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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시작하는 마음 - 우리들의 새로운 출발선 ㅣ 위 아 영 We are young 4
이주호 외 지음, 임나운 그림 / 책폴 / 2024년 2월
평점 :
- <봄, 시작하는 마음>은 8명의 사람들의 인생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중심엔 시작이 있다. 생각보다 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놀랐다. 선생님과의 소통이 즐거워서 초등학교 때부터 썼던 일기를 아직까지도 쓰고 있는 나는 한 에피소드에 무척이나 공감이 됐다. 그리고 다시금 알게됐다. 어릴 적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꿨을지도. "현지는 글을 참 잘 쓰는구나." 그 한 마디에 작가를 꿈꾸게되고, 글짓기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고, 글쓰는 즐거움과 재능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국문학과에 입학해서 문학을 공부하고, 사람사는 이야기를 창작하고 쓰는 걸 좋아하는 어느새 15년차 방송작가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소소하지만 그 과정의 소중함,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귀하다. 이야기 속 저자들의 시작은 소소하기에 독자를 공감하게하고 그 자체로 귀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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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숙제는 못 해도 일기 숙제만큼은 빼먹지 않고 했다. 앞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초등학교 6학년 때라고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담임 선생님의 피드백을 듣는 게 좋았고 설레었다. 나의 첫 스승이자 멘토였다. 처음으로 백일장을 경험한 것도 그때였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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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맞는 애의 자존감을 방어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이걸 맞고 웃어야 폭력을 장난의 경계 안에 가둘 수 있다. 장난이어야 우리는 동등한 친구로 남을 수 있다. 일방적인 폭력이 되면 저 짐승과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상하 관계처럼 될 수 있다. 그러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심대한 타격이 온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던하게 위장해 가며 애를 써야 했다.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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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착하다’ ‘또래에 비해 생각이 깊다’ ‘어른스럽다’ ‘애어른 같다’는 말을 곧잘 들었다. 열네 살은 열 네살로 충분했어야 하는데. 스물 네 살 인 척, 마흔 네 살인 척 했다. 그래야만 했으니까, 그렇게 했다. 그것이 열네 살의 지혜에게 얼마나 큰 아픔이었는지 그땐 미처 몰랐다. 중학생 때의 일을 자꾸 떠올려 보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는 것은 그때의 기억을 어딘가로 묻어 버렸기때문인지도 모른다. 신은 괴로운 기억은 잊을 수 있도록 인간에게 망각을 선물했다.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누군가 준 망각이라는 기능이 나에게만큼은 언제나 선물이다. 특히 괴로운 일을 잘 기억하는지라 더욱 그렇다. 망각의 축복에 휩쓸려가지 않은, 그러지 못한 몇 가지 장면이 있다.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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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날라다 준 이가 미소를 띠며 “많이들 먹어라.”고 말했고, 나는 상에 차려진 음식을 보자마자 군침이 돌았다. 그러다 문득 ‘그래도 장례식장인데, 이렇게 기쁘게 밥상을 받아도 되나?’하는 마음이 들어 괜히 눈치가 보였다. 내면의 갈등을 나름대로 숨긴다고 숨겼지만 잘되지 않았다. 일회용 종이 그릇에 담겨 나온 하얀 밥과 뜨끈한 육개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그릇을 모두 비웠다. 후식으로 나온 꿀떡까지 꼭꼭 씹어 먹었다. 상을 당한 친구가 우리들이 있는 테이블 쪽으로 왔다. 와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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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끝까지 밀어 붙여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면 그 세계는 내게 큰 힘이 되어준다.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결된다. 내가 ‘일’이라 여기지 않았던,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쌓아 올린 경험들이 예상치 못한 세계로 나를 안내한다. 그러다 보면 알게 된다. 혼자서 방구석을 꾸미며 놀았던 순간, 동생들과 함께 할 놀잇거리를 고민했던 순간, 시골집에서 땅을 파헤치며 또 다른 세계를 상상했던 그 순간들이 ‘나’를 이루었다는 것을.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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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결국 시작이란, 사람과의 인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거다. 가족, 스승, 친구, 이웃, 그리고 나로 하여금 경험하는 모든 것에서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때로는 시작이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지만, 울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시작은 인간의 삶에 경험이 되고 성장의 기회가 된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시작을 안하는 것보다 뭐든 하는 것이 멋진 인생의 시작이 될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