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선생님, 라일라 그리어 바람그림책 150
안드레아 비티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김혜진 옮김 / 천개의바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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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은 걱정이 많다. 태어날 때부터 걱정이 많다. 걱정이 많은건 타고난 기질이라는 걸 말해주는 듯하다. 새로운 환경에 무척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편인 나로서는 매우 공감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만 익숙한 곳을 벗어나 도시로 이사를 가고 그곳에서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당연히 온갖 걱정이 넘쳐날 수 밖에 없다. 과연 걱정 많은 라일라는 어떻게 학교에 다닐까? 그리고 제목이 ‘올해의 선생님, 라일라 그리어’ 인데 라일라가 어떻게 올해의 선생님이 되었을까? 걱정 많은 아이와 선생님이라는 조합이 잘 어울리지 않아 보여 책 내용을 더 궁금하게 만든다. 

  새로운 환경과의 만남,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새로운 상황과의 만남을 앞두면 설레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불안을 느낀다. 처음 부모와 떨어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갈 때도 한동안 벌어지는 일이 문 앞에서 울며 매달리는 아이와 그 아이를 보며 눈물짓는 부모의 모습이다. 그때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보다 많은 불안이 다가오면 한동안 분리불안을 겪기도 한다. 가끔 초등 저학년 학부모들이 복도에서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거나 보호자가 교실 복도에서 서성이는 걸 볼 때가 있다. 아이의 분리불안이 아직 남아 있어 학교까지는 왔는데 교실 입실 자체를 못 하거나 보호자가 밖에 있을 때만 교실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본 사례는 2학년까지였는데 더 높은 학년까지도 그러는 경우가 있을지 궁금하다. 

  누군가가 불안함을 가졌을 때 그것을 눈치채고 적절하게 도와주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적절하게다. 가르치듯이나 다그치듯이 불안을 제거시키려 하면 오히려 더 불안 증세가 강해질 수 있다. 라일라에게 그런 존재가 나타났을까? 어떤 방법으로 라일라의 걱정들을 줄여줬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만약에’ 놀이를 해봤으면 좋겠다. 걱정스러운 상황으로 생각해보는 ‘만약에’는 우리를 한없이 불안하게 만들지만 설레는 상황으로 생각해보는 ‘만약에’는 새로운 꿈을 가지게도 한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거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 일을 걱정하는 대신 설레는 ‘만약에’를 떠올려본다면 새로운 만남이 좀 덜 두렵지 않을까? 새로운 학년의 시작이다. 라일라의 걱정과 그 걱정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함께 만나보며 좀 더 마음을 펴고 새 학년을 열어보면 좋겠다. 

#초그신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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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에게 일어난 일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림책봄 27
곽민수 지음, 김도아 그림 / 봄개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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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재판에서 첫 승소 판결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재판 결과에 오히려 더 많이 화가 났다. 피해자들이 20여 년을 고통 속에 산 것에 비해 살균제를 판 회사들의 형량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모든게 돈으로 치환되는 세상 논리에서 이미 폐가 딱딱해져 죽은 사람, 평생을 산소호흡기를 끌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억울함과 눈물은 제대로 보상받을 길이 있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또또에게 일어난 일》 그림책도 그런 인간의 나쁜 욕심이 가져온 실제 사건이 중심 이야기다. 작가님의 실제 이야기이기도 하단다. 벌써 또또를 떠나보낸 지 20여 년이 되어가는데 이제야 이 그림책을 쓰게 된 건 아직 가족으로 함께 산 또또를 보낸 슬픔이 그 긴 세월로도 치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슬픈 이야기인데도 그림이 참 따뜻하다. 작가님이 또또를 그렇게 기억하고 싶은 마음을 그림 작가가 잘 읽어냈구나 싶다. 충분히 자극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표현하지 않아 오히려 마음이 더 안쓰러워진다. 책의 마지막에 화자가 또또를 오래오래 기억할 거라고 하며 또또와 겨울에 놀았을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장면이 나온다.
기억! 살아남은 자들이 해야 할, 또 할 수 있는 일이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과연 만들어질까? 아니면 정말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아올까? 이 엄동설한에 유가족들은 국회와 용산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만 배가 넘는 절을 하며 간절히 특별법 제정을 바라고 있다. 함께 땅바닥에 몸을 엎드리지도, 함께 절을 해드리지 못해도 우린 그 사건과 그분들의 간절함을 기억해야 한다.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현장을 지날때마다 과잉진압으로 죽은 철거민들을 기억해야 하고, 노란 리본을 계속 달며 아직 해결이 안된 세월호도 기억해야 한다.
이 그림책은 그 기억을 말하는 그림책이다.
#초그신서평단
#또또에게일어난일
#곽민수_김도아
#봄개울
#기억#생명#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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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애벌레를 싫어한 왕자 작은별밭그림책 13
황이원 지음, 박지민 옮김 / 섬드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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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하긴 쉬워도 되돌리긴 어렵다>

이 책을 2,3년 전에 읽었다면 그냥 한 권의 그림책 정도로 여겼을 거다. 하지만 2024년 1월이라는 시점에서 읽으니 책을 그냥 넘길 수가 없을만큼 마음이 무겁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작가 이름이 황이원이라 우리나라 사람일까 생각했는데 옮긴이가 있어 의아했다. 그런데 책 날개에도 작가 소개가 없어 책을 다 읽고 살펴보니 대만 작가다. 국적을 알고 나니 대만 작가이기에 쓸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대만과 우리나라만큼 복잡한 역사와 상황 속에 놓인 나라도 없으니까. 어린이책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위험하거나 불편할 수 있겠지만 삶의 어느 한 순간도 정치에 영향받지 않는 것이 없기에 보이는대로 볼 수밖에 없다.
초록 애벌레를 싫어하는 한 나라의 왕자가 8살 생일에 받고 싶은 생일 선물을 묻자 초록색이 모두 사라지길 바란다고 한다. 그런데 신하들의 모습이 가관이다. 그런 왕자의 소원이 가져올 문제점은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왕자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방법만 제시한다.
초록을 모두 없앨 수 있나? 그럼 수목도, 생명체도, 누군가의 취향도 모두 사라져야 하는데 그 나라는 그 놀라운 일을 해낸다. 이 나라는 어떻게 되고, 이 왕자는 무사히 이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될 수 있을까?
내용은 이토록 어마무시하지만 그림체는 그냥 초등 2,3학년 아이들의 크레파스화 같다. 그래서 더욱 이 내용이 철없는 아이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그 취향을 떠받든 어른들이 가져온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크레파스로 알록달록 색칠하듯 자기 마음대로 다른 존재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모습이 얼마나 무지몽매한 것인지.
왕자는 모른다. 그냥 초록애벌레만 안 보이면 좋은 거다. 마치 독재자들이 자기가 불편한 것들만 치워지면 세상이 잘 돌아간다고 느끼는 것처럼.
이 책의 겉싸개 안쪽엔 책을 매개로 활동할 수 있는 활동 내용이 들어있다. 보통 도서관에서 그림책 보관이 어려워 겉싸개를 만드는 것을 꺼려 하는데 활동 방법까지 넣은 겉싸개를 만든 출판사의 정성과 마음이 느껴진다. 그곳에 어른에게 당부하는 말이 이렇게 씌어져 있다.
‘금지에 대한 토론은 놀랍고도 자극적인 주제입니다. 서로의 이익과 가치관이 관련돼 있어 잏관계가 쉽게 충돌되고 감정을 다칠 수 있지요. 하지만 시민의 권리와 의무로 결정하는 모든 일들이 다 그렇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런 주제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듣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런 과정은 아이들이 소통 능력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정말 공감되는 말이다. 이 책에서도 약물로든, 강제적인 조처로든 초록색을 사라지게 하기는 쉬웠다. 하지만 왕국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려면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다. 부디 우리나라와 이 세상도 소수 몇몇의 취향에 맞추느라 지켜야 할 것들을 함부로 없애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되돌아올 수 있는 길을 남겨 놓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림책 한 권을 읽고 이렇게 간절해질 줄은 몰랐다.
#초그신서평단
#책제목_초록애벌레를_싫어한_왕자
#작가_황이원
#번역가_박지민
#출판사_작은별밭
#주제어_금지와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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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는 망고 나무를 사랑해!
사르탁 신하 지음, 강수진 옮김 / 찰리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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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사람을 쓸모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교육부 이름이 교육인적자원부였던 적도 있고, 현재 다른 나라까지 걱정하는 우리나라의 저출생 요인 중엔 지나친 입시 경쟁이 자리한다. 좋은 대학을 가지 않으면 쓸모 없는 사람이 될 거라는 불안이 우리나라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고 이젠 그 마저도 의대가 아니면 쓸모가 없다며 수능을 세 번, 네 번씩 치는 아이들도 있다.
쓸모. 무엇이 쓸모인가? 여기 열매가 열리지 않는 망고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럼 이 나무는 쓸모를 다한 것인가? 그 나무의 열매를 정말 좋아했던 파라는 나무의 쓸모를 되살리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노래도 불러 주고, 우유도 부어주어 보지만 망고나무는 더 이상 열매를 맺지 않는다. 그런데 열매가 맺지 않는 이유나 열매를 다시 맺게 할 방법을 물어봐도 할아버진 계속 다른 일이 바쁘다며 답을 주지 않으신다.
파라는 과연 할아버지 뒷마당에 있는 이 커다란 망고나무의 열매를 다시 맛보게 될까? 그리고 할아버지는 애타는 손녀의 질문엔 답하지 않으시고 무슨 일로 바쁘실까? 이 해답은 책을 펴 보면 알게된다.
쓸모 대신 존재가 더 중요한 우리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나에게 필요해서 누군가를 만나는게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누군가(사람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무생물이든)를 있는 그대로 대하는 태도를 지니면 좋겠다. 그러면 그때는 또 얼마나 다르고 풍성한 만남이 되겠는가?
내용도 좋지만 파라의 표정 변화와 능청맞은 할아버지 모습 등이 풍성한 나무 모습과 함께 어우리는 이 책은 참 사랑스럽다.
#초그신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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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가나다라
이달 지음, 강혜숙 그림, 김성미 꾸밈 / 달달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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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모음 관련 그림책이 많다. 주로 자음 관련 그림책이 많지만 요즘은 점차 모음 관련 그림책들도 늘고 있어 반갑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그림책은 자음과 모음이 함께 춤을 추는 그림책이다. 자음 세계에서도 나름 변신이 가능한 ㄱ이지만 다른 자음들은 도통 관심을 주지 않는다. 자음들은 워낙 반듯반듯한 사각형에 가까운 몸 형태라 자유롭게 놀기가 편치 않아 보이기도 한다.
심심했던 ㄱ은 더 재미있는 친구들을 찾아 떠나가보기로 한다. 가는 도중에 듣게 된 음악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처음 보는 길쭉길쭉한 아이들이 춤을 추며 놀고 있다. 자기들을 모음이라고 한다. 그들과 놀다보니 ㄱ은 몸 색도 바뀐다. ㄱ은 이런 즐거움을 자음 친구들에게도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그리고 그 결과는?
<춤추는 가나다라> 라는 책을 읽어보면 심심했던 ㄱ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알 수 있다. 자음과 모음들의 만남과 흥겨운 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말의 제자원리를 알게 되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냥 글자를 익히는 도구가 되는 그림책이 아니라 만남의 기쁨과 음악적 즐거움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이 책이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대한민국 학생들과 처음 우리 말을 배우는 모든 한글학교 입학생 손에 들려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모두 같이 이 책을 쓴 이달 작가와 함께 모음춤을 플래시몹처럼 춰보는건 어떨까? 생각만해도 신난다.
#초그신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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