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 - 사람을 통해 성공과 부의 확률을 높이는 인적 레버리지
부르르(Brr) 지음 / 와이즈베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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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맥, 인적 네트워크, 인적 레버리지의 중요성에 관해 말하는 책이다. 유튜버이자 은행원인 저자는 성공한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면서 인적 네트워크가 그들의 큰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인맥이나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목적을 가지고 대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싫다는 이들도 있고, 능력이 아닌 인맥을 이용해 중요한 일을 해결하거나 이득을 취하는 게 싫다는 이들도 있다. 물론 인맥으로 부당한 이득을 보거나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 일은 당연히 옳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거나, 다른 사람을 설득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건 개인의 능력이라 할 영역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내용들은 보통 3장에 있었다. 3장의 소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무작정 찾아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메일부터 보낸 결과', '거절당했다고 그만 포기할 것인가', '너무 열심히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3장의 내용을 간단히 줄이자면 '일단 하자' 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렇다. 이건 어떨지 저건 어떨지, 이렇게 했다가 나중에 안 좋은 결과가 생기지는 않을지, 미리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는지, 수도 없이 고민하고 나서야 발을 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뭐든 해야 뭐가 된다.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일단 찾아가 만나고, 책을 쓰고 싶다면 일단 책을 쓴 뒤에 출판사에 메일이라도 보내고, 공연을 하고 싶으면 공연기획사나 공연장에 연락을 해야 한다. 물론 고민하거나 준비하는 것 자체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지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3장은 바로 그 내용을 이야기한다. 저자 역시 이 책을 내기 위해 수많은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특히 거절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부분이 좋았다. 거절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한 번의 거절도 경험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5장에서는 사람을 만나고 인적 레버리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들에 관해 말한다. 너무 길게 생각하다 타이밍 놓치기,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상대방을 원망하기, 남을 무작정 맹목적으로 믿기, 조바심 내다가 판단 그르치기, 후회하기 싫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 누구나 빠지기 쉬운 함정이지만 확실히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나는 후회하기 싫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걸 후회한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많이 공감했다.

인맥을 쌓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별 뜻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인간관계뿐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태도에 관해 생각해 볼 만한 지점들을 던져 주는 책이었다.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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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홀리 그라마치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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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3년 사귄 애인이 생겨 있으면 좋겠다, 그런 말이 인터넷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대충 풀어 설명하자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서로 알아가고 잘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 없이, 이미 서로에게 익숙해진 상태의 파트너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의 주인공 로렌은 어느 날 갑자기 그와 비슷한 일을 겪게 된다. 다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애인 정도가 아니라 남편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다.

로렌은 친구들과의 즐거운 한때를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왔다가 자신의 남편 마이클을 마주친다. 문제는 그녀는 결혼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기억에 없는 남편이 자신의 집에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이 되어 있다. 로렌의 핸드폰 앨범에는 남편과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들이 가득하다. 주변인들 역시 모두 남편에 관해 알고 있다. 집 안에도 남편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당황한 채 필사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는 로렌에 비해 남편은 태연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남편은 다락방의 전구를 갈겠다며 다락으로 올라가 버리는데, 잠시 후 다락에서 내려온 건 다른 남자다. 제목처럼 로렌의 집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저런 조사와 실험 끝에 로렌은 자신의 다락방이 남편을 배출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겨우 받아들인다. 이미 존재하는 남편이 다락방에 올라갈 경우, 남편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내려온다. 바뀐 남편에 따라 로렌 자신의 직업, 외모, 집 안 풍경, 주변인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변화한다. 로렌은 남편을 바꾸며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는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남편을 억지로 다락으로 올려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기도 한다. 모처럼 사랑에 빠질 만한 남편을 찾았는데, 실수로 그가 다락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지 못하고 그는 로렌의 삶에서 사라져 버린다.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로렌의 수많은 남편들도 그렇다. 로렌은 남편에 관해, 혹은 남편 때문에 바뀐 주변 상황에 관해 견디기 힘든 단점을 발견하면 남편을 다락방으로 올려보내고 삶을 리셋한다. 정착해서 살아갈 만한 파트너를 찾으려 하지만 좀처럼 잘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로렌의 다락방이 있는 집을 에어비앤비로 줘 버리고 으리으리한 대저택에 사는 남편을 만나거나, 이혼 직전이라 별거하기로 한 남편 등등을 만나며 남편을 다락방으로 올려보내는 것도 항상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따라 남편을 바꾸기 위한 로렌의 행동은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게 된다.

그래서 로렌이 결국 어떤 선택을 했는지,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에 관해서는 쓰지 않겠다. 다만 주어진 것들을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게 그리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언제든 바꿔버릴 수 있게 되자 로렌은 남편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더 나아가 자신의 삶에 대해 점점 성의를 잃어 간다. 뭔가 잘못된다 해도 다시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없애 버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하고 이상적인 상황 같은 건 오지 않고, 무책임한 행동들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메시지와 별개로 소설 내용 자체는 쉽고 재미있게 읽혔다. 다음에는 어떤 남편을 만나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특이한 남편의 등장으로 우스꽝스러운 전개로 흘러갈 때면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가끔 로렌이 잘 되기를 바라는 남자가 있으면, 과연 어떻게 될지 이루어지긴 할지 기대하면서 읽게 되었다. 결말의 경우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데, 나는 이게 맞는 방향이라고 느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은근히 고민해 볼 만한 점들이 있는 소설이었다. 비일상적인 요소가 들어간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킬링타임용 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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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 찢어진 티셔츠 한 벌만 가진 그녀는 어떻게 CEO가 되었을까
매들린 펜들턴 지음, 김미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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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의 프롤로그는 조금 생소한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마치 소설 같다. 커피와 함께하는 아침, 저자의 개 모독, 남자친구인 드루와의 편안한 일상을 회상하는 저자. 잔잔하고 평온해 보이는 하루는 드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점점 불길한 분위기로 흘러가는데, 결국 드루는 권총 자살을 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사업체를 경영하던 드루는 돈 문제를 겪고 있었고, 저자는 드루의 죽음을 '자본주의가 집어삼킨' 것이라 표현한다. 프롤로그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저자가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들을 했는지가 펼쳐진다.

저자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십대 때부터 안정된 거주지 없이 여기저기를 전전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학교 성적은 좋았지만 그 좋은 성적으로 어떤 미래를 계획해야 하는지 도움을 줄 어른이 주변에 없었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경제적으로 암울했던 어린 시절, 슬럼가나 다름없었던 고향에서 저자가 탈출한 과정, 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사고 사업체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물론 프롤로그에서 죽은 남자친구 드루와의 로맨스와 그가 죽기까지의 과정도 실려 있다. 저자의 성장기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의 사업체, 빈티지 의류 기업인 '터널비전'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자가 한 명의 직원과 함께 둘이서 회사를 경영할 때부터 고수했던 원칙이 있다. 그건 바로 모두가 공정하게 급여를 받는다는 것이다. 경영자인 저자는 주 5일 일했고, 다른 직원인 카밀라는 주 4일 일했다. 그래서 결과값만 보면 저자의 급여가 카밀라의 급여보다 많았지만, 저자와 카밀라의 1일 노동량에 산정되는 급여는 같았다. 사업체가 점점 커지고 직원이 늘어난 뒤에도 저자는 자신이 경영자라는 이유로 남들보다 더 많은 급여를 가져가지 않았다. 이런 사업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신기하다고 느껴졌는데, 저자는 이렇게 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 사람이 꼭대기에 돈을 쌓아두지 않을 때 추가적인 현금 흐름이 얼마나 확보되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받는 돈을 줄이고 자신이 더 많은 돈을 가져간다.

터널비전에서 놀라운 점은 급여 산정 방식뿐이 아니다. 터널비전은 주 4일 근무제와 무제한 유급휴가제를 도입했다. 무제한 유급휴가란 말 그대로, 직원이 아프거나, 정신 건강을 위해 쉬고 싶거나, 휴가를 떠나고 싶을 때 등등 쉬고 싶을 때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방침이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터널비전에서는 현실이다. 저자는 주 4일제와 무제한 유급휴가 두 가지 모두 결과적으로는 공동체의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누군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집에서 쉬는 대신 사무실 본인의 자리에서 짜증을 부리거나 분위기를 흐리면 다른 직원 모두에게도 악영향이 간다는 것이다.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몫을 하면 된다. 누군가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하면 다른 직원이 그를 도울 텐데, 돕는 직원 역시 자신이 쉬고 싶을 때는 다른 직원이 자신을 도울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불만을 품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책을 읽으며 저자가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황을 더 낫게 바꾸기 위해서는 항상 과감한 선택을 했다. 부모로부터 거의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한 저자가 이런 성공을 거두기까지 운 역시 중요했겠지만, 과감한 결단력과 적극성 역시 아주 중요하게 작용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챕터 중간중간에 빚을 관리하는 법, 자동차를 살 때 신경써야 할 것, 집을 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이 실려 있지만 아무래도 저자가 미국인이므로 한국인 독자에게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래도 그런 방법들을 얻기까지 저자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빚이나 집을 대하는 저자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어떤지 정도는 참고가 되었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이 책의 내용이나 저자의 방향성에 관해 다소 오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책에도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 흔히 소개되는 방법들(이를테면 위에 쓴 것처럼 직원들을 착취하고 본인이 더 큰 돈을 버는 것과 같은)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긴 하다. 저자가 거기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지만 말이다. 저자는 정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이제 본인이 살아남는 걸 넘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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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너에게 - 나를 깨닫는 일기 쓰기의 힘
고가 후미타케 지음, 나라노 그림, 권영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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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는 숙제 때문에 의무적으로 일기를 써야 했다. 저학년 시기에는 그림일기, 조금 학년이 올라간 뒤에는 줄글 일기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 쓰는 걸 그렇게 싫어하는 학생도 아니었는데 일기 숙제는 유독 별로였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너에게>는 일기 쓰기에 대한 책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문어도리'가 사는 바닷 속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문어도리는 학교에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청소년이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는 없고, 때로는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문어도리는 그런 상황을 참다못해 어느 날 학교를 지나쳐 공원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소라게 아저씨를 만나 일기 쓰는 법에 대해 배워 간다.

어릴 때도 일기를 썼고 커서도 이따금 종이나 블로그에 일기를 써 본 사람으로서 공감하게 되었던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일기가 단지 사실을 건조하게 나열하는 데 그치거나, 모든 내용을 너무 단순하게 뭉뚱그려 쓰게 된다는 것이었다. 과연 어릴 때 일기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요약되었던 것 같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맛있었다. 나가서 놀고 점심 먹고 TV 보다가 저녁 먹고 잤다. 참 재미있었다." 책에서는 이런 일기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사고하지 않아서라고 설명한다. 아침 식사가 맛있었다면 뭐가 맛있었는지, 왜 그게 맛있다고 느꼈는지, 참 재미있었다면 특히 어떤 점이 재미있었는지, 재미있는 하루를 겪으면서 내가 뭘 느꼈는지 깊이 사고하지 않고 일기를 쓰면 이렇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일기를 쓸 때뿐 아니라 말을 할 때도 쉽게 겪는 일이다. 관성적으로 쓰는 표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말들이 늘 있다.

일기에 불평불만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놓으면서 오히려 좋지 않은 감정을 떨쳐내지 못하게 되기 쉽다는 내용 역시 공감이 갔다. 글을 쓰면서 기분이 후련해질 줄 알았는데, 계속 좋지 않은 감정을 곱씹게 되는 일이 꽤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느낀 부정적인 감정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라게 아저씨의 대사를 빌리자면 이렇다.

"지금 드는 부정적인 감정을 이미 지나간 과거의 감정으로 바꾸는 거야."

"...다른 사람 험담을 쓰고 싶을 땐 참지 말고 써도 괜찮아. 단, 과거형으로. '날치나는 진짜 재수 없어.' 라고 쓰지 말고 '날치나는 진짜 재수 없어, 라고 생각했다'라고 쓰는 거지. 마치 이미 해결된 것처럼."

간단하게 보이지만 스스로가 느낀 감정과 거리를 둠으로써 그 감정에 대해 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에 이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것과 해결할 수 없는 것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하라는 부분도 아주 유용하게 느껴졌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괴로워해도 달라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문어도리는 일기를 꾸준히 쓰고, 사이가 멀어졌던 옛 친구와도 다시 연이 닿게 되고, 자신이 마주했던 문제들을 하나 둘 풀어나가게 된다. 문어도리와 함께 독자인 나 또한 성장하게 된 느낌이었다. 한동안 블로그에 일기를 쓰다가 귀찮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쓰지 않았는데,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너에게>는 다시 일기를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어린이들, 청소년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지만 학부모, 교사, 그냥 일기 쓰는 법을 다시 익히고 싶은 성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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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 윙
레베카 야로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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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함께 자랐다. 나와 함께 나이를 먹는 주인공들, 환상적인 배경과 도사리는 위험, 가지각색의 마법, 인물들의 우정과 사랑 같은 요소들은 당시 내 또래라면 좋아하지 않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나서는 헝거 게임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다. 지금은 저 두 시리즈를 한창 즐기던 시절에 비해 많이 어른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판타지와 로맨스, 드래곤과 마법, 음모와 혁명 같은 것들은 내 가슴을 뛰게 하기 충분하다. 600페이지가 넘는 <포스 윙>을 하루 만에 다 읽어 버렸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다.

<포스 윙>은 주인공 바이올렛이 바스지아스 군사학교라는 곳에 입학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학생들은 힐러 분과, 서기 분과, 보병 분과, 그리고 라이더 분과로 나뉘게 된다. 바이올렛은 원래 어렸을 때부터 서기 분과에 입학할 생각으로 살아왔으나, 모종의 이유로 가장 위험한 라이더 분과에 가게 된다. 라이더 분과의 학생들은 드래곤을 타고 적들과 싸우는 드래곤 라이더를 목표로 훈련하게 된다. 작중의 설정에 따르면 수많은 학생들이 드래곤 라이더가 되기도 전에 입학 시험 중, 훈련을 받다가, 대련을 하다가, 혹은 드래곤에게 죽어 나간다. 신체적으로 작고 약한 바이올렛은 자기만의 무기를 이용해 각종 시련들을 열심히 돌파해 나간다.

로맨스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그 상대로 먼저 바이올렛의 소꿉친구였던 데인이 있다. 데인과 바이올렛은 당연하다는 듯 같이 자랐고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이로 묘사된다. 그랬던 데인이 학교에서는 바이올렛의 상급생이다. 데인은 바이올렛을 지켜 주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바이올렛이 잘 아는 친구로서의 모습과 멋진 상급생으로서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 준다.

다른 상대로 제이든이 있는데, 제이든은 전형적인 '위험한 남자' 유형이다. 바이올렛과 제이든의 가족은 서로 악연으로 얽힌 사이로, 바이올렛의 언니인 미라는 바이올렛에게 제이든을 조심하라고 경고하기까지 한다. 실제로 제이든은 바이올렛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나쁜 남자에게 빠져드는 여주인공의 루트를 충실히 따라간다. 제이든과 바이올렛은 사사건건 부딪치며 더 깊이 엮이게 된다.

<포스 윙>은 600페이지가 훨씬 넘는 책이지만 금방 읽을 수 있다. 읽다 보면 뒷 내용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면서도 궁금해진다. 바이올렛이 입학 시험을 어떻게 이겨낼지, 어떤 드래곤에게 선택을 받을지, 데인, 그리고 제이든과의 관계에서는 어떻게 행동할지, 이 모든 인물들을 아우르는 세계의 거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굴러갈지... 수많은 떡밥과 복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한데 맞물려 책을 놓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이야기를 가장 흥미롭게 만드는 건 제이든의 존재다. 제이든은 처음부터 아주 매력적인 남자로 묘사되지만, 바이올렛은 그에게 강하게 끌리면서도 그를 믿어도 되는지 좀처럼 확신하지 못한다. 제이든은 작중 '반역자' 였던 자들의 자녀 중 하나로(반전이 아니라 소설 매우 초반부에 언급되는 부분이다), 장군의 딸인 바이올렛(이것도 소설 매우 초반부에 언급된다)이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인물이다. 독자 역시 제이든을 둘러싼 비밀이 언제쯤 어떤 형식으로 밝혀질지 긴장하면서 읽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는 언제 다음 권이 출간될지에 관해 벌써 궁금해졌다. 간만에 학생 시절로 돌아가서 낯선 세계에 흠뻑 빠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영상화가 되면 어떤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드래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는 맛' 일지 모르지만, <포스 윙>은 아는 맛이어도 맛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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