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싶은 집은 ~ 똑똑똑! 집 지으러 왔어요> 건축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다 비슷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마음은 늘 새로운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나보다. 세계 여행을 다닐 때도 제일 많이 보는 것이 건축물이지 않을까? 어쩜 여행은 건축과 건축 사이를 다니는 것이고 삶은 집을 이동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말해주듯 건축가에게 집 건축을 의뢰하러 온 사람의 이야기다. 글쓴이는 라트비아의 건축가이자 시인이니 이런 책을 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린 작가도 라트비아의 건축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란다. 실제 건축을 하는 두 사람이 글과 그림을 맡아서 한 책이니 전문성 면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럼 다음은 재미있는 책이냐가 문제인데 건축가 입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의뢰인들이 이 책 속 이네스 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막무가내 의뢰인인 이네스를 만나 이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건축가의 모습은 책 작가님들의 일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걸 책 속에 옮겨다 놓으니 꽤 재미있다. 과연 집을 한 채 지으려면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할까? 이 책은 그 고려 사항들이 계속 나온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의뢰인의 막연한 꿈이 얼마나 실현 불가능한 것인지, 또는 불필요한 것인지를 알게 한다. 그걸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해야 하는 건축가들은 건축가라기 보다는 거의 심리상담사 같다. 한정된 땅과 자금으로 원하는 것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멋지게 지으려면 무엇보다도 내 상황과 욕구를 매우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이 그림책을 읽다 보면 10여년 전에 베스트셀러였던 송승훈 선생님과 이일훈 건축가가 82통의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집을 지은 과정을 쓴 책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이 떠오른다. 책이 많은 송승훈 선생님은 가족 외의 독서 모임 선생님들도 자주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데 책 보관을 할 장소부터 외부 사람들이 와서 쓸 공간까지를 의뢰인과 건축가는 메일로 점점 구체화 시켜나간다. 그래서 그 책 설명에는 ‘집을 짓기 전에 사람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네스는 자기 집을 지으려는 과정에서 자기도 잘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되었을 거다. 이 책에서 아주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는 이네스가 바라는 것을 모두 집어넣었을 때 얼마나 크고 넓은 집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펼침 장면이 있는데 끝없는 우리의 욕망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것 같다. 과연 이네스는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을 때는 건축가가 묻는 질문에 나라면 어떻게 답할까를 생각해보고, 내 집을 짓는다면 이 책 속 질문 외에도 또 어떤 질문들이 필요할까와 내가 원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를 생각해본 뒤 내가 원하는 집의 외관 그림과 내부 그림을 그려보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 함께 지은 우리 집’(김진수) ‘나의 집’(다비드 칼리) ‘나의 작은 집’(김선진) ‘우리들만의 작은 집’(하이드룬 페트리데스) 같은 책들도 찾아서 함께 보면 더욱 좋겠다. 집 한 채를 지으면 몇 년은 늙는다고 한다.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그 어려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꿈과 현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사는게 삶이니 몇 년 늙더라도 시도를 해보고 싶은게 또한 꿈꾸는 자의 권리다. #초그신서평단 #똑똑똑_집_지으러_왔어요 #군타_슈닙케_글 #안나_바이바레_그림#박여원_옮김 #미래아이 #건축_공간_꿈