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가는 향기 정채봉 전집, 생각하는 동화 2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정채봉님의 글에는 향기가 있다. 삶을 이야기하는 단어 하나마다 따뜻함이 담겨있고, 향기가 뭍어난다. 그래서 그 향기는 멀리까지 퍼진다. 

<멀리가는 향기>에는 정채봉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실려있다. 예전에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도 있고, 몰랐던 새로운 우화도 있다. 공통점은 모든 이야기가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이다. 처음 정채봉님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작품이 <오세암>이 아닐까...난 오세암을 영화로 보았는데 분명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깊이있는 울림과 여운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작품이다. <오세암>은 나에게 '정채봉'이라는 이름을 깊이 각인시켰다. 

정채봉님의 이야기들 중 내가 좋아하는 글은 '쉼표도 중요하다'이다. 우리가 문장을 쓸때 사용하는 문장부호들이 각자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랑을 한다.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 등이 각자 자신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마지막에 쉼표가 한마디 한다. 우리는 쉼표를 자주 잊고 산다. 멀리가는 인생 가끔씩 쉬어야하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가기만 한다. 그러다보면 우리 몸은 힘들어서 병이 난다. 병이 나야만 '아이쿠야' 깨닫고 고치려하지만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이제 내 자신에게 쉼표를 선물하자. 하루를 살아도 쉼표가 있어야 하고, 더 멀리 긴 여행을 위해서는 더욱 쉼표가 필요하다. 멀리가는 인생 나의 중요한 동반자인 쉼표를 잊지 말아야겠다.

오늘 나는 <멀리가는 향기>를 손에 들고 가만히 미소를 지어본다. 
 

부호(? ! . , ......)들이 모여서 '인간과 부호의 역할'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 물음표가 먼저 말했다.
"모름지기 인간들은 물음으로 하여 모든 지식을 얻을 수 있는거야. 나를 쓰지 않는 사람치고 잘되는 사람이 없지."

느낌표가 질 수 없다는 듯이 나섰다.
"느낌이 없는 인간의 세상살이는 얼마나 적막한가. 나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생동감 있는 삶의 소유자다."

마침표 또한 지려고 하지 않았다.
"세상에 마침 없는 것뿐이라면 얼마나 엉망이겠어. 나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부호이지."

쉼표가 마지막으로 나왔다.
"현대 인간들의 불행은 나를 몰라보는데 있어. 달려가기만 하다가는 보다 중요한 것을 놓치는 거야."

배심을 한 말없음표가 토론을 정리했다.
"현대인들은 쉼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인생에는 때로 넘치는 것보다 부족한 것이 도움이 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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