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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괴작보다 더 괴작같으면서도 명품의 기운을 풍기는 책. 나는 그런게 기서라고 생각한다.
(뭔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는 모모 기서들에 대한 고도의 까대기)
그리고 유명작이라고 봐주지 말자고 다짐하며 읽어본 올 해 마지막 대작(?)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은 내 기준에 괴작이자 말이 필요 없는 명작. 즉 기서이다.
사실 대세는 스릴러로 기울어져 가고 있고, 과거의 트릭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본격의 몸부림은 어느샌가 독자들의 높아진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본다. 갖가지 제약 속에서 몇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하는 밀실들과 기상천외한 기계장치,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우기기 식의 설정들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몇작품 안 된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어김없이 동시대의 작품은 물론 과거의 명작의 권위마저도 파괴시킬만한 힘을 갖고 있다.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은 골치 아프게 무대를 한정짓거나 구차하게 속이는 짓은 하지 않고, 대놓고 시체가 되살아 날 수 있다고 우기고 들어간다. 이 우기기가 책의 말미나 중간에 들어간다면 정말로 웃기는 책이 되었겠지만... 너무나 당연한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고우스케라도 등장해서 "저는 사실 시체가 살아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 한다면 정말 재미있겠지. 아무튼.
시체가 되살아난다.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면, 놀랍게도 그로 인한 문제들과 던져진 문제에 대한 호기심으로 재미가 풍부해 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현실의 벽을 파괴해 버린 대신 그로 인해 신선한 공기와 (물론 시체 냄새가 조금 섞인) 새로운 도전정신이 뒤섞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덕에 언젠가부터 잃어버린 본격의 묘미, 머리 굴려가면서 범인 쫒기는 시체들과 함께 되살아 나는 것이다. 더불어 죽었다고 해서 용의자가 줄어드는 일은 없기 때문에 최초의 찍기방지용 추리소설이라고 볼수도 있겠다.
물론, 몇가지 독자가 알 수 없는 단서로 인한 추리는 안타까움으로 남긴하지만, 그런 점들은 이 책이 주는 재미에 비하면 애교 수준으로 넘길만하고 또 나머지 부분들은 만족스러운 트릭이라고 여겨져서 크게 신경쓰고 싶지 않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리스트를 몇번이고 읽으며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도, 이게 도대체 뭔 책이란 말이냐! 하시면서 집어든 분들에게도,
읽는 재미, 노는 재미, 황당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좋은 기서라고 부르고 싶다.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