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스터리도 시들한 지금 (누구 마음대로 시들이냐! 하실지도 모르지만) 슬슬 영미권/유럽 미스터리-스릴러 장르로 넘어오려는 분들께 꼭 추천할 만한 카페가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러니의 스릴러 월드 (http://cafe.naver.com/thrillerworld)>라는 곳인데, 꽤 분위기 괜찮은 곳입니다. 정보도 많고요.
거의 모든 장르소설 카페가 그렇듯 연말에는 그 해 가장 재밌었던 혹은 널리 읽혔던 책들을 10권 뽑습니다. 각자의 추천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절대적인 평가는 아니지만 2012년 가장 인기있었던 책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꽤 괜찮은 차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많은 장르소설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게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죠.
좋은 책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묻힌 경향도 큰 것 같습니다.
혹시 2013년, 여유가 생기신다면 잊지 말고 다음 작품들을 틈틈이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스노우맨 /요 네스뵈/ 비채
작년 최고의 흥행작이라고 할 수 있는 <스노우맨>입니다. 노르웨이, 북유럽 뿐만아니라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명실상부한 인터네셔널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이 걸맞는 걸작입니다. 퇴폐형사 '해리 홀레'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작년 베스트 3 안에 들어간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레오파드 /요 네스뵈/ 비채
<스노우맨>의 후속편 격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스노우맨>보다 더 좋은 반응을 받았던 <레오파드>입니다. 보다 더 커진 스케일의 사건과 세계를 누비며 펼쳐지는 해리 홀레의 활약. 전작의 악당 스노우맨이 까메오 출연하기도 하는 반가운 작품.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더 내용이 날렵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던 책이네요. 하지만 한층 업그래이드 된 액션과 박력. 왜 요 네스뵈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지 잘 설명해주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작가 요 네스뵈는 올해 2월에 방한할 계획이 있다고 하네요. 가서 사인받아야지 (두 권 모두)
용서할 수 없는 / 할런 코벤/ 비채
우리나라에 시리즈물을 제외하고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 할런 코벤. 비슷한 패턴의 반전쇼라는 비난을 들으며 (특히 나에게) 고만고만한 스릴러를 쓴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 나왔던 두 권의 책은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으며 '스릴러 4대천왕'의 칭호(그런 게 진짜 있는건가...)를 재확인시켜주었습니다.
사실 <숲>은 아직 읽기 전이지만, <용서할 수 없는> 같은 경우는 제가 유일하게 할런 코벤의 책에 별 다섯을 줬던 기억이 나네요.
숲 / 할런 코벤 / 비채
최근에 나온 할런 코벤의 스릴러 중에 가장 평가가 좋으면서 판매량도 좋은 <숲>입니다.
스탠드얼론 뿐만 아니라, 대표 시리즈도 다시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 읽었더니 쓸 말이 없네요.
탄환의 심판 / 마이클 코넬리 / RHK
'해리 보슈'의 이복동생,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2권, <탄환의 심판>입니다. 전작에서 호되게 당한 속물 변호사는 다시 한 번 재기를 꿈꾸며 자기 덩치보다 큰, 어쩌면 독이 들었을지도 모르는 먹이를 삼키려 애쓰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죠. 거기에 아군인지 적인지 모를 짜증나는 형사 '해리 보슈'까지 등장하면서 미키 할러의 인생이 다시 한 번 꼬여버립니다. 작년 베스트 3에 들어가는 작품. 법정물로도, 스릴러로도 훌륭한 명작입니다.
스틸 미싱 / 체비 스티븐스 / RHK
작년 12월에 나와서 아슬아슬하게 순위에 들어간 <스틸 미싱>.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혹은 데뷔작이기에 가능한 대담함과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수작입니다. 작년 특히나 '여성의 유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었는데, 이 작품만큼 처절함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작품은 없을 것으로...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소설입니다. 순수한 독자로서도 적극 추천!
개의 힘 / 돈 윈슬로 / 황금가지
어떻게 봐도 제게 작년 최고의 장르 소설은 <개의 힘>입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우두머리, '하늘의 왕' 아단 바레라와 그를 파멸시키려고 모든 인생을 건 '국경의 왕' 아트 켈러의 피로 피를 씻는 싸움을 그리는 처절한 싸움의 기록입니다. 두 남자의 긴 싸움을 돈 윈슬로는 결정적인 순간에 최대한의 집중하는 방식으로 한 번의 지루함도 없이 긴장감있게 끌고 갑니다.
답이 안나오는 실제 멕시코의 현실을 적당히 반영하면서도, 소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낸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들의 죄 / 로렌스 블록 / 황금가지
1976년에 나온 이 책은 그 당시 책들이 갖는 낭만과 어느 정도의 투박함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면서도 요즘 책들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재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얇은 분량에 치밀하지 못하다는 평가도 할 수 있겠지만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첫 책으로서 이 작품의 주인공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주기엔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빨리 유명한 <백정들의 미사> 같은 작품들도 다시 나왔으면 좋겠네요.
알렉스 / 피에르 르메르트 / 다산책방
책장에 꽂아두고 아직까지도 읽지 못한 (아 읽고 싶어서 손이 덜덜 떨린다.) 알렉스입니다. 처음에는 야리꾸리한 표지로 판매량이 좋겠거니 부정적인 시선으로 봤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리뷰어들 모두 재밌다고 추천해주시더군요.
작년 가장 주목받았으며 평도 좋았던 매니아와 일반인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책이란 말 같습니다.
네버 룩 어웨이 / 린우드 바클레이 / 해문
이 책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이래저래 말하기 좀 그렇지만, 린우드 바클레이라서 반갑고 해문이라서 더 반가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장르팬들에게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들을 많이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열 권의 책 이외에도 뽑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책들이 많습니다. 얼추 꼽아봐도 최소 다섯 권은 될 것 같은데, 2012년은 장르 소설 카페에서도 왠만한 인지도가 아닌 이상 널리 읽히기 힘들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네요. 그래도 여기 언급된 열 권의 책은 그동안 국내 소개되었던 작품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재미있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