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맨 이스케이프 Escape 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최필원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노라조 라는 그룹이 있다. 한 명은 무게를 잡고 한 명은 개그맨 뺨치는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밑도 끝도 없이 다짜고짜 웃긴 노래를 부른다. 알고 보면 가창력도 뛰어나고, 외모도 그리 떨어지는 편도 아닌 이른바 실력파 가수라는 생각이 든다.

 

 조 파이크와 엘비스 콜을 어디 감히 노라조에 비유하느냐며 발끈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크레이스 형님의 유머가 뛰어나긴 하지만 코믹물은 아니라고. 엘비스 콜은 언제나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부딪히고 파이크는 건조하기가 사막과 같은 사람이라고 - 말이다.

 

 나도 알고 있다. 다만 나는 노라조라는 언밸런스 한 콤비가 보여주는 기가 막힌 (또는 귀에 쏙 들어오는) 하모니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때로는 몸에 전율을 불러 일으키는 콜과 파이크의 그것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말을 하려하는 것이다.

 

 <워치맨>이 조 파이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 들었기에 엘비스 콜이 나올거란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다. 실제로 처음 등장에서 이미 비실대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활약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고.

 

 <몽키스 레인코트>에서 조 파이크의 등장이 엘비스 콜의 등장을 질리지 않게 해주었다면, <워치맨>에서는 엘비스가 긴장뿐인 스토리를 서서히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둘은 떨어진다는 것이 불가능 한 존재들인 것이다. 

 

 

 

 크레이스의 서문에 따르면 조 파이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불타는 노을에 검붉게 물든 총잡이의 얼굴, 텅 빈 심장만큼이나 차가운 눈. 한없이 진지하기만 한 입술. 최악의 악몽을 선사하는 방울뱀의 눈빛.' - 워치맨 서문 중에서-

 

 작가가 직접 말하는 저 표현을 읽고 있자면 젊은 날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외의 그 어떤 이도 조 파이크라는 사내를 설명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누구도 견디지 못할 존재감. 쿨함을 뛰어넘어 콜드하다고까지 불리는 사나이. 그 신비의 이미지가 비로소 납득갈 만한 형태로 머리 속에 들어오는 순간이다.

 

 <워치맨>은 주인공 '조 파이크'가 과거 도움을 받았던 용병 '존 스톤' 에게 빚을 갚는 의미로 부잣집 딸의 경호를 맡으면서 시작된다. 부잣집 철부지 딸내미 '라킨 코너 바클리'는 우연히 얽힌 사건 때문에 목숨의 위험을 받게 되어 어쩔 수 없이 파이크의 신세를 지게 되고, 파이크는 그 덕에 정체불명의 사나이들에게 쫓기게 된다.

 

 하지만 파이크가 누구인가. 사냥꾼은 될 지언정 사냥감은 될 수 없는 먹이사슬의 정점이 아니던가. 쫓는 자들을 가차없이 처단해 나가면서 차근차근 반격을 준비해 나간다. 느꼈던 의문점들을 엘비스 콜과 하나씩 바로잡으며 사건을 지배해 나가는 것은 물론이다. 

 

 '조 파이크' 란 인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보고 있기 힘든 인물이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 뿐만 아니라, 언제나 준비된 그 몸뚱아리가 움직이는 것, 짧고 거침없는 말과 행동들이 끝없는 긴장을 만들어낸다. <워치맨>에서 주인공의 그러한 미칠듯한 무게감은 읽기 전 느꼈던 기대감 이상이라서 약간 벅차다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결국 내가 진심으로 감탄하는 것은 로버트 크레이스의 기가 막힌 글솜씨다. 라킨 바클리의 상스러운 행동, 엘비스 콜의 능글능글함, 존 첸의 속물근성이 기름기 없이 퍽퍽한 고깃덩어리에 마블링을 넣은 듯 감칠맛나게 만들어 주고- 로버트 크레이스의 유머 넘치는 글빨이 적당하게 썰고 굽고 뒤집어 준다.

 

 실제로 <몽키스 레인코트> 를 읽으면서 받았던 느낌보다 훨씬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재미가 있었다. (엄청난 시간이 흐른 후라고는 해도!) 아마도 '조 파이크' 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그의 필력이 준비되기 전 나왔다면 이 정도로 재미있진 않았을 것이다.

 

<워치맨>은 몸과 마음을 찌릿하게 만드는 책이고, 나도 모르게 '어허허허' 웃게 만드는 사람 환장하게 하는 책이다. 그 웃음이 너무 웃겨서이기도 하고 너무 어이없이 멋져서 그렇다는 거. 읽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있을라나. 어허허허.

 

 극도로 차가워 보이는 '조 파이크' 하지만 그는 외로운 호랑이 같은 사내라기 보단 무리지어 움직이는 늑대의 우두머리 같은 남자다. 실제로 그는 주변에 꽤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주옥과 같은 말들도 넘쳐나고, 너무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에 대한 할 말도 많고,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하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선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단지 Stay Groovy. 계속 쿨하게. 이 말을 기억하면서 당분간 파이크라도 된 양 한 번 살아보는 것이다.









 

 노라조 라는 그룹이 있다. 한 명은 무게를 잡고 한 명은 개그맨 뺨치는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밑도 끝도 없이 다짜고짜 웃긴 노래를 부른다. 알고 보면 가창력도 뛰어나고, 외모도 그리 떨어지는 편도 아닌 이른바 실력파 가수라는 생각이 든다.

 

 조 파이크와 엘비스 콜을 어디 감히 노라조에 비유하느냐며 발끈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크레이스 형님의 유머가 뛰어나긴 하지만 코믹물은 아니라고. 엘비스 콜은 언제나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부딪히고 파이크는 건조하기가 사막과 같은 사람이라고 - 말이다.

 

 나도 알고 있다. 다만 나는 노라조라는 언밸런스 한 콤비가 보여주는 기가 막힌 (또는 귀에 쏙 들어오는) 하모니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때로는 몸에 전율을 불러 일으키는 콜과 파이크의 그것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말을 하려하는 것이다.

 

 <워치맨>이 조 파이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 들었기에 엘비스 콜이 나올거란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다. 실제로 처음 등장에서 이미 비실대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활약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고.

 

 <몽키스 레인코트>에서 조 파이크의 등장이 엘비스 콜의 등장을 질리지 않게 해주었다면, <워치맨>에서는 엘비스가 긴장뿐인 스토리를 서서히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둘은 떨어진다는 것이 불가능 한 존재들인 것이다.

 

 

 

 크레이스의 서문에 따르면 조 파이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불타는 노을에 검붉게 물든 총잡이의 얼굴, 텅 빈 심장만큼이나 차가운 눈. 한없이 진지하기만 한 입술. 최악의 악몽을 선사하는 방울뱀의 눈빛.' - 워치맨 서문 중에서-

 

 작가가 직접 말하는 저 표현을 읽고 있자면 젊은 날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외의 그 어떤 이도 조 파이크라는 사내를 설명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누구도 견디지 못할 존재감. 쿨함을 뛰어넘어 콜드하다고까지 불리는 사나이. 그 신비의 이미지가 비로소 납득갈 만한 형태로 머리 속에 들어오는 순간이다.

 

 <워치맨>은 주인공 '조 파이크'가 과거 도움을 받았던 용병 '존 스톤' 에게 빚을 갚는 의미로 부잣집 딸의 경호를 맡으면서 시작된다. 부잣집 철부지 딸내미 '라킨 코너 바클리'는 우연히 얽힌 사건 때문에 목숨의 위험을 받게 되어 어쩔 수 없이 파이크의 신세를 지게 되고, 파이크는 그 덕에 정체불명의 사나이들에게 쫓기게 된다.

 

 하지만 파이크가 누구인가. 사냥꾼은 될 지언정 사냥감은 될 수 없는 먹이사슬의 정점이 아니던가. 쫓는 자들을 가차없이 처단해 나가면서 차근차근 반격을 준비해 나간다. 느꼈던 의문점들을 엘비스 콜과 하나씩 바로잡으며 사건을 지배해 나가는 것은 물론이다. 

 

 '조 파이크' 란 인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보고 있기 힘든 인물이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 뿐만 아니라, 언제나 준비된 그 몸뚱아리가 움직이는 것, 짧고 거침없는 말과 행동들이 끝없는 긴장을 만들어낸다. <워치맨>에서 주인공의 그러한 미칠듯한 무게감은 읽기 전 느꼈던 기대감 이상이라서 약간 벅차다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결국 내가 진심으로 감탄하는 것은 로버트 크레이스의 기가 막힌 글솜씨다. 라킨 바클리의 상스러운 행동, 엘비스 콜의 능글능글함, 존 첸의 속물근성이 기름기 없이 퍽퍽한 고깃덩어리에 마블링을 넣은 듯 감칠맛나게 만들어 주고- 로버트 크레이스의 유머 넘치는 글빨이 적당하게 썰고 굽고 뒤집어 준다.

 

 실제로 <몽키스 레인코트> 를 읽으면서 받았던 느낌보다 훨씬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재미가 있었다. (엄청난 시간이 흐른 후라고는 해도!) 아마도 '조 파이크' 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그의 필력이 준비되기 전 나왔다면 이 정도로 재미있진 않았을 것이다.

 

<워치맨>은 몸과 마음을 찌릿하게 만드는 책이고, 나도 모르게 '어허허허' 웃게 만드는 사람 환장하게 하는 책이다. 그 웃음이 너무 웃겨서이기도 하고 너무 어이없이 멋져서 그렇다는 거. 읽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있을라나. 어허허허.

 

 극도로 차가워 보이는 '조 파이크' 하지만 그는 외로운 호랑이 같은 사내라기 보단 무리지어 움직이는 늑대의 우두머리 같은 남자다. 실제로 그는 주변에 꽤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주옥과 같은 말들도 넘쳐나고, 너무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에 대한 할 말도 많고,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하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선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단지 Stay Groovy. 계속 쿨하게. 이 말을 기억하면서 당분간 파이크라도 된 양 한 번 살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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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찬비
 

원숭이도 도롱이를 
 

쓰고 싶은 듯.

 
 

 제목 '몽키스 레인코트' 는 바쇼의 하이쿠 중 하나를 인용한 제목으로 보인다. 로버트 크레이스가 어떤 의미로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겨울비의 뼈 에이는 차가움을 원숭이를 통해 말하는 것을 '하드보일드' 하다고 느꼈을지도. (단순히 엘비스 콜을 원숭이로 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바쇼의 하이쿠부터 영춘권, 태권도, 사무라이(이건 살짝 기억이 가물), 브루스 리나 그린 호넷의 '가토' 등에서 약간은 동양에 대한 '경의' 를 볼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건 조금 '오버스러운' 해석일지도 모르겠다.

 

 로버트 크레이스의 '몽키스 레인코트' 는 탐정 '엘비스 콜' 과 '조 파이크' 콤비가 등장하는 첫번째 시리즈이다. 이 두 콤비는 흡사 '시티헌터' 에서의 '사에바 료' 와 '팔콘' 을 보는 것 같다. 시티헌터에서 사에바 료가 확고한 주인공의 위치를 사수하는 반면 몽키스 레인코트에서는 '조 파이크' 라는 사내는 고생하는 주인공을 무색하게 하는 미친 존재감을 뿜어댄다. (참고로 팔콘 때문에 난 조 파이크가 미남자일 거란 생각을 꿈에도 하질 못했다. 워치맨 표지선정에서 혼란을 느꼈을 정도로)

 





 

<왼쪽이 사에바 료, 오른쪽이 팔콘. 이라고 해도 믿는 사람은 없겠지>




 엘비스 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에 다녀온 어머니가 이름을 엘비스로 '바꿔' 버렸으며, 얼굴은 존 카사베츠를 닮았다고 한다. '고자' 같은 필립 말로우와는 달리 여자를 넘기는 데에도 능숙하다. 베트남 전에 참전한 적이 있으며 영춘권, 태권도, 태극권 등 격투기에 능하...지만 왠지 파이크보다 약할 것 같은 느낌. 고양이를 키우기 때문일지도. 14세 소년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으로 미키 마우스 관련 상품을 모으는 별난 남자. 차는 자마이카 옐로 색상의 1966년제 시보레 콜벳 컨버터블, 애용하는 총은 스미스 앤 웨슨 38구경. (이상 책 뒷날개+ 주관적 의견)

정도 되겠다. 

 







<노블마인에 진실을 요구합니다 - 표지의 양지운씨 닮은 모델은 도대체 누구인가요?>




조 파이크의 외모에 대한 설명은 작품 안에 잠깐 나오는데



' 키는 183, 짧은 갈색 머리, 바람처럼 빠른 미식축구의 코너백 선수처럼 단단한 근육, 몸무게는 83-85kg. 양쪽 어깨 바깥쪽에는 베트남에 있을 때 새긴, 촉이 전면을 향하고 있는 화살 모양의 문신이 있다.' (몽키스 레인코트 p151)




 이런 자세한 설명에도 그 놈의 팔콘 때문에 이 다부진 몸의 사나이를 거구의 몸 좋은 '흑형'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언제나 선글라스를 쓰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미소'라고 하는 무뚝뚝한 남자. 농담과 진담을 구분할 수 없는 독특한 유머감각의 소유자. (농담, 진담 모두 문제가 될 소지 다분)

 
 아까도 잠깐 말했듯이 엘비스 콜이 첫 작품부터 조 파이크에게 약간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건 엘비스 콜이 꽤 심한 꼴을 당하는 반면 파이크 형은 신출귀몰 맘대로 부수고 죽이고 다니는 모습만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것이 크다. (재주는 콜이 부리고...재미는 파이크가 다 본다.) 둘이 하는 만담도 콜이 분위기를 띄워 놓으면 파이크가 툭툭 내 뱉어서 사람 맘을 빼앗아 버리니 원...






<약간의 왜곡과 사실과 다른 모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왼쪽이 파이크 오른쪽이 콜>










  약간은 부족해 보이는 첫 작품인 '몽키스 레인코트' 가 생명력을 얻는 것은 '조 파이크'의 등장부터였다. 엘비스 콜의 시니컬한 농담과 음담패설 등이 즐겁게 느껴지는 것도 그 즈음. 작품의 무거움을 엘비스 콜이 감당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어보였다면 조 파이크의 말과 행동은 그 무거움마저도 짓눌러버리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다. (엘비스 콜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건 LA레퀴엠 부터라고 하더라..)





  보통 요리도 잘하지만 인간을 '요리'하는 것에도 능숙한 최강의 파트너. 어떻게 해도 튈 수 밖에 없는 주연급 조연. 작가조차도 결국 참지 못하고 '조 파이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를 시작했다.

 드디어 워치맨이 출간되었다. 동일 직종의 모든 고생하는 액션 스릴러 스타들이 팬들의 머리속에서 다 지워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까진 되지 않더라도, 어쨌든, 이제 서열을 다시 매길 때가 온 것이다.




 





덧붙임1. 루 포이트라스는 파이크를 싫어한다. 그러나 파이크는 그를 좋아하는 듯 보인다. 포이트라스에게는 2의 제곱만큼 불행한 일이겠지.





덧붙임2. 최후의 탐정 (앨비스 콜 9번째 작품), 데몰리션 엔젤 (스핀오프)가 워치맨과 스토리 연관이 있다고 한다. 데몰리션 엔젤의 주인공 '캐롤 스타키'가 최후의 탐정에 나오고, 최후의 탐정에서 용병단과 인연을 맺은 파이크가 '워치맨' 에서 활약하는 식이다. (러니님의 작업일지에서)

 순서는 꼬였지만, 어쨌든 언젠가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니까. 기다릴 수밖에.
 데몰리션 엔젤은 아마도 비채에서, 최후의 탐정은 노블마인에서 내년에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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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그 명성에 비해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은 뭔가 부족해 보였고, 다른 컨텐츠로 재생산 된 결과물이 훨씬 더 완성도가 뛰어나 보였다.

 속도감은 있지만 깊이가 없어 보였고 기세 좋게 글을 쓰지만 기교가 부족해 보였다.

 고만고만한 속도의 공을 던지는 정통파 우완투수처럼.

<악의>를 읽은 것은 단순히 나혁진 님의 '히가시노 게이고 베스트10'에서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보다 위에,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그 모습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흥미를 느낀 후에도 바로 읽지 않은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작가들의 책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악의>를 읽은 후 소름이 돋고 기력이 다 빠질 것만 같은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책의 초반부를 읽고 있던 중, 너무 빠른 전개에 '이거 단편집이었나? 단편치고도 심하게 시시한데?'  같은 얼토당토 않은 걱정이 들었다. '빙산의 일각' 그 말을 가져다 쓰면 너무 상투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같잖아 보이던 사건 아래에 '도사리고' 있는 커다란 '악의' 야 말로 내가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거대한 얼음 덩어리였다.

 이 책은 자체로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호들갑 떨었던 몇몇 책을 그야말로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반전폭풍이 재기발랄하다고 추켜세웠던 '잘린머리와 같은 불길한 것', 속도감이 일품이라고 했던 '고백' 심지어 내 안에 크게 드리운 아가사 크리스티나 딕슨 카와 같은 거장의 그림자 마저도 잔인하게 짓밟아 버렸다.  작가가 설치한 장치에 쉽게 휘둘린 내 마음은 이미 후반부엔 무력화 되었고, 가가의 독백을 쫓아 찝찝하고 섬뜩한 결말부를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내게 있어 히가시노 게이고는 백수의 왕, 사자와 같은 이미지다. 표범보다 치타보다 하이에나보다 사냥을 못해 보일 때도 있지만, 강함의 정도로 서열을 매기자면 단연 왕의 자리가 걸맞는 작가다. 오늘은 말로만 듣던 '왕의 품격'을 만난 날이다.

  'Why?'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나가는 책 중에서 이보다 뛰어난 책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별 다섯에 별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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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에 안녕을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7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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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 붐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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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미스터리
찰리 브로코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받은 책인데 이제야 읽었다. 자 그럼 서평 시작.

 아틀란티스는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나오는 강력한 왕국으로 타락한 국민들이 신의 노여움을 사서 멸망했다고 한다.
 



 

<신의 노여움을 산 아틀란티스의 후예, 우리도 안심하긴 이르다.>

 아틀란티스는 고도의 과학문명을 갖고 있었다는 설도 있고, 외계인이 세운 왕국이라는 설도 있고 뭐 여러가지 설도 있지만 (자꾸 위의 사진에 눈이 간다. 아아 ) 이 책에서는 성서에 나오는 '에덴 동산' 과 연관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공짜로 받은 책이지만 깔 부분은 까야 된다고 거듭 마음을 먹으며, 이 작품의 장점 먼저 두가지 정도 먼저 언급하겠다.

1. 번역자 분이 수고하셨다는 것 - 오타가 종종 보이지만, 그건 교정이 안 된 것일 뿐, 번역하신 홍현숙 님이 적절하게 주석을 달아 주셔서 책 읽기에 수월했다.  

2. 책의 두께와 튼튼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620여 페이지의 책이 13,000원 밀실살인게임과 같은 가격이다.

자 장점이 끝났고, 이제 단점 차례다.

 첫째, 이 책은 쓸데없이 두껍다. 댄 브라운 식의 흥미진진한 설명은 바라지도 않았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장광설이라도 있길 바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책은 대부분을 낭비하고 있다.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인 '나타샤'의 살육쇼를 제외하면 작품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 

 둘째, 이 책의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주인공은 그저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데에 뛰어날 뿐이다. 그냥 주어진 루트를 따라서 이동하고,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다가 책이 끝난다. 로버트 랭던과 인디아나 존스를 섞은 주인공을 바랬다면 큰 오산이다. 이 책의 주인공 루어즈는 그 두 이야기의 조연에도 명함을 못 내밀 그런 남자다.

    

< 명함은 찢어버렸엌ㅋㅋㅋㅋㅋㅋ>

 셋째, 주인공과 여등장인물이 잠자리를 갖는 것, 악역이 보여주는 포스가 별 것 아닌 것을 들 수 있겠다. 이 작품이 가장 실패한 이유는 바로 등장인물간의 '균형' 을 못 잡는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매력적인 나타샤가 '람보'급 활약을 펼치는 것은 설정만 잔혹한 킬러 '갈라르도' 의 덕이 크다. 양민학살에는 큰 재능을 가진 그가 러시아 여경찰에게는 단 한번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당한다는 것. 1%의 스릴감도 주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더 문제는 바로 주인공의 뜬금없는 정사신이다. 레밍턴 스틸과 X파일의 가장 큰 성공요인 중 하나는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미묘한 관계였다. 출세욕과 성욕을 2:1로 섞어 달려드는 짐승녀 레슬리와 오는 여자 안 막는 잘 생긴 지성파 교수 루어즈는 하나 남은 기대마저도 내게서 빼앗아 갔다. (나타샤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 이 책의 유일한 반전이었고 책을 덮고 나서도 참 지긋지긋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인디아나 존스와 로버트 랭던 시리즈의 마지막엔 보는 이로 하여금 ' 아 진짜 큰일날 뻔 했어요. 교수님 없었으면' 정도의 감정을 가졌었는데.... 왠지 이 책을 읽고 나면 '교수님의 섹스여행 때문에 다 망했어요.' 라는 생각이 든다.

 팩션을 쓰려면 김진명 씨의 책 정도는 읽고 뻥을 배우고, 스릴러를 쓰려면 주인공이 멀더만큼의 깡은 있다는 설정을 해야 되지 않나 싶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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