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핀 댄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2 링컨 라임 시리즈 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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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2편이자, 나에게는 세번째 만남인 '코핀 댄서'.
 

 많은 사람들이 링컨 라임 시리즈 중 가장 재밌다고 꼽는 작품답게 스피디함과 매력적인 악역, 예측하지 못한 반전이 일품이었다. 다만, 내게는 '본 콜렉터'만큼 맘에 들진 않았다. 그건 아무래도 역자 후기에서도 말했듯이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작보다 빠르고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맛은 더 늘었지만, 아무래도 '묵직한 스릴'은 더 줄어들었다. 신출귀몰한 적에게 휘둘리며 기만당하고, 덫이 간파당하고 희생자가 늘어가는 것 까지는 맘에 들었다. 다만 전작에서 아슬아슬하게 여겨졌던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의 짝짓기 프로젝트가 본격화 되면서 뭐랄까 살짝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봄이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빠르게 읽히고, 예측하지 못했던 반전이 있었던 점.

 링컨 라임과 악역,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 성을 빼버린다면 뭔가 허무함까지 느껴지는, 그래 할런 코벤의 책들과도 비슷하다.

 

 생각보다 의외로 평범했다. '본 콜렉터'에서의 임팩트 강한 등장과 '콜드 문'에서 캐트린 댄스가 보여준 참신함에 미치지 못했다고 할까. 재미가 없진 않다. 하지만 앞으로 누군가 최고의 스릴러로 '코핀 댄서'를 꼽는다면 난 고개를 갸우뚱 할지도 모르겠다.

 

 별 다섯에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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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대로
켄 브루언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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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짧은 책인데다가 작가의 글빨이 어찌나 좋은지 책장 줄어드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눈에 착착 달라붙는다, 눈알 뒤쪽을 미끄러지듯 흘러내려가버린다. 이런 표현까지 만들어 내서 붙여줄 정도로.

 

 주인공 미치의 입과 뇌 속을 빌려 거침없이 쏟아내는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가 근사하다.

 이 쪽 팬이라면 팬티 두장은 기본으로 챙겨야 할 정도로. 물론, 농담이다.

 

 미치는 자신의 의지가 강한 남자지만 내가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착하고 정의로운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좋은 옷과 마약 섹스에 대한 욕구를 감추지 않고, 폭력에 인색하지 않은 나쁜 남자. 다만 책을 많이 읽어 꽤 번지르르한 말을 할 줄 아는 게 독자를 달아 오르게 만든다.

 

 빠르게 읽히고 문장 하나하나가 사람을 찌릿찌릿하게 만든다.

 

 다만 조금은 단순한 스토리, 집사 '조단'에게 서서히 존재감을 잠식당하는 후반부가 아쉽다고나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다루는 수많은 책과 음악, 영화에 바치는 오마쥬를 내가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내 부족함 때문에 작품의 별 하나를 빼는 것이 조금 미안하다.

 켄 브루언의 책을 더 읽어 보고 싶다. 정말로 매력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별 다섯에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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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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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부키에서 말하는 가타(形)라는 게 있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연기에 있어서 즉흥적인 감정 표출보다 그 손짓, 몸짓, 표정 같은 것을 정해진대로 수행하며 미(美)를 새겨 넣는 것이라 이해하고 있다. (만화책 '가부쿠몬'을 보며 얻었던 얄팍한 지식) 틀에 박히다, 찍어낸 듯 하다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서예나 꽂꽂이, 시가의 형식미 정도를 떠올리면 훨씬 더 가까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렌조 미키히코의 <회귀천 정사>는 꽃을 소재로 했지만 밝고 향긋한 작품은 아니다.

 꽃의 시들어 떨어지는 순간에 대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기에 조용하고 어둡고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분위기는 언제나 사연 많은 한 남자가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옆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 같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인 사람에게만 털어 놓을 수 있는 이야기들. 취기와 함께 왔다가 술이 깨면 잊혀져 버리길 바라며 꺼내는 마음 속 이야기들.

 

 또 한편으로는 그런 허심탄회한 감정과는 반대로 가부키의 '가타' 처럼 정성 들인 배경, 내면 묘사가 혀를 내두르도록 만드는 구석이 있다. 문장이 매우 유려하기도 하지만 손 끝 떨림, 눈썹의 꿈틀거림까지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얽힌 이야기들로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움보다 훨씬 더 익어버린 상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어렴풋한 향기와 맛을 나이에 따라, 경험에 따라 독자는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난 후 이 책을 다시 잡는다면 또 느낌이 새로울 거란 생각을 해본다.

 

 독특한 일본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며 잡은 책이 '특별한' 의미의 책이 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은 누군가와 쉽게 나누기 힘든 종류의 것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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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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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소라게

 



 

 

" 태운다."

 하루야가 라이터를 켜더니 불길 끝을 소라게에게 댔다. 소라게는 배를 흔들고 다리를 버둥대며 입에서 거품을 부걱부걱 뿜었다. 그날 아침에 먹은 전갱이 같은 냄새가 서로 바싹 갖다 댄 얼굴 사이로 피어올라 왔다. 도중부터 점토에서 녹아나온 기름 냄새가 더 강해졌다. 푸쉭, 하고 회색 배가 터졌을 때만 두 사람은 함께 얼굴을 약간 뒤로 물렸다. (p128)

 

 어렸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일들이 지금에 와서 떠올려 보면 나도 모르게 섬뜩 할 때가 있다. 개미집을 막대기로 휘젓다가 물을 한 바가지 부어본다던지, 잠자리의 날개를 뜯어 기어가는 걸 보고 있었다던지 했던 기억... 지렁이에게 소금을 뿌려보고 나무 끝에 매달린 고치를 찢어 그 안의 애벌레를 툭툭 건드려 보던 기억...이 책의 주인공 하루야와 신이치가 놀이 또는 주술처럼 소라게를 태우는 장면은 그런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 '불쌍하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것인지 '재미'를 쫒느라 그랬던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도 이 책의 아이들처럼 행동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 떠올린 내 모습이 섬뜩한 것 이상으로 하루야와 신이치를 지켜보는 일은 매우 기분 나쁜 일이었다. 악의 없는 순수한 악(惡)을 인정해야 할 것 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주인공 신이치와 하루야는 자신들이 생명을 쥐고 흔드는 약한 존재, '소라게'처럼 보잘 것 없는 껍데기를 등에 이고 숨었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스스로를 껍데기에 가두며 흡사 부화를 기다리는 알처럼 잔뜩 웅크린 삶. 그대로 성숙해 알을 깨고 나오면 좋으련만... 어떤 불길이 그 바깥쪽을 태우기 시작한다.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스트레스가 소년들을 껍데기 밖으로 뛰쳐나오게 만들고 만다.

 

2. 달



 

달밤의 게는 글렀어. 먹어도 전혀 맛이 없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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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말이다. 위에서 내리비쳐서......바다 속에 게의 그림자가 생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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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그 그림자가 너무나 추해서...... 게는 무서운 나머지 몸을 움츠리지...... 그러니까 달밤의 게는 말이야......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는 진절머리 날 정도로 글을 잘 쓰는 작가다. 그 글이 사람의 머리 속에 파고 들어 끈적끈적하게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을 때엔 정말로 어떤 '저주'에 사로 잡힌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 책 <달과 게> 에서도 초등학생의 순수한 마음이 검게 물들어 가는 과정을 독자에 대한 자비없이 써내려 가는데, 깊고 검은 물 속을 허우적 거리는 팔과 다리에 길고 검은 여자의 머리카락이 자꾸 감기는 기분이 연상되 기분이 찝찝하다. 순수한 질투, 순수한 악의, 부서져 내리는 순수... 누군가의 재능으로는 아름답게 꾸며질 순수가 미치오 슈스케의 펜 끝에서는 언제나 잉크처럼 검은 색으로 물든다. 그게 어찌나 신경질 났던지 신이치가 받는 스트레스 이상으로 나는 작가에게 날카로워져 있었다. 나오키 상인지 뭔지 난 이 책 또한 재밌게 읽었지만 즐겁지 않았고, 애착이 가지 않는다 중간에 선언할 정도로.

 

 하지만 미치오 슈스케는 <달과 게>에서 비로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많은 작가들이 이르고 싶어하는 곳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중후반까지 부서지기 직전까지 일그러뜨리던 이야기가 달이 뜨는 밤 갈등의 절정에 이르게 되는데, 여러가지 상징들과 소년의 내면, 할아버지의 알듯 모를 듯한 말들이 섞여 강렬한 이미지의 언어들로 쏟아져 들어온다. 작가의 재주와 이야기가 조화를 이룬 그 순간은 찝찝함을 잠시 잊을 정도로 청량한 뭔가가 있었다. 그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함을 미치오 슈스케에게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책 한 권 나아가 한 사람의 작가에 대한 평가가 뒤집히는 요란한 순간이었다. (내 머리 속에서 말입니다.)

 

 어린 아이의 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불쾌감까지 불러 일으켰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성장기 소년의 치열한 내면을 그린 기시 유스케의 <푸른 불꽃>, 어린 시절의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는 덴도 아라타의 세 아이들 이야기 <영원의 아이> 등이 책을 읽으며 내내 생각났던 작품들이다. 이래저래 닮은 구석이 있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결국 <달과 게>는 비슷한 소재의 다른 책들과 차별성을 두면서도 작가 스스로 기존의 자신 모습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근래에 읽은 책들은 대부분이 흠 잡을 곳이 없다. 2011년 역시 장르 팬들에게 축복이 가득하다.

 

 별 다섯에 별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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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대단합니다. 지금까지의 미치오 슈스케를 잊을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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