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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 모두 다르지만, 변함없는 31명의 이야기 ㅣ 밝은미래 그림책 60
엘렌 델포르주 지음, 캉탱 그레방 그림, 권지현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9월
평점 :
《아빠 ~ 모두 다르지만 변함없는 31명의 이야기》
몇 년 전 ‘엄마, 다르지만 똑같은 31명의 여자 이야기’를 공감과 감동을 느끼며 읽었다. 그래서 이번에 ‘아빠, 모두 다르지만 변함없는 31명 이야기’가 무척 기대되었다. ‘엄마’ 책과 같은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펼쳐가는 31명의 아빠 이야기는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를지 궁금하기도 했다.
엄마는 몸 속에서 아기를 10달 동안 키우고 산고를 겪으며 아이를 낳기 때문에 아이와의 관계가 훨씬 직접적이고 낳은 후에도 아이의 돌봄을 대부분 담당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관계가 밀접하지만 아무래도 아빠는 그보다는 한걸음 떨어진 관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 책 또한 그 부분을 부인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삶에 도착한 너무 거대한 선물 앞에서 허둥대거나 너무 큰 기대를 하는 아빠들, 그 새로운 존재 때문에 바뀐 삶의 상황과 감정들, 그러면서도 여전히 온전한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주변에서 불안한 잔소리를 듣는 그런 존재. 이 세상의 아빠들은 그렇게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빠 한 명마다 두 쪽씩 할애된 이 책은 글이 꽤 많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그림과 함께 읽어가다 보면 그 글이 길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하는 모습, 주변 상황은 그림으로 주로 말하고 있어 글에서 말하고 있지 않은 부분을 그림으로 유추하며 더 이어갈 글들을 덧붙여 써봐도 좋겠다. 그리고 어떤 나라 아빠들인지 설명이 없으므로 나라를 유추하고 그렇게 유추한 이유를 이야기 나눠보면 더 좋을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전쟁터에 나갔다가 돌아온 아빠의 그림에서 오래 머물렀다. 부인이 아이를 가진 줄도 모르고 떠난 전쟁에서 편지로 그 소식을 알게되고 아이에게 아빠를 무사히 돌려보내기 위해 부대원들이 노력했는데 노력했던 부대원들 중 많은 이들은 전쟁터에서 죽고 이 아빠는 살아서 아이와 만난다.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베트남 전쟁에 가 계셔던 나의 아버지 사연 같았다. 몸집이 크고 동작이 굼뜬 아버지가 위험한 전투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아빠는 가면 분명히 죽거나 다친다며 아빠 대신 전투에 나서주신 분들이 있어 아빠는 그 전투에 빠지게 되었던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얼굴 한 번 못 본 아이에게 아빠를 돌려보내기 위해 목숨을 걸어주셨던 분들이 없었으면 난 아마 유복녀도 태어났을 수도 있다.
아빠들은 좀 억울한 면도 있겠다. 본인도 아내만큼 혹은 그 보다 더 자식들을 사랑하지만 직장과 주변 시선과 자라온 환경이 그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하게 하는 면이 있다. 많은 신세대 아빠들이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부장이라는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국가나 문화권도 많다. 진심은 그게 아니었지만 근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 좀 더 근사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초라해진 아버지, 자기 성취가 더 중요해 아이의 성장 시기를 함께 하지 못했음을 나중에야 깨달은 아버지 등 이 세상에는 슬픈 아버지들이 참 많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질문을 만들어 아빠와 인터뷰를 해보면 좋겠다. 처음에 아빠가 되었을 때 든 생각은 어땠는지, 서로에게 기대했던 점은 무엇인지,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이나 제일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노력을 더 하고 싶은지, 베스트 추억 등을 인터뷰하고 가능하면 모임에서 함께 발표해보면 31명을 넘어선 더 많은 아빠들의 이야기로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보이 후드>나 <에프터썬> <그렇게 아버지 된다> 같은 영화도 함께 보면 더욱 이 책이 깊이 다가올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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