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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ㅣ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가부키에서 말하는 가타(形)라는 게 있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연기에 있어서 즉흥적인 감정 표출보다 그 손짓, 몸짓, 표정 같은 것을 정해진대로 수행하며 미(美)를 새겨 넣는 것이라 이해하고 있다. (만화책 '가부쿠몬'을 보며 얻었던 얄팍한 지식) 틀에 박히다, 찍어낸 듯 하다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서예나 꽂꽂이, 시가의 형식미 정도를 떠올리면 훨씬 더 가까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렌조 미키히코의 <회귀천 정사>는 꽃을 소재로 했지만 밝고 향긋한 작품은 아니다.
꽃의 시들어 떨어지는 순간에 대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기에 조용하고 어둡고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분위기는 언제나 사연 많은 한 남자가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옆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 같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인 사람에게만 털어 놓을 수 있는 이야기들. 취기와 함께 왔다가 술이 깨면 잊혀져 버리길 바라며 꺼내는 마음 속 이야기들.
또 한편으로는 그런 허심탄회한 감정과는 반대로 가부키의 '가타' 처럼 정성 들인 배경, 내면 묘사가 혀를 내두르도록 만드는 구석이 있다. 문장이 매우 유려하기도 하지만 손 끝 떨림, 눈썹의 꿈틀거림까지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얽힌 이야기들로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움보다 훨씬 더 익어버린 상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어렴풋한 향기와 맛을 나이에 따라, 경험에 따라 독자는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난 후 이 책을 다시 잡는다면 또 느낌이 새로울 거란 생각을 해본다.
독특한 일본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며 잡은 책이 '특별한' 의미의 책이 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은 누군가와 쉽게 나누기 힘든 종류의 것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