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찬비
 

원숭이도 도롱이를 
 

쓰고 싶은 듯.

 
 

 제목 '몽키스 레인코트' 는 바쇼의 하이쿠 중 하나를 인용한 제목으로 보인다. 로버트 크레이스가 어떤 의미로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겨울비의 뼈 에이는 차가움을 원숭이를 통해 말하는 것을 '하드보일드' 하다고 느꼈을지도. (단순히 엘비스 콜을 원숭이로 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바쇼의 하이쿠부터 영춘권, 태권도, 사무라이(이건 살짝 기억이 가물), 브루스 리나 그린 호넷의 '가토' 등에서 약간은 동양에 대한 '경의' 를 볼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건 조금 '오버스러운' 해석일지도 모르겠다.

 

 로버트 크레이스의 '몽키스 레인코트' 는 탐정 '엘비스 콜' 과 '조 파이크' 콤비가 등장하는 첫번째 시리즈이다. 이 두 콤비는 흡사 '시티헌터' 에서의 '사에바 료' 와 '팔콘' 을 보는 것 같다. 시티헌터에서 사에바 료가 확고한 주인공의 위치를 사수하는 반면 몽키스 레인코트에서는 '조 파이크' 라는 사내는 고생하는 주인공을 무색하게 하는 미친 존재감을 뿜어댄다. (참고로 팔콘 때문에 난 조 파이크가 미남자일 거란 생각을 꿈에도 하질 못했다. 워치맨 표지선정에서 혼란을 느꼈을 정도로)

 





 

<왼쪽이 사에바 료, 오른쪽이 팔콘. 이라고 해도 믿는 사람은 없겠지>




 엘비스 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에 다녀온 어머니가 이름을 엘비스로 '바꿔' 버렸으며, 얼굴은 존 카사베츠를 닮았다고 한다. '고자' 같은 필립 말로우와는 달리 여자를 넘기는 데에도 능숙하다. 베트남 전에 참전한 적이 있으며 영춘권, 태권도, 태극권 등 격투기에 능하...지만 왠지 파이크보다 약할 것 같은 느낌. 고양이를 키우기 때문일지도. 14세 소년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으로 미키 마우스 관련 상품을 모으는 별난 남자. 차는 자마이카 옐로 색상의 1966년제 시보레 콜벳 컨버터블, 애용하는 총은 스미스 앤 웨슨 38구경. (이상 책 뒷날개+ 주관적 의견)

정도 되겠다. 

 







<노블마인에 진실을 요구합니다 - 표지의 양지운씨 닮은 모델은 도대체 누구인가요?>




조 파이크의 외모에 대한 설명은 작품 안에 잠깐 나오는데



' 키는 183, 짧은 갈색 머리, 바람처럼 빠른 미식축구의 코너백 선수처럼 단단한 근육, 몸무게는 83-85kg. 양쪽 어깨 바깥쪽에는 베트남에 있을 때 새긴, 촉이 전면을 향하고 있는 화살 모양의 문신이 있다.' (몽키스 레인코트 p151)




 이런 자세한 설명에도 그 놈의 팔콘 때문에 이 다부진 몸의 사나이를 거구의 몸 좋은 '흑형'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언제나 선글라스를 쓰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미소'라고 하는 무뚝뚝한 남자. 농담과 진담을 구분할 수 없는 독특한 유머감각의 소유자. (농담, 진담 모두 문제가 될 소지 다분)

 
 아까도 잠깐 말했듯이 엘비스 콜이 첫 작품부터 조 파이크에게 약간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건 엘비스 콜이 꽤 심한 꼴을 당하는 반면 파이크 형은 신출귀몰 맘대로 부수고 죽이고 다니는 모습만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것이 크다. (재주는 콜이 부리고...재미는 파이크가 다 본다.) 둘이 하는 만담도 콜이 분위기를 띄워 놓으면 파이크가 툭툭 내 뱉어서 사람 맘을 빼앗아 버리니 원...






<약간의 왜곡과 사실과 다른 모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왼쪽이 파이크 오른쪽이 콜>










  약간은 부족해 보이는 첫 작품인 '몽키스 레인코트' 가 생명력을 얻는 것은 '조 파이크'의 등장부터였다. 엘비스 콜의 시니컬한 농담과 음담패설 등이 즐겁게 느껴지는 것도 그 즈음. 작품의 무거움을 엘비스 콜이 감당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어보였다면 조 파이크의 말과 행동은 그 무거움마저도 짓눌러버리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다. (엘비스 콜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건 LA레퀴엠 부터라고 하더라..)





  보통 요리도 잘하지만 인간을 '요리'하는 것에도 능숙한 최강의 파트너. 어떻게 해도 튈 수 밖에 없는 주연급 조연. 작가조차도 결국 참지 못하고 '조 파이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를 시작했다.

 드디어 워치맨이 출간되었다. 동일 직종의 모든 고생하는 액션 스릴러 스타들이 팬들의 머리속에서 다 지워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까진 되지 않더라도, 어쨌든, 이제 서열을 다시 매길 때가 온 것이다.




 





덧붙임1. 루 포이트라스는 파이크를 싫어한다. 그러나 파이크는 그를 좋아하는 듯 보인다. 포이트라스에게는 2의 제곱만큼 불행한 일이겠지.





덧붙임2. 최후의 탐정 (앨비스 콜 9번째 작품), 데몰리션 엔젤 (스핀오프)가 워치맨과 스토리 연관이 있다고 한다. 데몰리션 엔젤의 주인공 '캐롤 스타키'가 최후의 탐정에 나오고, 최후의 탐정에서 용병단과 인연을 맺은 파이크가 '워치맨' 에서 활약하는 식이다. (러니님의 작업일지에서)

 순서는 꼬였지만, 어쨌든 언젠가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니까. 기다릴 수밖에.
 데몰리션 엔젤은 아마도 비채에서, 최후의 탐정은 노블마인에서 내년에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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