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는 대낮이었는데 내가 침대에 누워서 프랑스어 동사 에트르‘를 머릿속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인칭, 시제, 격에 따라 활용했다. 두번째로 깼을 때도 침대 위였고 만약 그가 나에게 접근하는 것만으로 이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서 벗어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로 깼을 때는 프루스트가나오는 꿈인지 악몽인지를 꾸다가 깬 거였고, 꿈속에서 프루스트는 뭔가 구린 데가 있는 현대 작가로 세기말 작가인척하다 고소를 당했는데 고소한 사람이 나인 것 같았다. 그때 다시 잠이 들었고 마지막으로 깼을 때는(이렇게 설핏 깼다 다시 까무룩 잠들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완전히 깼을때는) 이제 고비를 넘겼고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들었다. 어떻게 알았냐면 프레이 벤토스® 때문이었다. 머릿속에 프레이 벤토스 스테이크앤드키드니 파이의 환상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찬장에서 통조림을 꺼내 뚜껑을 따고 오분에 넣었다. 다음에 접시, 나이프, 포크, 차 한잔을 상에 차렸다. 침대에 누워 상상만 하는데도 파이 냄새 때문에 입에 - P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