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짧은 책인데다가 작가의 글빨이 어찌나 좋은지 책장 줄어드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눈에 착착 달라붙는다, 눈알 뒤쪽을 미끄러지듯 흘러내려가버린다. 이런 표현까지 만들어 내서 붙여줄 정도로. 주인공 미치의 입과 뇌 속을 빌려 거침없이 쏟아내는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가 근사하다. 이 쪽 팬이라면 팬티 두장은 기본으로 챙겨야 할 정도로. 물론, 농담이다. 미치는 자신의 의지가 강한 남자지만 내가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착하고 정의로운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좋은 옷과 마약 섹스에 대한 욕구를 감추지 않고, 폭력에 인색하지 않은 나쁜 남자. 다만 책을 많이 읽어 꽤 번지르르한 말을 할 줄 아는 게 독자를 달아 오르게 만든다. 빠르게 읽히고 문장 하나하나가 사람을 찌릿찌릿하게 만든다. 다만 조금은 단순한 스토리, 집사 '조단'에게 서서히 존재감을 잠식당하는 후반부가 아쉽다고나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다루는 수많은 책과 음악, 영화에 바치는 오마쥬를 내가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내 부족함 때문에 작품의 별 하나를 빼는 것이 조금 미안하다. 켄 브루언의 책을 더 읽어 보고 싶다. 정말로 매력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별 다섯에 별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