 두고 나왔을 때, '아, 이게 이 말이었구나!' 하고 읽었다싶게 읽은 그 책들이 모 출판사에서 출판되고, 그래, 내가 닿지 못한 것이 카뮈가 아니라 그 번역가의 문장이었어, 읽을 수 있는 카뮈라니, 정말 다행이라며 기뻐하고 안도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방인의 내용이야 원문이 변하는 게 아니니 줄거리를 말 하기보다 이 책만의 장점이자 특징을 위주로 한동안 혼자 아끼던 이 책을 살짝 공개하며, 자랑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써본다.

니케북스에서 나온 이방인은 우선 판형이 작다. "단숨에 읽는 손 안의 고전"을 지향하며 고전을 통해 오늘을 이해하고, 오늘의 감각으로 고전을 새롭게 경험하길 바라는 문학 큐레이션답게 시간이 흘러도 통하는 이야기를 요즘의 감각에 맞게 만들어냈다. 어디에나 들고 다닐 수 있는 사이즈와 감각적인 커버! 여기까지만 해도 소장욕구가 샘솟는데 번역은 더욱 기가 막힌다. 카뮈의 이중간접화법을 살려 작품의 결을 유지함으로써 밀도와 농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단순히 F들에게 몰매맞는 T의 재판기록이 아니라, 어째서 그가 그렇게 순수악으로 보일만큼의 순수선인지 문장의 흐름 속에서 납득할 수 있달까. 게다가 번역이 굉장히 매끄러워 절대 고전 입문용으로 이방인은 아니된다는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줄 가독성까지 갖추어, 단연코 국내 이방인 중에서는 독보적이며 아주 훌륭하다고 여기저기 고하고 자랑할 정도였다. 첫 문장이 유명한 이방인임에도 사유의 문장들을 지나 마지막 문장에 나를 묶어두더니, 해설로 방점을 찍기까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말그대로 책을 받고 살피고 읽고 감상을 갈무리하며 이렇게 쓰기까지, 모든 과정이 즐거웠고 가득했다.
니케북스_실존과 경계_이방인

카뮈를 처음 만난다거나
카뮈를 다시 만나고 싶다면
적극 이 책으로 권한다

꼭! 이 책이어야 할 이유를 직접 느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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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2 - 주제별 역사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2
미할 비란.김호동 엮음, 최소영 옮김 / 사계절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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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대륙을 달리고 달려 정복한 칸들의 이야기. 그 정도면 몽골의 역사에 대해 적당히 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했다. 최근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몽탄신도시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몇몇 영상들을 본 즈음이라 좀 더 기꺼이 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많은 인물과 그들의 세력 구도, 관계를 주제별로 살펴보는 케임브리지 몽골 제국사 시리즈. 그 중 2, 주제별 역사는 총 9개의 주제로 몽골을 톺아준다. ‘케임브리지라는 이름이 붙는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 분야의 최고 연구자들과 만든 개론서 혹은 연구서라 결코 페이지 터너라든가, 흡입력 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중앙아시아 분야의 최고 석학이신 김호동님의 책임 편집이라 하니, 귀동냥으로나마 익은 이름에 의지하여 꾸준히 공부하였다.

경제, 종교, 과학, 예술의 교류에 있어 개방적이고 합당하다 싶기까지한 자세에 놀라기도 했고,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역할도 역사 속 주변 지역과 비교하니 굉장히 재미있기도 하고, 현대적이랄까, 인상적이었다.

사계절 출판사의 인문학 책들은 언제 만나는 어떤 책이든 굉장하다. 흑해 만큼이나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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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지음, 리처드 맥스웰 해설,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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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중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라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문학적 원숙함이 무르익은 디킨스의 후기 문학 대표 작품인 두 도시 이야기1792년 프랑스 혁명기, 한 남자의 삶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디킨스는 라 포르스 감옥 학살을 묘사하며 혁명과 민중, 세계를 혁명 그 자체보다 인간의 이성,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고 변화시키는 지 보여준다. 그래서 빌런도 빌런이기만 할 수 없으며, 도대체 사랑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선택과 선택의 기준, 가치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뮤지컬을 보는 듯, 앉은 자리에서 꼼짝없이 깊어지게 만든다. 정말, 그렇게 만드는 흡입력이 굉장하다.

 

때는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 작품의 배경인 두 도시, 런던과 파리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역사적 갈등을 선명하게 그래서 프랑스 혁명 후 공포정치의 무자비함을 더욱 부각시키고 혁명이라는 극적인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남자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을 효과적으로 조명하는 흐름까지. 올리버 트위스트나 크리스마스 캐롤과는 전혀 다른, 역사소설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느낄 수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도 저마다의 선택은 달라지고, 고통받는 개인과 그 개인들이 모였을 때 발휘되는 힘은 분명 결이 다르며, 존엄과 존중, 자유와 사유 등 인간의 빚어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 이것이 고전의 힘이구나! 다시 한 번 감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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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벤 핌롯 해설 / 펭귄클래식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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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어떻게 피해도 어디서든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까라마조프라든가 .. 고전의 고전이라 인생의 인덱스가 되는 책들. 1984도 그런 책이다. 굉장히 많은 출판사의 다양한 표지와 다른 말맛의 번역들로 읽고 또 읽고 듣고 쓰고 공유하는 감상들까지. 몇 번째 읽는 1984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펭귄클래식의 번역가 해설은 굉장히 좋았다. 도서를 지원받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간의 1984도 한번에 해소되는 듯 했달까.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국가, 권력이 유지되고 혹은 유지되기 위해 개인을 어떻게 통제하고 감시하는지, 언어가 사고를 어떻게 지배하고 폭을 좁히고 인간과 인간성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지, 종국에는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된 윈스턴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전체주의 국가의 폐해라고만 할 수도 없이 현대 자본주의에서도 맹목적으로 제공되고 사고를 허락지 않는 듯한 속도와 반응을 요구하는 어떤 현상들이 어쩌면 이 시대의 빅브라더는 아닐까.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보며 내적친밀감 속에 모두의 평균과 상식을 강요하고 강요받는 우리 모두의, 개인적이지만 공공연한 공개된 일상들 속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빅 브라더.

새삼 생각을 많이 하며 읽게 된 데에는 번역의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몇 권의 다른 출판사 책들가 비교해보아도 번역된 문장들이 읽기에 편안하다. 한자어나 번역을 번역한 듯한 표현들이 없이 윤독에도 낭독에도 맛있게 읽혀 좀 더 빠져들어 읽기 좋았다.


빅 브라더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은 당신 안에 어떤 사유를 담고 무엇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어떤 미래로 나아갈지.
그럼에도불구하고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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