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는 대낮이었는데 내가 침대에 누워서 프랑스어 동사 에트르‘를 머릿속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인칭, 시제, 격에 따라 활용했다. 두번째로 깼을 때도 침대 위였고 만약 그가 나에게 접근하는 것만으로 이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서 벗어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로 깼을 때는 프루스트가나오는 꿈인지 악몽인지를 꾸다가 깬 거였고, 꿈속에서 프루스트는 뭔가 구린 데가 있는 현대 작가로 세기말 작가인척하다 고소를 당했는데 고소한 사람이 나인 것 같았다. 그때 다시 잠이 들었고 마지막으로 깼을 때는(이렇게 설핏 깼다 다시 까무룩 잠들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완전히 깼을때는) 이제 고비를 넘겼고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들었다. 어떻게 알았냐면 프레이 벤토스® 때문이었다. 머릿속에 프레이 벤토스 스테이크앤드키드니 파이의 환상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찬장에서 통조림을 꺼내 뚜껑을 따고 오분에 넣었다. 다음에 접시, 나이프, 포크, 차 한잔을 상에 차렸다. 침대에 누워 상상만 하는데도 파이 냄새 때문에 입에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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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는 ‘세상에 나보다 더 고통 받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감사드려야지‘는 있을 수가 없었다. 나로서도 아빠 생각이 어디가 틀렸는지 알 수 없었다. 삶은 당연히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으니 말이다. 삶이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야 할 테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하지 않다. 또 이 평범한세상, 이 작은 인간 세상에 사는 우리는 우리가 받은 축복을헤아리지도 않고 상대적인 것 대신 영원한 것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사람마다 민감한 정도가 다르고 공동체의 역사를 함께 겪어왔다 하더라도 개인적 삶의 이력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도화선이 되는 일을 다른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대적이고 순간적인 지평에서 날것인 삶과 그 삶에 대한 불완전한 정신적 반응이 일어난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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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거지?‘를 제외한 나머지 의문들은 나중에야 생각났다. 한시간 뒤에 생각난 것도 아니고스무해 뒤에 생각났다. 그때, 열여덟살 때, 나는 일촉즉발인사회에서 자랐고 이곳에서는 신체 폭력이 없는 한, 명백한언어적 모욕이 가해지지 않는 한, 눈앞에서 조롱당하지 않는 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는 게 기본 원칙이었으니, 그러니 일어나지 않은 일에 피해를 당했다고 할 수도없었다. 열여덟살 때 나는 개인공간 침해라는 게 뭔지 몰랐다. 불편한 느낌은 있었다. 직감이나 어떤 상황 또는 사람에대한 반감은 있었지만 직감과 반감이 중요하다는 것은 몰랐고 누군가가 접근하는 것을 꺼리거나 거부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때는 누가 친절과 애정을 베푼답시고 다가오면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빨리 가버리기를 속으로 빌거나 가능한 순간이 오면 내가 얼른 예의 바르게 자리를 뜨는 게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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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마음(생각)과 몸(존재 혹은 감각)의 분리를 말한 철학자(데카르트)않는다" 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다음처럼 설명했다. "직감과 직관,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나타난다. 말이나 숫자는이것의 표현수단에 불과하다." 이것은 수학이나 형식논리학이 아인슈타인에게 부차적인 수단이었음을 말해준다. "기존의 말이나 다른 기호들(추측컨대 수학적인 것들)은 이차적인 것들이다. 심상이 먼저나타나서 내가 그것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된 다음에야 말이나 기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자는 공식으로 사고하지과학자들은 수학적 언어로 사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만의 직데 어우러져야 하고 지성과 통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상상력 넘치는 통찰을 낳을 수 있다. 실제로 생각과 감정, 느낌 사이의 연관성은데카르트의 오류 Descartes Error)라는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관적인 통찰을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 표현해야 한다. 매클린턱은 이렇게 말한다. "과학적 방법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직관적으로 알아낸 어떤 것을 과학의 틀 속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도 직관적으로 깨달은 후에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2단계 과정을 거친다고 말하며 매클린턱의 의견에 동의한다.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먼 Richard Feynman* 역시 "수학은 우리가 본질이라고 이해한것을 ‘표현‘하는 형식일 뿐이지 이해의 내용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있다. 직관적으로 문제를 보고 느꼈던 그는 "내가 문제를 푸는 과정들을 보면 수학으로 해결하기 전에 어떤 그림 같은 것이 눈앞에 계속 나타나서 시간이 흐를수록 정교해졌다" 라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과장된 것이다. 창조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첫째, ‘느낀다‘는것이다. 이해하려는 욕구는 반드시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느낌과 한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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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는 파스콸레에게서 얻은 빈약한 정보를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으며 체계화했다. 이런 식으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동네에서느낄 수 있었던 추상적인 긴장감에 구체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익숙한 얼굴을 접합시켰다. 파시즘, 나치즘, 전쟁, 연합군, 왕정과 공화정같은 개념들을 동네의 길, 건물, 사람들, 돈 아킬레와 검은 가방으로상징되는 암시장, 공산당 알프레도 펠루소, 마피아 출신의 솔라라네증조부, 마르첼로와 미켈레 형제보다도 뼛속까지 파시스트인 그들의 아버지 실비오 솔라라, 그녀의 아버지인 구두수선공 페르난도그리고 내 아버지와 결부시켰다. 어두운 죄악으로 골수까지 오염된 이들은 모두 그녀의 눈에 냉혹한 범죄자나 아니면 고작 빵 부스러기때문에 범죄자에게 협조한 공범자들로 비춰졌다. 릴라와 파스콸레는 나를 그 끔찍한 세계로 이끌고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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