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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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스릴러들이 캐릭터와 스케일 기교 좋은 반전으로 팬층을 확보했지만, 그런 것보다 기본에 충실한 작품들을 원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소위 '유럽발 스릴러' 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비영어권 특히 독일이나 북유럽 쪽의 스릴러들이 장르소설의 블루칩으로 부상했고 그 정점을 찍은 것이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였다.
 

 <밀레니엄> 한 작품이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천재의 손에서 뚝딱! 하고 하루아침에 나온 책은 아니었다. 분명히 북유럽 쪽의 스릴러들은 그 특유의 묵직함과 기묘한 분위기로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있고 그 경쟁력은 세계시장에서 기존의 터줏대감들을 위협하며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다.

 

  





 

 소위 북유럽 작가들 중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요 네스뵈.

 얼마전 영국 서점을 둘러본 한 출판관계자의 블로그에서 '도대체 이 작가가 누구이길래 특별코너에서 대대적으로 팔리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던,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지만 이미 스티그 라르손 이후 가장 빠르게 치고 나오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요 네스뵈의 책이 비채에서 나온다는 소식만 듣고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기다리던 차에 반갑게도 살림의 '블루문 클럽' 을 통해 그의 스탠드 얼론 <헤드헌터 >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명성만 들었던 작가의 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분위기와 글빨로 승부를 볼 것인가. 무섭도록 진중함을 갖추고 탄탄한 스토리로 묵직하게 독자를 짓누를 것인가....

 

 그의 시리즈 물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헤드헌터> 자체를 놓고 보았을 때 그는 내 예상을 전혀 빗나갔다.

 누군가의 말처럼 마치 '영미쪽' 작품을 보는 것처럼 빠르고 매끈하고 정신없이 몰아부치는 스타일의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나 통할 보편적인 강점과 자신만의 독특함을 가진 채 링에 올라오는 선수야말로 스타가 될 자질이 충분할 것이다. 요 네스뵈는 북유럽 출신이고 비 영어권 문화 출신이라는 꼬리표 없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그야말로 팬심 자극하는 뭔가가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헤드헌터>라는 제목에서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물색하는 주인공의 직업과 그로 인한 인물간의 엮임과 충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단어 자체의 간단한 뜻처럼 서로의 머리를 노리고 쫒고 쫒기는 처절한 혈투를 그리고 있다. 유능한 헤드헌터이지만 각종 열등감과 삶의 고달픔에 찌들어 있는 주인공 앞에 그의 '머리'를 노리는 강적이 나타나면서 '슈트빨'충만한 이야기는 어느새 더러운 액체가 쏟아지고 흩뿌려지는 지저분한 이야기로 흘러가게 된다.

 

 최고경영자 후보들을 인터뷰 하면서도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냉정한 주인공이 숙적에 대한 분노와 질투심, 아내에 대한 배신감으로 폭발 직전까지가는 모습이 글의 속도감과 맞물려 책을 넘기는 독자의 손 끝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할런 코벤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를 칭찬할 수는 없었지만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고 다소 높은 수위가 내겐 만족스러움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다. <헤드 헌터> 이후 만나게 될 '요 네스뵈'의 책들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러가지 수식어 '제 2의 스티그라르손' '북유럽의 할런 코벤' 이런 말은 필요 없을 것이다.

 

 내게 있어서 앞으로 ' 요 네스뵈' 는 ' 요 네스뵈' 한마디로 충분할 테니까.

 

 별 다섯에 별 넷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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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엔젤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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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크레이스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큰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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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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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미스터리 - 스릴러 계를 평정한 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덕분에 한국의 독자들은 피아-보텐슈타인 콤비의 활약을 모두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 <너무 친한 친구들>은  소시지 공장 사모님으로 사는 것이 더 익숙했을지도 모를 넬레 노이하우스의 두번째 책이다.

 자비로 출판한 책이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대형출판사의 관심을 끌었고 이제 '소시지 공장'이란 그녀의 남편의 직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단어가 되었다.

 

 솔직한 말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과 이 책을 비교한다면 꽤 부족한 면이 많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괜찮은 소재들을 약간 투박한 솜씨로 엮어 놓은 듯한 이야기가 미끈하고 그럴싸하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를 먼저 접한 한국의 독자들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충실한 기본과 자극적인 소재배치,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라는 그녀의 특기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의 상대적인 부족함은 그녀가 발전해 나가는 바람직한 작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초반에 너무 뛰어난 작품을 써서 아이디어가 고갈되거나 나태해져서 이렇다할 작품을 써내지 못 하는 작가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너무 친한 친구들>을 읽었고, 그에 대한 서평도 많이 나와서 내용 언급은 각설하려 한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피아-보텐슈타인 시리즈 두권을 보면, 작가의 성향이 등장인물들의 가정불화-불륜 등의 소재를 다루길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어떤 커뮤니티의 폐쇄성과 개인의 추악함을 사건의 장애물로 설정하고 큰 그림 작은 그림을 오가면서 독자들을 흔드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듯 보인다. 그 재주가 잘 발휘된 것이 <백설공주> 이고 상대적으로 살짝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느낀 것이 <친구들> 이 되겠다.

 

 나는 사실 '치정'에 얽힌 소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감정과 육체의 흔들림이 비극의 원인이 되는 이야기들은 선혈이 낭자한 이야기보다도 더 찝찝한 뭔가가 느껴져서 꺼려하는 편이다. 신기한 것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라는 책에서는 그런 불쾌감보다는 재밌는 이야기와 탄탄한 솜씨에 감탄하며 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자꾸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을 언급하게 되는데, 두 작품을 비교했을 때 그 빛이 바랠 뿐이다. <너무 친한 친구들>은 평균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뜰 만한' 작품이다. 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이 시리즈의 중심이 되어 우뚝 서 있는 모습이 그렇게 부자연스럽지만도 않다.

 

 피아-보텐슈타인 시리즈는 앞으로도 외면할 수 없을 것 같다.

 유럽 미스터리-스릴러의 장점은 바로 그 단단함에 있고, 흥행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은 넬레 노이하우스는 우리나라에서 단연 '얼굴마담'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기에. 대우를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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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피트 모란
퍼시벌 와일드 지음, 정태원 옮김 / 해문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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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름에 꼭 한가지씩 하는 것 중 하나.
 

 다름 아닌 재미있는 단편집을 골라 읽는 것이다. 유명하다고 소문난 책들보다는 우연히 만나게 되는 재미있는 단편집들이 더 큰 만족감을 주었던 것 같다. 몇 년전 천일야화를 듣는 왕의 심정으로 하루에 한편씩 읽어나갔던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수수께끼의 할리퀸'처럼.

 

 이번에 내가 며칠 동안 잡았던 책은 퍼시벌 와일드의 '탐정 피트 모란'이다. 사실 장르문학의 대격전지가 되고 있는 여름책시장에서 해문의 책은 임팩트가 약해보이고 표지도 평범 이하로 보인다. 이 책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이 고른 이유는 바로 이 책의 번역자이신 고 정태원 선생의 마지막 작업물을 간직하고자 하는 데에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비채에서 '홈즈의 라이벌'이라는 제목으로 책 한 권을 더 준비중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좋은 책들을 소개시켜 주셨고 몇몇 흥미로운 책들은 작업마저 끝마쳐 놓았지만 시운이 맞지 않아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의리상' 한 권 구입했다고나 할까. ( 정태원님의 기획작들은 다른 출판사의 라인업과는 성격이 상당히 달랐기 때문에 앞으로 볼 수 없을 확률이 꽤 높다고 본다.)

 

 아 그런데.

 

 이 책 정말로 다짜고짜 웃기기 시작하는데 책 읽기 전 다짐한 두가지를 여지없이 깨버렸다.

 

1. 하루에 한개씩만

2. 사람 많은 곳에서 소리내어 웃지 않기

 

 

 이 책의 주인공 피트 모란은 탐정이란 표현이 무색한 맞춤법조차 제대로 모르는 남자다. 본래의 직업은 어느 부잣집 운전수이건만 '애크미 인터네셔널 탐정통신교육학교'라는 정체불명의 교육기관에 교재값을 지불해 가며 탐정에 대해 배워나간다. 사건이 벌어지면 "'지문' 챕터에 대해 배우고 싶습니다.""방화 초 중급은 건너뛰고 상급부터 배우고 싶습니다." 이런 식의 전보를 보내 허둥지둥 사건에 뛰어든다.  탐정 피트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탐정통신교육학교의 '주임경감'이라는 작자는 그야말로 속물로서, 돈이 되는 사건이 생기면 탐정을 파견해 주겠다고 꼬드기고, 위험한 일이 생기면 자신들과 무관한 사이라는 것을 새삼 강조하기 일쑤다.

 

 교육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고 탐정 일을 주변에 인정받지 못하지만 전혀 자신이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피트 모란. 우연인지 실력인지 운인지 판단하기 애매하게 사건은 또 희한하게 해결되어 명성이 쌓여간다.

 

 이 책의 초반부는 피트 모란의 엉뚱함과 귀여움이 살짝 시시해 보이는 시골 마을의 사건들을 재치있게 커버해 주며, 더욱 노골적으로 서로를 향해 티격태격하는 피트 모란과 '주임경감'의 신경전이 하나의 만담을 보는 것처럼 즐겁다. 하지만 이 책이 그렇게 소소한 이야기와 피트 모란의 순진함을 흐뭇하게 바라보게만 두진 않는다. 마지막 두개의 단편을 지하철에서 읽던 중 나도 모르게 낄낄대면서 웃음을 터뜨려 버릴 정도로,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제대로 웃겨주는데... 민망해서 혼날 지경이었다.

 

 과장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내 개그혈을 정확히 찌르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 책은 훌륭한 '츄리' 소설은 아닐 것이다. 피트 모란이라는 탐정 지망생의 좌충우돌 사건 해결기라고 보는 것이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이 정태원 선생님의 마지막 번역작이라서 별 다섯을 줬을까? 아니,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은 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유쾌하고 밝고 건강한 웃음을 주는 책이었기에 별 다섯을 주는 것이다.

 

 책을 쓰는 작가와 번역하는 번역자와 책을 읽는 독자는

 

 독자가 책을 읽는 순간 책으로 말하고 책으로 서로를 어루만진다. 시대와 공간과 삶을 뛰어 넘은 소통이 책에는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유쾌함을 적어도 여름마다 기억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사후세계에 대한 확신이 없어 정태원 선생님의 행복을 빌 순 없지만, 살아있는 내가 행복함을 꼭 누군가 그에게 전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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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가득한 심장
알렉스 로비라 셀마.프란세스 미라예스 지음, 고인경 옮김 / 비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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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릭이 공개되어도 여전히 신비로움을 간직하는 마술.

 

 사랑의 비밀은 간직하기 보단 공유하는 게 더 아름다운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사랑에 대한 자기계발서 같은 분위기에 조금 반발심을 갖다가도, 동화적인 내용에 손발이 오글거린다는 듯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도

 

 어느새 매마른 마음에 떨어진 촉촉한 비가 틈새를 찾아 조금씩 흘러들어 오는 것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지나간 사랑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해 보기도 하고,

 

 언젠가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단편 <아우구스투스>나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같은 걸 떠올려 보던 중에

 

 실제로 책 속에 헤르만 헤세가 까메오(?)로 등장했을 땐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법에 대한 책들보다는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 더 나아가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알아가는 게 훨씬 아름다운 길이겠죠.

 

 모두에게 사랑받았지만 결국 불행하다고 느꼈던 <아우구스투스>처럼 말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미셸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아직 늦지 않았음을 일깨워 줍니다.

 

 아직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남아 있는 우리에게

 

 사랑이 절실하고 절박하게 다가오기 전에 .

 

 우리가 사랑을 찾아 다가가는 게 현명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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