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성서현 지음, 신명선 도움말 / 서울북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여자들이 품고 있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여지 없이 깨트린다. 자신의 결혼생활을 속속들이 헤집어 보여주면서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일깨워준다. 또한, 나이들어(30대이후) 하는 연애와 결혼이 젊었을때(20대 시절) 하는 그것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이야기 하는데.... 나는 이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나도 그랬어..' 혼잣말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우리는 쓰레기 치우는 방식부터 다르다'~그는 음식물 쓰레기가 버리기 좋게 '준비되어' 있기를 바랐고, 나는 냄비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그가 '찾아서' 버려주기를 바랐다. 음식물 쓰레기 하나를 두고도 다양한 관점과 기대치, 의도, 단어, 메커니즘, 기타 등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결혼 후에야 알았다.

'결혼하면 만사 오케이?'~회사생활에 지치고, 친구들도 하나둘 떨어져나가고, 부모님들은 결혼을 닦달하고, 뱃살은 처지고, 주름은 늘고...기타등등, 나이 들면서 오는 온갖 증상을 한 번에 타파해줄 것 같은 만병통치약을 우리는 종종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혼 전에는 알지 못한다. 수백 수천 가지의 문제가 입을 쩍쩍 벌리며 우리를 잡아먹으려 하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한다.

'전업주부의 월급'~ 우리나라 전업주부 가사노동의 가치가 월 111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대체로 무급으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가사 아닌 임금 노동자로서, 회사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가계 보탬, 그런 것뿐만이 아니라 나의 자존심을 살리고, 원할 때마다 분위기 잡으며 차 한 잔 자유롭게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실감나지 않는 결혼생활이지만 이런 것이 결혼이지 싶다'~ 가끔 집에서 뒹굴다보면 그가 낯설 때가 있다. 아니, 이런 우리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 낯설 때가 있다. 생판 남과 남이 만나서 결혼식이라는 행사를 가장한 전쟁을 치르고, 두 명의 유전자가 고스란히 담긴 아이를 임신하고, 그리고 매일매일 같은 집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말이다. ...결혼과 동시에 우리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에? 한 가정에, 가정경제에,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먹거리와 한 달이 지나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공과금 영수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혼하지 않는 이유'~생각해 보면 신랑도 내가 선택했고, 이 결혼도 내가 선택했다. 이 선택에 뿌듯해하고, 그 결과를 잘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할 사람은 나다. 주변 상황을 탓해봤자 누군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좀 더 오래, 그리고 되도록 끝까지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내가 선택한 새로운 역할을 아직까지 제대로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매력을 아직 모른다. 그러니 모를 때 포기할 필요는 없다. 하루키의 말처럼, 모든 사물에는 반드시 입구와 출구가 있어야 한다. 이혼이 출구일 수도 있고, 결혼을 겪어내는 또 다른 마음이 출구일 수도 있다. 어쨌든 출구는 만들기 나름이다.

최근 뉴스에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감소 추세라고 한다.  이혼이 무슨 사회 붐 처럼 떠들썩 하더니, 그것도 이제는 시큰둥해졌나 보다.  사람들은 유행을 좇는다. 이혼의 유행이 이제 서서히 지나고 있는 듯 하여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남녀들, 결혼을 앞 둔 연인들... 결혼 이후의 삶이 궁금하다면 한 번 쯤 권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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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8-28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입을 짝짝 벌리고 나를 잡아먹으려 하던 시절이 너무나 많았어요..그러나 이젠 결혼이라는 굴레가 가져다 준 후회보다 큰 행복을 맘껏 누리려 애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