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인데도 어린아이처럼 말하는 당신
권영구 지음 / 파지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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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인데도 어린아이처럼 말하는 당신>은 한의사인 저자가 의학이나 한의학, 질병적인 소재를 다루지 않아 신선하다. 어떻게 보면 정신과 의사, 혹은 심리 상담자가 쓴 글 같다. 인간의 생각, 감정, 행동들을 관찰하고 소통하면서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준다. 말의 의도와 표현, 이해, 태도와 관점으로 나누어 글이 쓰여지며, 다양한 에피소드와 예시를 통해 자기 계발서와 에세이에서 만날 수 있는 삶의 지혜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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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는 받는 입장 못지않게 베푸는 입장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라고 무조건 머리 쓰담쓰담 칭찬만 기대하면 안 된다. 상대방 의사는 고려하지도 않은 채 내 생각에만 빠져 있으면, 무조건 상대에게 감사를 강요하는 꼴이 된다. 기껏 시간 쓰고 돈 쓰고 좋은 소리 못 듣는다. 내가 베풀려는 이 호의의 강도와 종류가, 상대에게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다시 한번 따져보자. 자신 없으면 직접 대놓고 물어보는 편이 제일 좋다. ‘큰 수술했다고 들었는데 위로할 겸 과일 한 박스를 보내고 싶다’며 먼저 톡을 날리자. ‘마음은 너무 고맙지만 우리 집에 그 많은 양을 먹을 사람이 없으니, 그냥 커피쿠폰으로 보내 달라’고 하면 원하는 대로 해 주자. 참 쉽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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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와 이상순 부부의 제주도 생활을 TV로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톡톡 튀는 효리의 성격을 이상순이 여유 있게 감싸안은 모습을 보며 많은 여성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효리가 한마디 한다.
“제 남편은 돈벌이를 제대로 안 하잖아요. 제가 돈이 많으니까요. 그냥 쉬엄쉬엄 기타 튕기다가 저녁에 시내 나가서 디제잉하는 일이 전부예요. 그렇게 안 힘드니까 멋진 말이 나오는 거죠. 하루 종일 힘들고 지치면 어떻게 좋은 말이 나오겠어요. 여러분이 부러워하실 필요가 없어요.”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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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간단하다. 상식을 논하되 맹목적이지만 않으면 된다. ‘무조건’이라는 단서만 뺄 수 있다면 그 어떤 말을 해도 괜찮다. 다른 사람이 그 말의 모순이나 한계를 말할 때, 쿨하게 ‘내가 틀렸다’고 인정만 하면 된다. 믿음은 의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허락하지 않으니,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무조건’ 내 뜻이 옳다고 말한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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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소신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바꿀 수 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거나 더 좋은 의견을 들었을 때, 기꺼이 새로운 버전의 소신으로 업그레이드 하면 그만이다.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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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생각 안하는 극단의 유형이 바로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다. 소시오패스는 이기적인 사람과 달리 객석 조명까지 훤히 다 켜진 사람이다. 나 이외에 다른 사람도 내 눈에 다 들어온다. 내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도,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도 모두 다 안다. 다만 속으로 찔리지 않고 당당히 행동하는 점이 특이하다.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반면 사이코패스는 훨씬 심각한 유형이다. 엄밀히 말하면 머릿속 뇌 기능 중 일부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다. 선천적으로 신체 일부가 불편하게 태어난 사람이 있듯, 충동을 조절하고 판단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처음부터 제 역할을 못 하는 사람이다. 사이코패스는 일종의 선천적 결함이므로 그리 흔하지는 않다. 반면 소시오패스는 선천적으로 그렇게 타고난 유형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다. 보통은 학대나 트라우마가 원인으로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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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람에 대한 관찰력과 탐구심이 강하다. 어렵지 않게 글이 읽히고 쉽게 이해가 된다. 그는 한의사이지만, 정신과적인 혹은 심리적인 상담 또한 많이 해보았을 것 같다. 한의사와 환자이기전에, 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 행동들을 관찰하고 일상 속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에 대한,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고, 저자의 글을 통해 인간이 가진 성격과 성품에 대해 다시금 배우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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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하늘을 나는 교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1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미향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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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하늘을 나는 교실>은 책의 목차부터가 흥미로웠다. 요일 별로 주제를 잡고 스토리가 이어진다. 월요일의 책, 화요일의 컴퓨터, 수요일의 소장 도서 검색, 목요일의 햄버거, 금요일의 화이트보드, 토요일의 댄스, 일요일의 도서관으로 요일마다 주제를 두고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흥미롭다. 판타지 소설 속에서 만난 학교와 청소년의 이야기 속엔 작은 사회가 담겨있다. 미스테리하면서도 참신한 이야기 소재가 참 인상 깊고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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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창문으로 배가 떠 있는 바다가 보였다. 근처의 건물이나 나무가 시야를 가리지 않은 덕에 넓게 펼쳐진 은빛 파노라마를 볼 수 있었다. 이내 숨이 멋는 듯했다. 거의 2년 반이나 다닌 고등학교에 이런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얇은 천을 두른 듯 뽀얗고 아련한 빛이 머무르는 바닥으로 에어컨 소리가 빨려 들어갔다. 이 방은 어쩜 이리도 고요하고 시원한걸까. 학교 북쪽 4층까지 올라오는 동안 흘린 땀이 금세 말라 버렸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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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사노씨’란 사람, 혹시 사사노 고 씨를 말한 거였어?”
“아는 사람이야?”
“토사 붕괴로 숨진 우리 학교 선배잖아.”
“......유명한 사건이었구나.”
내가 놀라자, 에모리는 내가 어떻게 사사노 씨를 알고 있는지 물었다. 잠시 망설인 나는 도서관에 어떤 책을 반납한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10년 전 사고와 그 피해자인 사사노 고 씨에 관해 알게 된 내막을 간략히 털어놨다. 그리고 사사노 씨가 도서 위원었다는 건 말했지만, 다른 도서 위원들에 관한 이야기나 또 그들이 기획했던 것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거 사쿠라타로도 아는 얘기야?”
“물론 알지. 내가 책을 반납한 사람 찾으려고 이 일에 끌여들였거든.”
“하지만 누가 반납한 건지는 아직 모른다고?”
“응. 사사노 씨의 고교 시절 친구들에게도 확인했는데 모두 아니더라. 이상하지?”
에모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쿠타로가 변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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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였는지 지금도 잘 몰라. 애들이 날 때리거나 발로 차기도 했고, 어떨 땐 사물함이랑 책가방 속 물건도 사라지곤 했어. 또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지. 비웃거나, 선생님께 나에 관한 온갖 고자질을 하거나.......”
“심하다. 그건 심각한 왕따잖아?”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 말은 가벼워서 싫어.”
그리고 내 얼굴을 올려다보더니 얼굴을 찡그린 채 웃어 보였다.
“초 1, 2학년이 할 만한 장난은 뻔한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악의란 건 그 행동의 크고 작음이라든지, 심각하고 덜 심각함과 같은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있냐?‘ 혹은 ’없냐‘의 문제인 거야. 악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그 시절의 나는 무척 힘들었어.” 에모리는 유일하게 그 왕따에 가담하지 않은 초2 때의 반 친구라고 했다. “에모리는 타고난 정의감으로 늘 나를 감싸줬어. 언변도 지금만큼 좋아서 곁에 있으면 무척 든든했지. 한심하게도 에모리의 등 뒤에 숨어서 울기만 한 적도 꽤 많아. 그때 에모리가 나보다 컸기에 나를 지켜주는 늠름한 아이라고 생각해서 의지했던 거야.”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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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또 만날 수 있잖아.”
사쿠타로는 옆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귀가 발그스레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내 얼굴도 분명 못지않게 붉을 테니까. 뺨이 뜨거워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럼...... 또 도서관에서, 잘 부탁해.”
“응. 도서관에서.”
우리는 비석 앞에서 어색하게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왠지 월요일의 도서관이 무척 기대된다.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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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들이 소중하다. 시험 기간에는 공부를 하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시 잠을 청하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익숙하다. 하지만 책 속의 소재와 문장, 대사들은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했다. 책 속에 삶이 있다는 말이 참 귀하게 여겨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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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시작하는 마음 - 우리들의 새로운 출발선 위 아 영 We are young 4
이주호 외 지음, 임나운 그림 / 책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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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시작하는 마음>은 8명의 사람들의 인생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중심엔 시작이 있다. 생각보다 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놀랐다. 선생님과의 소통이 즐거워서 초등학교 때부터 썼던 일기를 아직까지도 쓰고 있는 나는 한 에피소드에 무척이나 공감이 됐다. 그리고 다시금 알게됐다. 어릴 적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꿨을지도. "현지는 글을 참 잘 쓰는구나." 그 한 마디에 작가를 꿈꾸게되고, 글짓기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고, 글쓰는 즐거움과 재능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국문학과에 입학해서 문학을 공부하고, 사람사는 이야기를 창작하고 쓰는 걸 좋아하는 어느새 15년차 방송작가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소소하지만 그 과정의 소중함,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귀하다. 이야기 속 저자들의 시작은 소소하기에 독자를 공감하게하고 그 자체로 귀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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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숙제는 못 해도 일기 숙제만큼은 빼먹지 않고 했다. 앞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초등학교 6학년 때라고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담임 선생님의 피드백을 듣는 게 좋았고 설레었다. 나의 첫 스승이자 멘토였다. 처음으로 백일장을 경험한 것도 그때였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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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맞는 애의 자존감을 방어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이걸 맞고 웃어야 폭력을 장난의 경계 안에 가둘 수 있다. 장난이어야 우리는 동등한 친구로 남을 수 있다. 일방적인 폭력이 되면 저 짐승과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상하 관계처럼 될 수 있다. 그러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심대한 타격이 온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던하게 위장해 가며 애를 써야 했다.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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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착하다’ ‘또래에 비해 생각이 깊다’ ‘어른스럽다’ ‘애어른 같다’는 말을 곧잘 들었다. 열네 살은 열 네살로 충분했어야 하는데. 스물 네 살 인 척, 마흔 네 살인 척 했다. 그래야만 했으니까, 그렇게 했다. 그것이 열네 살의 지혜에게 얼마나 큰 아픔이었는지 그땐 미처 몰랐다. 중학생 때의 일을 자꾸 떠올려 보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는 것은 그때의 기억을 어딘가로 묻어 버렸기때문인지도 모른다. 신은 괴로운 기억은 잊을 수 있도록 인간에게 망각을 선물했다.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누군가 준 망각이라는 기능이 나에게만큼은 언제나 선물이다. 특히 괴로운 일을 잘 기억하는지라 더욱 그렇다. 망각의 축복에 휩쓸려가지 않은, 그러지 못한 몇 가지 장면이 있다.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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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날라다 준 이가 미소를 띠며 “많이들 먹어라.”고 말했고, 나는 상에 차려진 음식을 보자마자 군침이 돌았다. 그러다 문득 ‘그래도 장례식장인데, 이렇게 기쁘게 밥상을 받아도 되나?’하는 마음이 들어 괜히 눈치가 보였다. 내면의 갈등을 나름대로 숨긴다고 숨겼지만 잘되지 않았다. 일회용 종이 그릇에 담겨 나온 하얀 밥과 뜨끈한 육개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그릇을 모두 비웠다. 후식으로 나온 꿀떡까지 꼭꼭 씹어 먹었다. 상을 당한 친구가 우리들이 있는 테이블 쪽으로 왔다. 와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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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끝까지 밀어 붙여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면 그 세계는 내게 큰 힘이 되어준다.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결된다. 내가 ‘일’이라 여기지 않았던,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쌓아 올린 경험들이 예상치 못한 세계로 나를 안내한다. 그러다 보면 알게 된다. 혼자서 방구석을 꾸미며 놀았던 순간, 동생들과 함께 할 놀잇거리를 고민했던 순간, 시골집에서 땅을 파헤치며 또 다른 세계를 상상했던 그 순간들이 ‘나’를 이루었다는 것을.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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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결국 시작이란, 사람과의 인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거다. 가족, 스승, 친구, 이웃, 그리고 나로 하여금 경험하는 모든 것에서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때로는 시작이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지만, 울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시작은 인간의 삶에 경험이 되고 성장의 기회가 된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시작을 안하는 것보다 뭐든 하는 것이 멋진 인생의 시작이 될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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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 - 은근한 차별에 맞서는 생각하는 여자들의 속 시원한 반격
타라-루이제 비트베어 지음, 김지유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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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차별에 맞서는 생각하는 여자들의 속 시원한 반격
< #온세상이우리를공주취급해 >
#타라루이제비트베어 지음 / 김지유 옮김 /
#프런트페이지 펴냄

여성으로서 느꼈던 불편한 진실을 모조리 까발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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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책이다. 신선한 논문 같기도 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파격적이며,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을 준다. 남성의 경우, 이 책을 읽고 불필요한 책이라고 비판할수도 있겠지만, 여성의 경우엔 대부분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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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곧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말을 무수히 들어왔으니까. 나도 내 생각을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 말고도 모두가 각자 자기 생각이 있고 또 나에 대한, 여성에 대한 생각을 쉬지 않고 말해대서 내가 말할 틈이 없다. 우리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성이어야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무 생각도 없어야 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들어야 하는 존재다.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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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퀸은 옛날 하이틴 로맨스 영화에 등장하는 소위 ‘잘나가는’ 남자애들의 단골 대사 였는데, 그땐 나도 그렇게 행동하는 여자들이 진짜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드라마퀸은 여성들이 느끼는 정당한 감정을 깍아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다. 이제는 여성의 감정을 온전히 인정하고, 그 감정을 바라보려 노력해야하고 바라봐야 하는 시대다.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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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동시에 여성들은 원래 과하고, 시끄럽고, 피곤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냥 그런 생각을 했을 뿐 정말로 나쁜 의미에서 여성을 미워한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해 보면 이 자체가 편견이었다. 세대에서 세대를 거쳐 전해져 내려온 여성혐오가 나의 내면에도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엄마는 여성보다 남성과 친하게 지내는 편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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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 제목이 주인공의 이름인 ‘뮬란’이다. 영화의 주된 스토리도 뮬란이라는 인물을 비추며 진행한다. 하지만 <뮬란>에서 전체 대사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캐릭터는 뮬란과 동행하는 작은 용 ‘무슈’다. 무려 주인공인 뮬란의 대사보다도 많다. 참고로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데이트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벡델 테스트로 2천 편이 넘는 시나리오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디즈니 영화 30편 중 22편에서 여성 캐릭터의 대사 비율이 남성 캐릭터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토이 스토리>에서는 남성 캐릭터의 비중이 무려 90퍼센트였다. 캐스팅 과정에서 배역에 맞는 여성을 찾지 못했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등장인물이 모두 말하는 장난감들이기 때문이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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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도 생리는 공공연하게 비밀스럽게 다뤄진다. 생리 중에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당연한 순리에 대해서도, 심지어 생리통으로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는 사실도 상황을 가려가며 말하게 된다. p.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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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과 라이벌이 되어 경쟁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여성을 곧바로 좋아하고, 대단하게 여기고, 가부장적으로 판단 내리기를 거부한다. 놀랍게도 다른 여성들도 나를 그렇게 대해 준다. 이제 나는 다른 여성들과 다른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들처럼 되길 원한다. 나는 활발하고, 시끄럽고, 분홍색 때로는 파란색을 좋아하고, 다양한 여자 친구 무리에 끼어 어울리고 싶고, 칵테일을 마시고, 쇼핑하고, 여성에 대한 온갖 진부한 편견을 따르거나 혹은 전혀 따르지 않고 싶다.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 판단, 성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 그 너머의 존재다. 여자가 이래도 되냐고? 아니면 내가 여자치고는 제법 시끄럽고, 대담하고, 똑똑하고, 피곤하고, 재밌다고? 아니, 나는 나다. 그리고 나는 여성이다. 그게 전부다. p.25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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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혹은 여성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보았을 여성 혐오, 미투, 성폭행, 성차별 등의 무거운 사회 문제들을 인식하게 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의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유래한 말인데, 여성의 입장에서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정리된다. 자극적인 언어들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공감되고 그 안에서 여성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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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프리랜서도 다 해보고 - 별의별 퀘스트를 다 깨는 에디터들의 인생 성장기
오한별.유승현.김희성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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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살다 프리랜서도 다 해보고>는 에디터 3인의 솔직발칙한 프리랜서의 일상이 담겨있는 책인데, 프리랜서의 고충과 현실적인 모습, 특히 잡지 에디터의 일상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소소한 생활 모습과 습관도 담겨져 있어 에디터를 꿈꾸는 사람들이 읽으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나 또한 15년차 경력의 프리랜서 방송작가여서인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프리랜서는 말그대로 자유롭지만 때때로 불안감과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가며, 그 안에서 삶의 책임감과 치열함을 갖고 산다. 책 속에서 말하는 프리랜서의 자세와 태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프리랜서로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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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이 끝을 향할수록 밤새우는 날도 허다하다.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타자만 치면 되니 내 일이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다들 알 테지만, 똑같은 짓을 매달 반복하다 보면 웬만한 체력으로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다. 그래도 ‘어제와 오늘, 내일을 쌓아가듯이 묵묵히 살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이 일을 아직까지 그만두지 않고 있다. 언젠가 일이 지긋지긋해져서 다 내던지고 도망가고 싶을 때 드라마 <미생>의 대사 한 구절을 본 적이 있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중략)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p.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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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잘 다듬어진 문장이나 구성을 넘어 진심과 노력의 흔적이 역력한 메시지에서 나온다. 과거의 내 글이든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이든 분명 배울 것이 가득하다. 어쩌면 내가 만드는 작업물이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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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와 프리랜서는 분명 다른 존재다. 프리랜서는 언제나 뒤에 클라이언트가 존재하고 일의 목적이 분명하다. 따라서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하지 않았더라도 마음만큼은 사업자로 임해야 한다. 흔히 사업가는 주로 사람, 즉 ‘기버’(giver)여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여러 일들에 도전하길 추천한다. p.13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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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나의 일을 재정의해본다면 '시간을 붙잡아 인류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이 지금 무슨 생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등, 휘발될지도 모를 이야기를 낚아채 나의 관점으로 기록한다. 굳이 내가 아니라도 이 역할을 할 사람은 많겠지만 나의 버전으로 기록이 하나 더 남는다는 사실이 못내 뿌듯하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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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장래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 시대, 프리랜서라는 일의 형태는 나를 먼 곳으로 데려다주고 있다. 겁 많고 안정 지향형인 내가 회사를 박차고 나온 것을 시작으로 직업을 무한히 확장하는 경험을 해보니 모두가 인생에서 한번은 프리랜서가 되어봐야 한다는 확신이 든다. 온전히 스스로를 증명해내야 하는 야생에서 부딪치고 구르다 보면 내 안의 무언가가 분명히 변화하기 때문이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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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프리랜서하면, 비정규직, 배고픈 직업을 떠올렸지만, 현 시대는 다르다. 프리랜서의 시대이다. 작가,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감독, 배우, 유튜버 등 예술과 문화 분야의 직업군은 대부분 프리랜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고나서 다시금 깨닫는다. 무수히 많은 직업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작가라는 직업을 오래토록 사랑하며 살아가겠노라고. 오늘도 어디선가 무언가를 창작하고 계실 대한민국 프리랜서들이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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