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난 거지?‘를 제외한 나머지 의문들은 나중에야 생각났다. 한시간 뒤에 생각난 것도 아니고스무해 뒤에 생각났다. 그때, 열여덟살 때, 나는 일촉즉발인사회에서 자랐고 이곳에서는 신체 폭력이 없는 한, 명백한언어적 모욕이 가해지지 않는 한, 눈앞에서 조롱당하지 않는 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는 게 기본 원칙이었으니, 그러니 일어나지 않은 일에 피해를 당했다고 할 수도없었다. 열여덟살 때 나는 개인공간 침해라는 게 뭔지 몰랐다. 불편한 느낌은 있었다. 직감이나 어떤 상황 또는 사람에대한 반감은 있었지만 직감과 반감이 중요하다는 것은 몰랐고 누군가가 접근하는 것을 꺼리거나 거부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때는 누가 친절과 애정을 베푼답시고 다가오면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빨리 가버리기를 속으로 빌거나 가능한 순간이 오면 내가 얼른 예의 바르게 자리를 뜨는 게 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