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천사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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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빈번이 등장하는 소재.  사무라이 만큼이나 또 유명한 게 일본의 폭주족들이다.

 작가들이나 만화가들이 거기서 캐치해 내는 것들은 분출할 곳을 찾아 헤매는 무한정의 젊음과 그 끝없을 것 같던 에너지가 한순간 꺾어지는 꽃처럼 시들어버리는 순간일 것이다.

 

 매미의 유충처럼 어두운 밤에 스스로 길을 내면서 출구를 향해 달리다가 한순간 자유를 만나 우화해 매미가 된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여름을 미친듯이 즐기며 노래하다가 거기서 어른이 되거나 죽는 것.

 이 말도 안되는 삶을 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평화의 시대 가장 거칠지만 순수한 에너지로 여겨지곤 한다.

 

 

 

<다카하시 츠토무의 폭음열도. 읽다 말았지만 그래도 이게 가장 현실적인 것 같았다.>

 

  사쿠라바 카즈키의 <제철천사> 또한 폭주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것도 여자 폭주족 두목.

 나오키 상을 받은 작가의 책이니만큼 대단히 많은 기대를 하고 책을 집어 들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책이었다.

 이 책이 나오키 상을 받은 작가로서 썼다는 느낌보다는 자신의 다른 작품 '아카쿠치바 전설'의 등장인물의 컨셉을 잡고 쓴 것 같은데, 이 것에 대한 호오는 사실 말하기가 꺼려진다. 다분히 만화적이고 약간은 현실성 없는 설정이 거슬리긴 하지만 또 가볍게 읽기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아카미도리마메 아즈키' 는 일단 백말띠 여자라고 하는 평범하지 않은 팔자를 타고난 소녀로 제철공장 딸로 태어난 탓에 쇠를 마음대로 다룬다. 그 마음대로 다룬다는 말이... 전격 Z작전의 키트처럼 오토바이한테 명령을 내리면 오토바이가 저절로 움직이고 막 그렇다. 이 설정이 초반에는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받아들이고 나니 굉장히 편해졌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약간은 유치하게 약간은 촌스럽게 힘을 팍팍 준 책이기 때문이다. 

 

 

<약간 불량공주 모모코 생각도 나는 그런 풍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신 이 작품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산만하다는 말은 꼭 하고 싶다. 너무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는 결국 어떤 클라이막스가 되었던 김이 빠지는 경향이 있고 한 소녀의 성장을 다루는 청춘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어떠한 메시지도 담겨있지 않다. 그냥 힘이 빡 들어간 폭주물이 남자 중심인 것에 대항하여, 여성으로서 순정의 깃발을 나부끼며 그 모두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려는 시도 정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이 책에 어떤 재미를 기대했는지 점차 잊어갈 정도로 아스트랄한 열혈경파물이었다고, 그렇게 정의하고 그렇게 기억하련다.

 과연 사쿠라바 카즈키라는 작가가 어떤 작품으로 나오키상을 받았는지 궁금해지는 독서였다.

 

 실망과 기대가 플러스 마이너스 해서 무난한 별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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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종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
빈스 플린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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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4월 11일. 대한민국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날. 

 하필 나는 이 발칙한 책을 읽으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서평에서까지 내 정치적 성향을 밝히면서 좌절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날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것은 네이비 씰 출신 홍길동 혹은 일지매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 시스템 안에서 부패한 썩은 살덩어리를 옷 안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마치 대단히 훌륭한 사람인양 사는 탐관오리를 잡아 족치는 이야기. 이 책은 분명 미국판 일지매 이야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씩은 정말 이런 맘. 있다.

 

 2012년 가장 파괴력 있는 컨텐츠가 다름 아닌 정치가 되고, SNS가 친목을 넘어서 사회의 성숙 (혹은 쇠퇴라도 주장하기도 하지만)을 이끌어 나가는 대한민국에서 빈스 플린의 <임기 종료>라는 책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힌다. 우연히도 이 책의 대통령 스티븐스는 임기가 1년 정도 남아 있는 상태고 가카 (스티븐스 가카)와 그의 마니또 친구들은 한번 더 대통령을 편하게 해쳐먹으려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더 그렇다. 임기종료를 앞두고 집권세력은 더 노골적이고 필사적으로 돈과 힘을 탐한다. 2012년의 대한민국처럼. 공권력과 언론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발전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가진 미합중국의 행정중심. 위싱턴에서 벌어지는 파워게임과 그 게임의 법칙, 그 놀이판 위에서 정해진 역할대로 움직이는 관료, 군대, 정보기관, 의회 등을 보는 것만으로 사실 충분히 재미있었다. 아마도 나이를 먹고 사람이란 것을 좀 알고, 그 사람이란 것들 중에는 정치인이라고 하는 더욱 타락한 인종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이 충분히 재밌는 이야기에 변수가 등장하면서 '스릴감'을 더하게 되는데 그건 입싼 정치인 때문에 동료들을 잃은 전직 네이비 씰, 콜먼과 그의 부하들 덕분이다.

차카게 살자. 안 그러면 이 형들이 찾아온다.

 

 지금의 시스템 안에서 제대로 된 방법으로 '미국을 바로 세울 수 없다.'는 것을 통감한 그들은 부패한 정치인들을 암살함으로서, 즉 공포로서 대통령을 압박한다. 사실 이 부분이 참 해석하기 애매모호한 부분이었는데, 결국 테러리스트와의 차별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그들의 명분이 '애국'에 있음을 독자에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와는 타협하지 않는 미국이지만 그것이 애국심 투철한 전직 특수부대 출신들의 우국충절을 담은 행위라면 용납할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결국 세계의 질서를 바로 잡는 것은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인 것은 당연하고 그 스스로의 과오를 바로 잡는 것도 각성한 미국이라는 ' 팍스 아메리카나'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저 형들로도 안되면 ... 알지?

 

 

 그러나... 일단은 그 약 오르는 정치인들의 룰을 파괴해 버리는 집행력을 가진, 이질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말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미래를 결정해버리는 정치인들에게 총알로 안식을 선물하는 간단한 방법은 이 책이 가진 '미국만세'에 대한 의혹을 잊게 할 정도로 짜릿하다. 빈스 플린의 <미치 랩>시리즈를 아직 읽기 전이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같은 팍스 아메리카나라도 작가가 가진 가치관과 세계관은 조금 독특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과연 <임기종료>가 미국 대 미국의 싸움이라서 그런 것인지, 테러리스트와의 싸움에서는 뻔한 가치관을 드러낼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보여주는 싹수는 빈스 플린이란 작가에 대해 꽤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든다.

 

 

내 원고 좀 봐달란 말야...

 

 적어도 60쌍의 해태눈깔이 이 책 <임기종료>를 외면했고, 빈스 플린은 이 책을 자비 출판하여 베스트셀러 1위에 올려 놓는다. 난독증이 있는 평범한 세일즈맨에서 세계적 스릴러 작가가 되기까지 그가 보여준 단단함이 고스란히 작품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작품이라 조금은 투박한 부분들이 보이지만 미국이란 나라의 정치판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650여 쪽의 분량을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흡인력이 예사롭지 않다.

 

 정치놀음. 오늘도 그 정치놀음의 라인업을 짜주느라 국민들은 울고 웃고 짜증내고 힘이 빠져 잠을 청한다.

 조금은 실망스럽더라도 내일 아침부터 다시 일찍 일어나서 눈을 크게 뜨고 잔소리를 하면, 적어도 그 정치놀음에서 꼼수를 부리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데도 초장부터 장난질치면. 우리도 빈스 플린이 보여준 것 처럼 오함마 들고와서 손모가지 날려버리면 되는 것이다. 절대. 쫄지 말자.

 

 끝으로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구절 몇 개들 늘어놓고 서평을 마친다. 졸립다. 하루종일 선거방송보고 트위터 들여다보느라.

 

 

 "~ 몇몇 사람들의 주장과 달리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리 절박하지 않습니다. 대통령(mb아님)께서는 훌륭하게 정부를 이끌고 계십니다. 경제도 탄탄하고, 예산적자도 예전 정부 (참여 정부 아님) 때보다 줄어들었습니다."  p156-157

 

 그 (개릿)는 로치처럼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을 상대로 파워게임을 하기가 너무 쉽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로치 같은 사람들이 올바른 행동방향을 결정하느라 시간을 끄는 반면, 개럿은 오로지 거짓말이 들통 나는 경우만 걱정하면 되었다. 사소한 법률과 절차상의 문제를 걱정할 시간은 없었다. 물론 다른 사람의 도덕관념까지 걱정해줄 시간은 더욱더 없었다.  p.166

 

 " ~ 하지만 아저씨도 분명히 거기에 동참했고, 그걸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게 냉혹한 현실이죠, 아저씨 동료들은 빚을 5조 달러로 늘려놓은 주제에 곧 은퇴할 거고, 그 계산서는 우리 세대한테 날아올 거예요. 아저씨 세대가 자식들에게 물려주게 될 유산이 바로 그거라고요." p.230

 

 " 체제가 너무 복잡해졌어. 너무 썩어버리기도 했고. 후보들마다 저마다 어떻게든 당선되려고 거짓말을 늘어놓고는 선거비용을 대준 기생충 같은 이익집단들한테 영혼을 팔아버리지 않나. " p.316

 

 

 어쨌든...

 2012년에 읽기에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참 가카께 불온한 책이 아닐 수 없다.

 개정판 3쇄를 낸 RHK의 저의가 의심스러우면서도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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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연속 세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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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어차피 되는대로 갈 수밖에 없다. 흐름을 멈추는 일은 불가능하다." 

 

 온다 리쿠라는 이름. 내가 이런저런 책을 찾아 읽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했던 작가가 가진 이름이다.

 몽환적인 스토리를 쓴다는 말을 왠지 애매모호하고 어중간한 재미를 주는 작가 정도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 서평들에서 온다 리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는 것에만 주목한 채, 나는 그 사람들이 책에 대해 느꼈던 재미나 매력 같은 것을 캐치해 내지 못했던거다.

 

 온다 리쿠의 <불연속 세계>와 사자키 유의 <외침과 기도>를 비교할 수 밖에 없는 내 얕은 독서량이 부끄럽지만, 두 작품은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가진 리얼 월드의 세계관에 판타지를 끼워 넣고, 다양하고 조금은 장황한 이야기 속에서 역으로 인물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가는 식의 이야기란 점에서 그렇다.

 

 차이가 있다면 사자키 유의 <외침과 기도>는 각 나라의 풍광이 주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이며, <불연속 세계>는 벚꽃놀이, 노래, 영화, 사진, 열차여행이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외침과 기도>가 이른바 내 귀에 닿을 수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누군가의 외침과 누군가를 위한 기도에 대한 이야기라면 <불연속의 세계>는 틈이 없이 이어져 있는 것 같은 세상에서 '내가 잠시 눈을 감았을 때' 벌어지는 일 같다는 소리다.

 

 써놓고도 참 애매한 소리이지만...

 

 내가 잠을 자려고 잠시 눈을 붙였을 때, 혹은 다른 어떤 감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빛을 차단했을 때는 그때 잠시 세상의 흐름을 건너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나아가 내가 깨어있을 때라도 눈을 깜박거리는 그 찰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나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고.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나를 둘러싸고 있지만 내가 절대로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도 하다. 

 

 단순한 옴니버스 식의 이야기로 생각할 수도 있겠고, 이야기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논하면서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든 이야기들을 묶는 테마와 풀어나가는 방식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대놓고 호러가 아니어서 방심했지만 이 책은 간혹 오싹한 느낌을 받게 하는 통에 아주 혼났다. 서평의 방향이 자꾸 '어둠', 내가 눈을 감고 있는 동안의 이야기, 내 등 뒤에 흐르는 알 수 없는 흐름에 관한 쪽으로 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독서실에서 이 작품의 세번째 단편 '환영 시네마'를 읽다가 '빨간 개'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는 정말로 섬뜩한 기분이 들어 집에 가는 길이 무서웠다.

 

 글쎄, 온다 리쿠의 다른 책들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불연속 세계>에서의 온다 리쿠는 도를 넘어선 환상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 분위기가 독특하고 어떤 경계에 걸쳐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게 불안해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꽤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는 게 결론.

 

별 다섯에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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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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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간은 환영입니다. 다만... 힘들게 구한 사람이 정말로 재간해달라고 했을까요? 아니면 구하기 힘든 사람이 재간해달라고 했을까요...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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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5 Space Fantasia Anthology 2001 Space Fantasia
호시노 유키노부 글 그림,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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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박스 갖고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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