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를 위한 픽사 스토리텔링
딘 모브쇼비츠 지음, 김경영 옮김 / 동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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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자를 위한 픽사 스토리텔링>은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이야기를 쓰고자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정독해볼만한 책이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을 묶어둔 알짜베기 저서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았을 아이디어의 고갈, 이 책을 통해 아이디어를 찾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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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큰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금광맥, 즉 강렬하고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알아보고 발전시키는 능력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대개 극심한 잠재적 갈등을 내포하며, 담고 있는 감정의 무게 역시 상당하다.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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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차원에서 보자면 아이디어는 등장인물을 감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여정으로 이끌어야 한다. 본의 아니게 불편한 상황에 처한 등장인물은 별수 없이 열심히 노력해서 편안한 상태로 돌아가고자 한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은가. 이런 욕망은 다양한 행동과 결정,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이런 요소들이 이야기 속 내적 사서의 핵심이다. ‘장난감은 실제로 살아 있다’는 <토이 스토리>의 콘셉트는 듣는 즉시 수많은 이야기와 풍요로운 모험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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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그다음에는 주인공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강렬하고 개성있는 등장인물은 흥행의 열쇠다. 어떤 이야기를 쓰든 스토리를 구성하는 사건들이 누군가에게 일어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흥미로워야 하며 무엇보다 자기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주인공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일에 우리가 뭐하러 관심을 쏟겠는가?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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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다른 누군가의 특이한 상황과 삶의 경험을 알게 됨으로써 그 인물에게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인물이 의미 있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그의 독특한 성격이나 과거의 경험은 우리에게 평면적이거나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특정 행동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까? 거기에는 위험과 욕망이 있어야 한다.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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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흥미롭게 만드는 모든 요소, 가령 기존의 결점, 과거의 경험, 관점, 특이사항 등은 빌런들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빌런이 주인공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이유는 악의적인 행동을 즐기거나 타인의 행복보다 자신의 즐거움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적대자들은 의도는 선할지라도 본의 아니게 우리의 주인공을 슬프게 만든다.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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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결말을 완성하는 것은 작가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좋은 결말은 너무 뻔하지 않으면서 타당해야 한다. 약간의 반전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 결말로 가는 과정을 밝히고 정당한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그 결말을 주인공의 행동, 그리고 성향과 단단히 연결해야 한다. 등장인물이 결말에서 취하는 행동은 그 인물이 해온 여정의 직접적인 결과여야 한다. 즉 우연이 없어야 한다. 살면서 우연은 일어난다. 뜬금없이 통계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매일같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런 우연이 중요한 순간에 등장 인물에게 일어나서는 안 된다. 좋든 나쁘든 등장인물의 운명이 우연히 결정되게 두면 우리 관객에게서 이 인물의 진짜 정체를 알아낼 기쁨을 앗아가는 것이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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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나무의 씨앗, 어린 묘목과 같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도 끝낼 때도 결국은 아이디어가 핵심이다. [토이스토리] [몬스터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코코] [인사인드 아웃]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늘 꿈과 희망을 주는 아이디어와 캐릭터를 만든다. 그리고 남녀노소 나이불문 전체 관람으로 자극적인 소재나 사건 없이 판타지적인 요소를 전제로 관객의 동심을 되살아나게 한다. 픽사의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이 어른 할것 없이 모두 함께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 그러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또 다시 만날 수 있었고, 픽사의 보물과도 같은 스토리텔링 노하우가 담겨있어 아이디어 팁도 배울 수 있다. 글을 쓰는 것도 재능과 노력이 모두 필요하지만, 그 확률은 99% 노력과 1%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많이 생각하고 경험하고 쓰는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 재능이 풍성해질거라고 믿는다. 읽으면 읽을수록 해답을 찾게 된다. 스토리적인 아이디어를 찾고 있거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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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무너지다 - 1990년대 생생 현대사 동화
이혜령 지음, 양양 그림 / 별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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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사건과 사고가 터지지만, 그 모든 것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작고 큰 모든 일들은 사람이 기억한다. 기억을 하는 방식은 각자가 다르지만, 잊지않고 기억하려는 이들의 마음을 안다. 기록이든, 사진이든, 음악이든, 책이든 그 모든 방법에는 그들의 마음과 노력이 담겨있다. [1995_무너지다]를 통해 나는 그 시절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슬픔과 아픔을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고 해서 상관없는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의 슬픔과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의 애석한 마음을 알기에, 그리고 그들의 기억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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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무너져요!”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사람들이 뛰어 내려왔다. 주위 사람들이 허둥대며 정문을 향해 뛰고 있었다. 도하는 반대로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달렸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뛰어 내려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을 눈으로 찾았다. 그때였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도하는 공중으로 날아야 어딘가에 부딪혔다. 쿵, 쿠르르쿵. 쿠르르쾅.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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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화가 나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손등으로 연신 눈가를 문지르는 도하를 바라보던 정우 주먹에도 힘이 들어갔다. 선생님이 도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도하는 어깨를 바들바들 떨며 울었다.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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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윤아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정우가 체육관을 뛰어나갔다. 정우는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사람들을 구조하던 아빠는 지금 다쳐서 병원에 있다. 도하를 만나러 백화점에 갔던 도현이 형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달리고 또 달렸다.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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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말했다. 도하는 이상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들만 했다. 정작 잘못한 사람들은 하지 않고, 아무 죄가 없는 사람들만 미안해했다.
“도하야, 너는 아무 잘못 한 게 없어. 잘못한 건 백화점을 무너지게 만든 어른들이지 도하도 형도 아니야. 그걸 꼭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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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려면 동전 아주머니 딸은 돌아오지 못했다는 말을 해야 했다. 윤아는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나중에, 한참 나중에 하기로 했다.
“엄마, 나 때문에 빵 재료 사러 가느라 갇힌 거 아닌가 걱정했어.”
“윤아야, 엄만 윤아 덕분에 살았어. 엄마가 베이커리 안가고 그냥 매장에 있었으면 살지 못했을 수도 있어. 지하 베이커리 매장에 있었으면 살지 못했을 수도 있어. 지하 베이커리 매장 냉장고 틈새에 끼어서 살 수 있었으니까. 네 덕에 엄마가 무사한 거야.”
엄마는 윤아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 손이 닿자, 윤아의 볼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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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무너지다]는 소설이 아닌, 동화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역사는 흐른다.' 과거의 역사가 잊혀지지않고 기록되고 기억되는 건 그것을 남기고 기억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저자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뇌가 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존경한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꼭 기억해야 할 그날의 기억을 아이들의 시선에 맞추어 기록해 주었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는 이유는 과거는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답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기억의 힘은 세다. 더는 일어나선 안될 참옥한 순간들.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참사, 4.16 세월호참사, 이태원참사 매 순간을 잊지 않고 애도하고 기억해야 사회가 개선되고 세상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더는 그날의 슬픔과 아픔의 시간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어른다운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물려줄 수 있기를.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을 외면하는 세상이 아니라, 함께 공감하고 나누고 위로하는 세상이 지지받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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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의 종말 - AI와 로봇이 인류를 대체하기 시작한 세상
최준형 지음 / 파지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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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의 종말> 5자에서 오는 느낌이 희망적이진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종말은 끝을 의미 하지만 또다른 시작이 있다는 것. 책 속에는 현대인들의 직무와 직업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담겨있고, 독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시선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부업, N잡러, 커뮤니케이션, AI, 한번쯤 들어본 사회 용어들. 과거와 같이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정답이 될 수없는 변화하는 사회에서 누구나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디테일하게 서술해주어 흥미롭고 공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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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업무는 기계가 대체할 수 있었지만, 인간의 분석 능력과 창의력은 결코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이 의도했든지, 의도하지 않았든지 의사, 법률가, 프로그래머 등 최근 인기 있는 직업들만 살펴보더라도 기계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지던 일들 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분석력과 창의력을 고도로 발휘하는 직업이죠. 결국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느냐가 직업의 인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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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방식은 창작 중심에서 커뮤니케이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앞으로 더 빠르게 변화할 것입니다. 인간은 이제 창작의 주체이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로서 업무에 투입됩니다. 이는 최근 채용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현상과 흐름을 같이 합니다. 사람이 창작의 주체일 때 직무 능력은 중요했지만, AI가 사람보다 높은 직무 전문성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되는 지금, 우리는 빠르게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소프트 스킬 능력 중심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심지어 AI와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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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부업’이 뜨고 있습니다. 조용한 부업이란 원격근무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회사에 알리지 않고 다른 일을 병행하는 부업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요.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확산되면서 조용한 부업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났습니다. 경제적으로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불확실성이 증가해 직장인들의 연봉도 정체되어 있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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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본업만 신경 쓰는 것도 벅찼는데, 최근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또 자동화 기술 발달로 같은 양의 일도 빠르게 끝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유연근무, 재택근무, 주 4일 근무 등 다양한 근무 방식이 도입되면서 근무시간 외에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직장인들의 고민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조용한 부업은 직장인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선택지 입니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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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의 종말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정규직은 ‘조용한 부업’을 통해 아주 조용히 정규직으로부터 도망치고 있고, 1인 기업, N잡러와 긱 워커는 당당히 자신의 역량을 세상에 펼치며 스스로 성과를 평가하고 피드백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오히려 반깁니다. 고정 인건비를 줄인다면 다른 시도들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죠. 인력이 필요하다면 1인 기업, N잡러, 긱 워커와 충분히 협업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문제는 따라오겠지만 아직까지는 이들의 관계가 충분히 조화롭게 보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 문제는 또 해결되겠지요. 정규직의 종말은 노동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 수 없지만 조직에 속하는 것에서 벗어나 개인으로서 진정한 자아 실현을 위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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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서 느낀 건 쉽고 구체적인 통계 자료로 객관적인 근거로 인한 공감을 준다. 독자가 정답이 아니라 해답을 찾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져서 유익한 정보와 공감이 될 거라고 믿는다. 이 책을 통해 자기 계발서에 대한 소극적인 편견이 조금은 사그러드는 듯 하다. 자기 계발서의 정석은 비슷한 유형의 팁이 대부분이라 식상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감성을 지향하는 내가 이성적 판단과 사고 아래 쓰여진 이 글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믿을만한 통계 자료 활용과 현실 반영이다.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유익한 진품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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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김창완 에세이
김창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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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라디오 DJ이자, 연기파 배우이자, 멋진 음악인 김창완 님의 에세이 출판 소식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달 전쯤 기사를 통해 그가 오랜 세월 라디오 DJ로 활동했던 라디오 방송이 종영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의 오랜 팬이었던 엄마는 얼마나 아쉬울까. 엄마는 출근길에 그의 라디오를 즐겨들었다. 그녀는 어릴적부터 그의 음악을 사랑했고, 나이가 들면서는 그의 연기와 목소리가 좋다고 한다. 나에게는 선생님 같은 의미라면 엄마에게는 오빠 같은 느낌. 매일 아침, 그의 라디오를 들으면 하루를 선물받는 기분이라고 말했었는데 그런 라디오가 종영된다니 아쉽다. 방송 을 구성하는 작가로서 프로그램 종영이야 흔한 일이지만, 좋은 혹은 장수 프로그램이 종영되면 마음 한쪽이 먹먹해진다. 그렇지만 끝이 있다면 시작도 있는 법. 김창완 님의 신작 에세이를 읽게 되었고, 라디오가 아닌 글로 만난 그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한다. 내가 읽은 책은 조만간 엄마에게 선물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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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의 매일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라디오 오프닝 멘트를 읽고 나면 원고 뒷면에 그리지요. 제법 그럴듯한 원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찌그러진 동그라미 입니다. 그럼 종이도 아깝고 하니 몇 번 더 그리고 다른 이면지에 또 그려요. 정말 수도 없이 그리는데 단 한 번도 흡족한 동그라미가 그려진 적이 없습니다. 가끔 스태프나 기술 팀 막내한테 보여줘요. 그럼 다들 “와~, 진짜 똥그래요.”하면서 환호해 줍니다. 그게 격려라는 걸 잘 알지요. 그래서 더 완벽한 동그라미에 도전하는 계기로 삼습니다. 제가 그렇게 수없이 찌그러진 동그라미를 그리며 배우는 게 많습니다. 우선은 완벽에 관한 환상과 실제가 이렇게 차이가 크구나 하는 거예요. 오늘 또 재수떼기 하듯 그려볼 거예요. 또 찌그러져 있겠지요. 저의 하루를 닮았을거라 생각합니다. 실망할 것도 없지요. p.16-17 찌그러졌다고 실망할 것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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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면 맨손체조를 하고, 그때까지는 희미한 등만 하나 켜놔요. 여명이 밝아오는 걸 보려고요. 체조가 끝나면 슬슬 씻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이 방 저 방 불을 켜면 밤새 방안에 웅크리고 있던 어둠이 화들짝 놀라 달아납니다. 밥 몇 숟가락 뜨고, 켜져 있던 방 불들을 끄고 현관을 나서면 언제 왔는지 아침이 훤하게 마당을 쓸고 있습니다. 아침은 희망의 상징이지요. 아침이 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어제의 후회와 못마땅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어제의 일에 매달려 있을 필요 없어요. 나쁜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좋은 일이라 해도 지나친 생일 파티입니다. 아름다운 아침은 그 아침도 아니고 저 아침도 아니고 이 아침입니다. p.59 아름다운 아침은 언제나 이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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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다는 게 참 그렇네요. 만년필이나 시계 같은 것도 몇십 년씩 지니고 있으면 거의 내 몸 같잖아요. 그런 물건들도 그렇고, 가족이나 오래된 친구들, 그렇게 내 삶이 된 사람들의 존재감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죠. 되짚어보면 그게 다 내 행복의 시작이고, 어쩌면 내 행복의 종착역인데, 이제는 한가운데 들어와 존재감이 희미해진 겨울을 바라보다 생각이 비약했네요. 어쨌거나 잊고 살던 내 주위의 사소하지만 소중한 걸 깨닫는 순간, 행복이 별건가 다 그런거지 싶기도 합니다. 글을 써놓고 더 할말이 없어 휴대폰을 열어보니 친구 문자가 와 있네요. “굿모닝, 새해가 시작됐나 싶더니 일주일이 지나가네요. 늘 즐겁게 지냈시다~.” 친구의 아침 인사가 저의 행복을 흔들어 깨웁니다. p.179 익숙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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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곡 중에 나는 [청춘]을 사랑한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노랫말과 멜로디 전반이 슬프지만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공감이 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시청하다가 부모님과 자식의 에피소드에서 그의 음악이 흘러나올 때 참 많이도 울었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서는 미소를 짓게 되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그의 책 속엔 아침이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시작이 있고, 삶의 희망이 담겨서 독자로 하여금 행복한 오늘을 살게 한다. 곧 오월 어버이 날인데, 부모님께 선물해도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아마도 김창완 님의 음악을 사랑한 팬이라면 더욱 감동이 될 주옥같은 책으로, 나도 엄마께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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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데도 어린아이처럼 말하는 당신
권영구 지음 / 파지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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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인데도 어린아이처럼 말하는 당신>은 한의사인 저자가 의학이나 한의학, 질병적인 소재를 다루지 않아 신선하다. 어떻게 보면 정신과 의사, 혹은 심리 상담자가 쓴 글 같다. 인간의 생각, 감정, 행동들을 관찰하고 소통하면서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준다. 말의 의도와 표현, 이해, 태도와 관점으로 나누어 글이 쓰여지며, 다양한 에피소드와 예시를 통해 자기 계발서와 에세이에서 만날 수 있는 삶의 지혜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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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는 받는 입장 못지않게 베푸는 입장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라고 무조건 머리 쓰담쓰담 칭찬만 기대하면 안 된다. 상대방 의사는 고려하지도 않은 채 내 생각에만 빠져 있으면, 무조건 상대에게 감사를 강요하는 꼴이 된다. 기껏 시간 쓰고 돈 쓰고 좋은 소리 못 듣는다. 내가 베풀려는 이 호의의 강도와 종류가, 상대에게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다시 한번 따져보자. 자신 없으면 직접 대놓고 물어보는 편이 제일 좋다. ‘큰 수술했다고 들었는데 위로할 겸 과일 한 박스를 보내고 싶다’며 먼저 톡을 날리자. ‘마음은 너무 고맙지만 우리 집에 그 많은 양을 먹을 사람이 없으니, 그냥 커피쿠폰으로 보내 달라’고 하면 원하는 대로 해 주자. 참 쉽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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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와 이상순 부부의 제주도 생활을 TV로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톡톡 튀는 효리의 성격을 이상순이 여유 있게 감싸안은 모습을 보며 많은 여성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효리가 한마디 한다.
“제 남편은 돈벌이를 제대로 안 하잖아요. 제가 돈이 많으니까요. 그냥 쉬엄쉬엄 기타 튕기다가 저녁에 시내 나가서 디제잉하는 일이 전부예요. 그렇게 안 힘드니까 멋진 말이 나오는 거죠. 하루 종일 힘들고 지치면 어떻게 좋은 말이 나오겠어요. 여러분이 부러워하실 필요가 없어요.”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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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간단하다. 상식을 논하되 맹목적이지만 않으면 된다. ‘무조건’이라는 단서만 뺄 수 있다면 그 어떤 말을 해도 괜찮다. 다른 사람이 그 말의 모순이나 한계를 말할 때, 쿨하게 ‘내가 틀렸다’고 인정만 하면 된다. 믿음은 의심을 허락하지 않는다.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허락하지 않으니,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무조건’ 내 뜻이 옳다고 말한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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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소신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바꿀 수 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거나 더 좋은 의견을 들었을 때, 기꺼이 새로운 버전의 소신으로 업그레이드 하면 그만이다.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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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생각 안하는 극단의 유형이 바로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다. 소시오패스는 이기적인 사람과 달리 객석 조명까지 훤히 다 켜진 사람이다. 나 이외에 다른 사람도 내 눈에 다 들어온다. 내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도,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도 모두 다 안다. 다만 속으로 찔리지 않고 당당히 행동하는 점이 특이하다.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반면 사이코패스는 훨씬 심각한 유형이다. 엄밀히 말하면 머릿속 뇌 기능 중 일부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다. 선천적으로 신체 일부가 불편하게 태어난 사람이 있듯, 충동을 조절하고 판단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처음부터 제 역할을 못 하는 사람이다. 사이코패스는 일종의 선천적 결함이므로 그리 흔하지는 않다. 반면 소시오패스는 선천적으로 그렇게 타고난 유형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다. 보통은 학대나 트라우마가 원인으로 우리 주위에서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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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람에 대한 관찰력과 탐구심이 강하다. 어렵지 않게 글이 읽히고 쉽게 이해가 된다. 그는 한의사이지만, 정신과적인 혹은 심리적인 상담 또한 많이 해보았을 것 같다. 한의사와 환자이기전에, 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 행동들을 관찰하고 일상 속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에 대한,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고, 저자의 글을 통해 인간이 가진 성격과 성품에 대해 다시금 배우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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