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세컨즈 1 - 생과 사를 결정짓는 마지막 3초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까? 그 친구, 덮어버려야 한다고요." 

 



 

 2011 인터네셔널 대거상이다. 이 상에 대한 해석은 좀 분분한 편이다. 골든 대거상 수상작과 후보작에 비영미권 작가들의 작품 비율이 많아지자 비영미권 작품은 골든 대거상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만든 상이기 때문이다. 좋게 생각해 보면 인터네셔널 대거상이 그 해의 진정한 대거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을 홀대하고 프랑스 출신의 작가들에게 조금 후하다는 비판도 있기 때문에 역시 읽어보고 판단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이다. (2011년 골든 대거상 수상작인 Crooked letter, Crooked letter는 RHK에서 계약했다는 소식이 있으니 곧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의 공신력이 어떻든간에, 대거라는 이름은 역사가 깊고 나름의 재미는 보장하기 때문에 이 책에 기대를 할 수 밖에는 없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에베트 그렌스' 라는 형사는 60에 가까운 나이에 분노가 힘의 원천인 남자로 투견. 핏불테리어나 흉폭한 롯드와일러를 연상시킨다. 어떻게 하면 일개 경정이 한 나라의 장관급까지 벌벌 떨게 만드는 포스를 갖게 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의 거침없는 행보와 끈질김은 과연 그럴만도 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광신도적인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백미이자 주인공은 경찰의 비밀정보원으로 마약조직에 잠입해 교도소 마약판매루트를 뚫어야 하는 ' 피에트 호프만' 이다. 보통사람으로서의 삶과 마약조직의 엘리트 조직원, 경찰의 유능한 비밀정보원 역할 모두를 완벽하게 해내야하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강인함과,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해 나가며 자신의 최후마저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나가는 치밀함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절반의 스포일러를 흘려보자면, 이 책은 피에트 호프만이 마약조직과 그렌스 경정의 손을 피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내용이 아니다. 그렌스 경정의 추적을 두려워한 경찰 고위급들이 호프만을 잘라내 버린 후,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 하는 혹은 최소한 그들이 바라는 결말은 피해야 하는 호프만의 필사적인 싸움을 그린 이야기다. 그 과정은 처절할 정도로 어둡고 독자로 하여금 울분이 터지게 만든다. 작가 콤비가 조금은 정부나 사회에 대한 불만이 과한 정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프만의 싸움은 처절하고 그로 인한 에베트 그렌스의 분노는 대단하다.

 

 물론 이 책이 지닌 단점도 있다. 호프만이 이야기의 주가 되는 초중반의 에너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중후반부는 다소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거나 (에베트 그렌스의 폭주에도 불구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인물들의 설정이 너무 작가 편한대로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정부관료나 경찰 고위급, 교도소장 같은 인물들은 나약하고 비열한 인물들로 그려지고 말단 교도관이나 말단 경찰들, 젊은 경찰들은 또 반대로 너무 정 붙일 곳이 많다. 불법정보원 시스템과 부패한 사회를 비판하기 위한 메시지는 괜찮지만 그게 너무 노골적이라 쿨하지 못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책 <쓰리 세컨즈>는 조금은 덜 다듬어진 느낌이지만 그 투박함이 고스란히 에너지로 분출되는 어둡고 강한 스릴러이며, 상반기 대작들에게 전혀 꿀리지 않는 재미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독성과 주인공 캐릭터, 그리고 피에트 호프만의 스트레스 가득한 원맨쇼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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